신을 배운 이후로 미안하다는 말보다 죽이고 싶다는 마음이 많았다
세상 모든 곳이 다 오락이어서
캐릭터들이 죽는데 플레이어가 동전을 계속 넣었다
어느 주말 오후 흰 캔버스를 세우고 멍하니 그리워했다 있는 것들만 죽여 저녁을 먹고 다음 날 아침 그 사람을 웃으며 안았다 손끝으로 상대방의 생명선을 끝까지 따라가본 사람은 죽을 때까지 같이한다는 비극을 믿었다 우리가 금방 죽을 거라 했다
어젯밤 꿈에 눈이 부어서 오늘도 젖은 하루를 살았다 창밖엔 숲 이외의 것들만 조용히 번져서 우리의 기후가 같을까 무서워졌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날 아무 일 없이 골목을 걸었다
와락 쏟아지다 터뜨려지는 파스텔이다
어두운 식탁에 앉아 찬 음식을 오래 씹어야만 하는 나이 무심히 낯선 여름이 굴러가고 두려웠다
지옥이 무너지기 시작하자 안녕과 안녕을 구분할 수 없게 되었다
바늘 끝 위에 몇 명의 천사가 쓰러질 수 있을까
―사랑해, 태어나줘서 고마워
그때쯤 결심한 것 같다, 세계가 망가지더라도 시를 쓰자 아름답게 살자 남은 인생을 모두
이 천국에게 주자
/ 최백규, 애프터 글로우
키스를 하면 멀리서 누군가 죽어간다는 말이 좋았다
멸종에서 살아남았다는 것은
인간이 만든 공원 구석에서 인간을 경계하는 짐승들의 밤
목과 귀를 핥으면 모든 하루가 무사해지는
나는 신이 만든 세상에 있다
너의 우주와
밤의 빛이 공전으로 맞물려 회전하고 있다면
자전은 입술의 방향계일까
숨을 참아도 돌아오지 않는 과거가 있고
현재의 미래와
미래의 현재가
같은 몽타주 위에 멈추는 것처럼, 흰 꽃과 검은 옷으로
붉어지는 혀는 없다
문득, 지구가 몸속에서 또 심장을 밀어내었다
지평시차로 멀어질 때마다
전 세계 성당은 천국으로 부서진 구조신호를 보내고
신은 인간을 듣지 못한 척한다
우리는 옥상에서 젖은 몸속으로 무덤 냄새가 추락할 때까지 서로의 빛을 마시며
십자가를 태워 올렸다
너무 아름다워서 이대로 죽어도 좋겠다고 믿었다
/ 최백규, 너의 18번째 여름을 축하해
맑고도 무거운 날이었다
그는 쓱 웃으며
나의 한 쪽 어깨를 지웠다
그를 벗어나는 자세로만 나는
그에게로 기울 수 있었다
이런 식의 시간이란
이제 다시 없을 것이다
내가 먼저 움직이고 싶었지만
그는 모든 것을 알고 있어
쓱 웃으며 나를
나의 의미를 미리 지워버렸다
/ 신해욱, 느린 여름
내 평생의 사랑, 당신은 내게 상처를 주었지, 당신은 내 마음을 산산히 부수고 떠났지,
하는 가사에 귀 기울이며 가속 페달을 밟았다.
내 사랑을 되돌려줘, 나에게서 빼앗아가지 말아주오.
노래를 따라 부르며 필용은 생각했다. 해보겠다고 생각했다.
문산에 가서 말하겠다.
양희야, 너의 허스키를 사랑해, 너의 스키니한 몸을 사랑해,
너의 가벼운 주머니와 식욕 없음을 사랑해,
너의 무기력을 사랑해, 너의 허무를 사랑해, 너의 내일 없음을 사랑해.
/ 김금희, 너무 한낮의 연애
오늘도 어떻다고?
- 사랑하죠, 오늘도.
필용은 태연을 연기하면서도 어떤 기쁨, 대체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는 기쁨을 느꼈다.
불가해한 기쁨이었다.
/ 김금희, 너무 한낮의 연애
나 오늘 생일이어서 글 썼잔어 짧지만
경우야 생일 축하해 행복했으면 좋겠다
- happy birth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