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427 대화의 희열2 9회 中
80년도에 협동수사본부 그런데에서 조사받고 할때는
무서운 느낌이 그게 제일 컸어요
그래서 제가 감동받아가지고 생생히 기억하는데
재판하기 전에 군검사한테 불려가서 조사를 받으러갔는데
그때가 7월달이었나 날은 덥고 매미가 막 울고 그런때였어요
다 포승에 묶여서 수갑차고 이렇게 나무의자에 묶인 채로 열댓명이 이렇게 앉아있었어요
숨소리도 안나게 고요해요 착검한 헌병들이 지키고 있고 총 들고
나비가 한마리 들어온 거에요 꽤 큰 나비가
그래서 그 나비가 나갈려고 유리창에 부딪히는 거에요
숨도 크게 못 쉬면서 있었는데 그 나비가 계속 창에 부딪히니까
다들 알았어 나비가 들어와서 지금 나갈려고 한다는 걸
무서워서 착검한 총을 들고 헌병들이 지키고 있으니까 무서워서 감히 못하는 거에요
누군가 일어나는 소리가
까만색 큰 나비였는데 나비를 이렇게 잡아가지고 또 천천히 걸어서
헌병 옆을 지나서 문 앞에서 탁 놔주고
다시 또 스윽 돌아가가지고 자기자리로 가서 스윽 앉는 거에요
난 상상이 안되는 거야 난 너무 무서워가지고 그 생각을 하면서 몸이 안움직여서 이렇게 있었는데
하여튼 묘~한 소설에나 나옴직한 분위긴데
나중에 누구한테 물어봤는데 가톨릭 수사님이라는 거야
신부가 되기 전에 가톨릭 수사
그래서 이름을 알았어 제정원이라는 분인데
지금은 어디 계신지 모르겠는데
이런 생각이 드는 거에요
저분이 저렇게 할 수 있었던 거는 종교의 힘이 아닐까?
그 부천에 보금자리라고 그 가난한 분들 위해 운동하시던 분인데
왜왔냐고 그래서
종교를 가지면, 신을 믿으면 이 두려움이 없어질 수 있을까 싶어서
제정원 선배를 찾아왔다고 그렇게 얘기를 했어요
물어보고 싶어서
그런데 답이
교회에 나오지 말래요
그것 때문에 나오는 거라면
인간은 두려움을 없앨 수 없대요
그러면 제정원 형은 어떻게 그렇게 했고
선생님은 또 어떻게 이 힘든 길을 또 가시고
이런 게 다 두려움이 없어서 그런 거 아니십니까?
두려움은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니고 극복할 수 없기 때문에
그냥 참는 거래요
두려운데도 하는 거래요
두려움을 견디는데 다소간의 의지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그렇게 딱 얘기를 해서 그래서 제가 아 그렇구나 좀 실망했어요
사실은 제정원 신부님도 무서웠지만 우리가 보통 한낱 민물이라고 말하는 나비 한 마리지만
저 헌병이 개머리판으로 나를 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은 채로 한 거에요
최소한의 선을 행하는 모든 사람들은 남들과 다르게 특출해서 용감한 것도 두려움을 느끼지 못해서가 아니라 그런 감정을 느끼지만 두려움을 견디면서 행하는 평범한 사람들이고 이런 상황들은 일상에서 언제든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직면하게 되고 그 상황에서 누구를 위해서든 행동할 수 있도록 견디는 힘을 가지는 것도 인간의 도리가 아닐까 싶어서 여시들도 봤으면 해서 캡쳐해봤어!
소설에나 나옴직하고 비현실적이지만 현실이고 이런 식의 비현실을 만드는 것 또한 현실이 기반인 듯
인간은 본래 추악하고 강약약강이 당연하다는 게 어쩔 수 없다는 말이 만연하지만 최소한의 선을 행하는 것이야 말로 어쩔 수 없고 이 어쩔 수 없는 마음 덕에 살아가는 힘이 생기는 거라고 생각해
일상에서 최소한의 선이 모여서 커다랗게 되길 늘 바라는 바
📍정치글이 아닌 두려움과 최소한의 선에 대한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