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여름 모두를 놀라게 했던 작품 . 아우슈비츠의 소장이었던 아돌프 회스 가족 이야기를 다뤘던 이 작품은 원래 소설 존 오브 인터레스트(2014)를 모티브로 했지만... 사실 내용은 많이 바뀌었다고 함.
그리고 이 영화의 감독은 조나단 글레이저로, 유대계 영국인 감독임. 얼마 전 오스카에서 손을 달달 떨며 했던 수상소감, "지금 우리는 유대인 정체성과 홀로코스트가 무고한 이들을 희생시키는 점령에 오용되는 것을 반대하며 이 자리에 섰습니다", "우리 (유대인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보아야 합니다" 로 다시 한 번 회자가 되었던 사람인데... 사실 이 분의 첫 데뷔는 영화감독이 아님
캡쳐했더니 그만...
X의 찬란님(@challanfilm)
"지금 우리는 유대인 정체성과 홀로코스트가 무고한 이들을 희생시키는 점령에 오용되는 것을 반대하며 이 자리에 섰습니다" >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의 진심이 담긴 오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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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 맞음! 이 분은 원래가 영화 감독이 아니었는데.... 그렇다면 뭐였을까 그의 직업?
예 그는 원래가 뮤비 감독이었읍죠 데뷔가...!
시대를 거스르는 노래와 뮤비로 유명한 Jamiroquai - Virtual Insanity (1996년 작품)이 이 감독 작품임.
이걸 제외하고서도 블러의 The Universal (1995), 라디오헤드의 Street Spirit (Fade Out) (1996), -Karma Police (1997), 메시브 어택 등 유명한 영국 출신 가수들과 뮤비를 여러 편 찍었음. 특히 라디오헤드와 메시브 어택의 뮤비 감독을 단골로 맡았을 정도.
유명한 가수들과 유명한 뮤비를 만들다가 그 이후 장편 감독 데뷔까지 했는데 그 작품이 바로 2000년 작(범죄 영화)임. 그 이전까지는 뮤비와 단편영화만 작업했었답니다.
사실 그는 이후로도 탄생, 언더 더 스킨 등 다른 영국 출신 유명 감독들과는 다르게 영 흥행과는 거리가 먼 영화를 많이 찍기는 했는데.... 대신 예술성으로는 영국 출신 감독들 중에서도 탑티어의 평가를 받고 있음. 뮤비 감독들 중에서는 흔하지 않게 각본을 직접 쓰는 감독이기도 하고, 스타일이나 색채 면으로도 아주 좋은 평가를 받았음.
참고로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고증을 엄청나게 잘 살렸는데, 실제로 당시 회스 가족이 살던 집을 완벽히 재현해냈고 실제로 아우슈비츠 밖의 집을 인수해서 사실감을 살렸다고 함. 작품에 나왔던 수영장도 실제 회스 가족의 집에도 있었음. 초소형 카메라를 집 안 여기저기 숨겨놓고 배우들이 편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했고. 그 외에도 '캐나다' (유대인에게서 뺏은 물품을 보관하는 창고를 캐나다라고 불렀음... 회스의 부인이 털옷을 가져왔다고 말하는 '캐나다'가 이곳임) 를 포함하여 많은 것이 실제로 역사의 고증을 따랐는데...
작품 중간중간 등장하는 열화상 카메라로 찍힌 이 소녀 또한 실제 인물로,
알렉산드라 비스트로니-코워제이치크 (Aleksandra Bystroń-Kołodziejczyk, 1927-2016)라는 한 비유대계 10대 폴란드 소녀의 실화를 영상으로 담은 것. 당시 10대였던 이 소녀는 실제로 아우슈비츠 근처에 거주했었는데, 매일 밤 유대인들이 노역하러 지나가는 자리에 먹을 거리를 숨겨두었었다고 함. 영화 속에서는 그녀가 숨긴 이 사과가 결국 유대인들 간의 싸움을 발생하게 해, 그들 모두를 죽게 만드는 아이러니가 되기도 하지만...그녀는 이후에 폴란드 지하군에 가입하여 활동하기도 했다고 함. 그녀가 등장할 때 회스가 자기 딸에게 읽어주던 동화가 "헨젤과 그레텔"인 것을 생각한다면....
