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경기도 소재 A아동병원에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는 생후 5개월 아기가 보호자 품에 안겨 들어왔다. 미숙아로 태어난 이 아기는 폐가 손상된 기관지폐이형성증 등의 기저질환을 갖고 있었다. 전날 밤부터 숨을 안 쉬는 순간이 서너 차례 찾아온 응급 상황이었다. A병원 의사는 아이가 순식간에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중증 진료 시설이 잘 갖춰진 서울의 B상급종합병원으로 이송시켰다.
하지만 B병원은 급한 약물 처치만 한 뒤, 아이를 다시 A병원으로 돌려보냈다. "인력이 부족해 아이를 입원시키긴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A병원장은 "우리 병원은 인공호흡기도 없어 응급 환자를 받는 게 큰 부담이었다. 하지만 다른 큰 병원을 찾자니 환자를 두고 '핑퐁게임'을 벌이는 꼴이라 고민 끝에 수용했다"면서도 "이런 상황엔 혹여나 아이가 잘못될까 봐 의료진 전체가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중증·응급 진료 장비와 의료진이 부족한 아동병원들의 '소아응급실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의료공백 장기화 속에 소아진료체계 전반이 흔들리면서 대형병원 응급실 역할을 대신하는 아동병원이 늘어나는 것이다. 앞으로 '필수의료'로 꼽히는 소아청소년과 인력 부족 등으로 진료체계가 더 불안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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