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도 유명한 비타민음료 오로나민C
이 음료는 특이한 CM송으로 익숙해서 한국의 고유 브랜드로 알고 있는 사람도 많지만
사실 일본의 오츠카제약의 음료로 무려 1965년 부터 일본에서 판매를 시작했던 역사가 매우 깊은 일본의 국민 음료이다.
그런데 오로나민C 에서만 보이는 특이한 구조가 있다.
바로 마치 통조림 캔을 연상시키는 고리형태의 뚜껑인데..
이 구조는 병을 한번 개봉하면 다시는 닫을 수 없는 형태의 뚜껑으로 유독 오로나민C 에서만 보이는 기이한 형태이다.
음료의 특성상 한번에 다 마시지 못하면 다시 밀봉하며 보관하는 나선형의 볼트식 뚜껑구조나 철제병뚜껑의 형태가 일반적인데..
어째서 오로나민C는 한번 개봉하면 다시는 닫을 수 없는 이런 비실용적인 형태의 뚜껑을 사용하는 걸까?
사실 오로나민C 의 뚜껑은 유리병 코카콜라와 같은 형태의 철제병뚜껑을 사용했었다.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오츠카제약은 오로나민C의 뚜껑을 저런 1회성 개봉의 고리식 뚜껑으로 바꾸어 생산하게 된다.
거기에는 일본에서 일어난 1985년의 어떠한 사건과 관련이 되어 있는데..
1985년 4월 30일 히로시마현의 트럭운전사(45세)가 피로를 풀기위해 자판기에서 음료수의 버튼을 눌렀다.
음료를 꺼내기 위해 자판기에 손을 넣은 순간 안에는 본인이 뽑은 음료수 외에도 하나의 음료수가 더 떨어져 있었다.
그것이 바로 오로나민C 였고 트럭기사는 운이 좋은 하루라고 생각하며 그 음료를 들이키고는 운행을 계속했다.
하지만 트럭운전수는 얼마후 갑작스러운 복통과 구토로 경련이 일어났고 응급실에 실려간 뒤 몇일 후에 사망하게 된다.
부검 결과 운전사의 구토물에서 발견 된 성분은 바로 대표적인 독극물로 유명한 그라목손(파라콰트)이었다.
경찰 측은 사망하기 전 운전사가 자판기에 타인이 넣어둔 오로나민C를 마셨다는 증언을 토대로 이것이 의도적 살인행위라고 보고 긴급수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시대적으로 CCTV가 부족했고 인적이 드문 외딴 지역의 자판기를 대상으로 범인을 추적하기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경찰은 목격자를 찾기위해 플렌카드를 걸고 시민들에게 위험을 경고하는 정도에서의 대비책 외에는 더이상 수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
그렇게 범인의 실마리를 전혀 잡지 못한 상태로 경찰은 "누군가의 선을 넘는 끔찍한 장난." 정도로 치부하고 흐지부지 잊혀지려고 할 무렵..
트럭운전사가 사망하고 5개월이 지난 1985년 9월 14일..
오사카의 한 회사원(52세)의 남성이 갑작스러운 복통과 고통을 호소하며 응급실에 실려갔다가 3일 뒤에 사망하게 된다.
그는 평소에도 매우 건강했고 질병도 없었기에 가족들은 의구심을 가지고 부검을 요청했고 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남자의 몸에서 발견 된 것은 그라목손 이었다.
경찰은 이를 자살로 처리하려고 했지만 남자에게는 어떠한 자살의 동기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수사를 진행하다가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는데..
사망한 남성이 며칠 전 와카야마로 낚시를 떠났었는데 함께 다녀온 지인들의 증언으로는
남성이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구매했으며 이런 말을 했다는 것이었다.
"와! 운이 좋네. 자판기 안에 내가 뽑지도 않은 음료수가 두 병이나 더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오로나민C" 였다.
경찰은 즉시 고인의 자택에서 마셨다는 오로나민C 빈병을 수거했고 조사했으며 역시 그 안에서 그라목손이 검출 되었다.
경시청은 이것이 연쇄살인임을 바로 직감하고 급하게 특별수사팀을 신설했다.
두 번째 남자가 사용한 자판기의 위치였던 와카야마와 첫 번째 자판기가 있던 히로시마와는 대략 400km의 거리로..
차량을 이용해도 4~5시간 가량이 소요되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장소였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CCTV의 부재와 자판기가 외딴지역에 있었던 터라 범인의 실마리는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경찰은 소름끼치는 보고를 받게 된다...
두 번째 사건이 일어나기 몇일 전이었던 9월 11일..