영화에 등장했던 그녀의 집도 실제로 알렉산드라가 살았던 집이며, 자전거 등의 소품은 대부분 실제 그녀의 것을 가져다 썼다고 함. 그녀가 피아노로 쳤던 노래 또한 유대인 아우슈비츠 수감자 요제프 볼프(1912~1972)가 작곡하고 생존자들 사이에서 구전되었던(1943)이라는 노래를 그대로 이디시어(서유럽 아슈케나짐 유대인들의 언어)로 들려준 것.
*그녀에 대한 참고 기사를 더 보고 싶다면(영문) :https://www.vanityfair.com/hollywood/zone-of-interest-jonathan-glazer-shot-list-awards-insider
A Deep Dive Into The Zone of Interest’s Chilling Presentation of Evil
Jonathan Glazer reveals how he used AI, thermal photography, ambitious visual effects, and more to create a Holocaust film unlike any other.
www.vanityfair.com
감독은 실제로 영화를 사실감 있게 제작하기 위해서 다양한 사료들을 많이 읽었었는데, 그 중에서도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 (실제로 악인은 평범한 인물이며 실상 우리와 동일한 모양새를 하고 있다)를 지표로 삼았다고 인터뷰하기도 했음
감독이 씨네21과 함께했던 인터뷰와 씨네21의 영화 분석글도 관심있게 볼 만 하니 관심이 있다면 한 번 봐도 좋을 듯!
조너선 글레이저의 의 성취 - 화창한 꿈의 집 위로 우리가 감각하는 어둠에
역사와 예술과 연민으로 오늘을 가로지르기 조너선 글레이저는 해나 아렌트의 철학을 빌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홀로코스트에 가담한 나치 사령관 가정의 진부함을 바라본다. 악에 부역한 개인
m.cine21.com
마지막으로 회스의 자녀에 관한 이야기로... 회스는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자신의 집무실이 보이는 특수 처형대에서 마지막 전범 사형수로 죽었는데, 이후 이들의 가족은 대부분이 독일에서 떠났음. 아내인 헤드비히는 전범의 가족으로서 연금을 받을 자격이 인정되지 않았고, 죽고 나서도 회스라는 성으로 묻히지 못했음. 자녀들은 많은 수가 아예 독일을 떠나 해외로 이주했는데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고, 그나마 차녀이자 셋째인 브리기테 (1933~) 정도가 인터뷰에 응해서 (2013) 기록이 남아 있음.
브리기테는 독일을 떠나 스페인으로 이주했다가 남편을 만나 결혼했고, 이후 남편의 직업 상 여기저기 떠돌다가 미국으로 이주했는데 패션 센스나 감각이 꽤 좋았다고 함. 옷가게 점원으로 일하던 어느 날 그녀는 한 여인의 제안으로 고급 의상점에서 일하게 되었는데... 어느 날 그만 술에 취해 매장 매니저에게 평소 숨기던 이야기, 자기 아버지가 회스라는 이야기를 해버리고 맒. 매니저에게 이 소식을 전달 받은 주인 내외는 "아버지의 죄를 자식에게도 물을 수 없다"며 이 이야기를 평생 동안 비밀에 붙였다고 그녀는 이 주인과 30년을 넘게 일했음. 그리고 놀랍게도 매장 주인은 수정의 밤(군인들 및 여타 독일인이 유대인들의 상점을 부수고 재산을 빼앗았던 날로, 매장의 깨진 유리가 바닥에 널린 것이 마치 깨진 수정 같다 해서 붙여진 이름) 때 독일을 탈출해 미국으로 넘어온 유대인들이었음에도 이를 비밀에 붙여 준 것. 그녀를 그들에게 소개했던 여인 또한 유대계였다고.
그녀는 첫 인터뷰에서는 아버지를 옹호했고, 이후로는 인터뷰 등의 외부 활동을 일절 하지 않아서 소식을 알 수는 없으나 생존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함. 우습게도 그녀의 오빠이자 차남인 한스의 아들인 라이너 회스(1965~) 는 할아버지와 고모를 비판하며 반 홀로코스트 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 또한 논란이 좀 있는 편이라 조심해서 받아들여야 하잔아.
이렇게 구구절절한 영화 이야기 끝!
쓰다 보니 구구절절로 길어졌는데 재밌게 봐줬으면 좋겠고... 영화에 대한 토론은 언제나 환영이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