미에현 마츠자카시에 사는 22세의 대학생이 마찬가지로 그라목손을 마시고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청년은 마찬가지로 자판기에서 건강음료인 리얼골드라는 드링크제를 뽑았고 그 안에서 똑같은 두 병이 더 있는 것을 발견하고
운이 좋다는 생각에 집으로 챙겨갔다는 것이다.
역시 그것을 마시고 복통을 호소하던 청년은 병원 입원 후 3일만에 사망했으며 조사결과 위험 농약인 다이쾃이 검출 되었다.
불과 몇개월 사이에 3건이나 동일한 범죄가 발생했다는 것을 확인한 경찰에는 불똥이 떨어졌다.
전국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 속에서 도저히 범인의 행적과 다음 범행 대상을 짐작도 할 수 없는 끔찍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결국 이 비극적인 연쇄살인은 계속해서 이어지게 된다.
그리고... 경찰은 상상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이제부터 일본 전국에 엄청난 비극이 시작된다는 것을...
고작 일주일이 지난 9월 19일
이번에는 후쿠이현 이마다치마치에서 30대 남성이 자판기 안에 놓여있던 콜라를 마시고 사망했고 부검결과 역시 그라목손이 검출된다.
9월 20일
미야자키현 미야코조노시에서 45세 남성이 자판기안에 있던 2병의 리얼골드 드링크제를 발견하고 챙겨갔다가 이틀 뒤에 그라목손으로 사망했다.
9월 25일
오사카의 하비키노시에서 50세 남성이 자판기에서 오로나민C 2병을 발견하고 마셨다.. 그리고 10일 뒤에 사망했다. 역시 그라목손 이었다.
10월 5일
사이타마현 고노스시에의 44세 남성이 자판기에서 오로나민C 2병을 발견하고 마셨다가 10월 7일에 사망했다.
10월 15일
나라현 가시하라에 살던 69세 남성이 자판기에서 오로나민C 2병을 발견하고 마셨다가 11월 13일 사망한다.
10월 25일
미야기현에서 55세 남성이 자판기의 음료수를 마시고 사망한다.
10월 28일
오사카부 가와치나가노에 살던 50세 남성이 자판기에 있던 오로나민C를 마시고 사망했다.
11월 7일
사이타마현 우라와시에 42세 남성이 자판기의 오로나민C를 발견하고 마셨다가 11월 16일 사망한다.
11월 17일
사이타마현 고다마군에서 17세의 여고생이 자판기 안에 있던 콜라를 발견하고 마셨다가 사망한다.
일본 전역이 발칵 뒤집혔고 경시청은 초비상 상황으로 돌변하여 범인을 추적하기 위해 총력을 부었지만 엄청나게 짧은 범행 간격과
일본 전국을 활동범위로 하고 있는 엄청난 스케일의 수사범위 때문에 그저 패닉에 빠져있을 뿐이었다.
범인은 기존에 1병 씩만 넣어놓던 독극물 음료를 어느순간 부터 2병씩 넣어놓았는데..
이는 상대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다른 한병에는 독극물이 없는 멀쩡한 음료를 넣어서 독극물 음료도 안심하고 마시도록 계획한 극악무도한 방식으로
살인계획이 진화했던 것이다.
일본의 국회는 이례적인 연쇄살인 사건으로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논의에 들어갔지만 별다른 해답은 없었다.
유일한 단서는 고작 범인이 주로 사용하는 음료수가 "오로나민C"라는 터무니없는 사실 뿐이었다.
이 시기에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오츠카 제약은 결국 파격적인 결정을 하게 되는데 기존의 생산공정을 전부 바꿔버리면서
병뚜껑의 형태를 기존의 스크류 캡에서 한번 열면 닫을 수 없는 맥시 캡 형태로 바꾸어 생산하는 결정을 한 것이다.
하지만 일본 시민들은 오로나민C에 대한 불안함을 감출 수는 없었고..
그 시기 오로나민C의 판매율은 역사상 최악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리고 이 특유의 맥시 캡 형태의 병뚜껑은 그대로 오로나민C를 상징하는 형태가 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무려 13명을 연쇄살인 했던 일본 최대의 독살사건..
범인은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놀랍게도 범인은 체포되지 않았다.
그리고 일본의 자판기 독극물 연쇄살인 사건은 지금도 일본을 대표하는 최악의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다.
그 사건으로 일본 사람들은 경로를 알 수 없는 음료수는 절대로 마시지 않는 문화가 생겨났고
자판기에서 우연히 공짜 음료를 발견하더라도 건드리지 않고 무시하거나 뚜껑을 열어 쓰레기통에 부어버리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