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 위험’ 딱지 붙은 부산, 문제는 20대 여성의 ‘서울러’ 이탈
소멸 위험 딱지 붙은 부산, 문제는 20대 여성의 서울러 이탈 주간조선
www.chosun.com
광역시 가운데 ‘소멸 위험 단계’에 진입한 도시가 나왔다. 부산은 ‘노인과 바다’라는 자조 섞인 비유가 붙은 도시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에게 퓰리처상과 노벨문학상을 동시에 안겨준 이 고전은 부산 앞에 수식어로 붙을 때 불명예스러운 뜻을 내포한다. ‘바다’는 부산의 자랑이지만 그 앞에 ‘노인’이 붙으면서 부산은 늙고 생명력이 떨어진 도시가 됐다.
부산이 ‘노인과 바다’라는 수식어를 단 건 꽤 오래된 일이다. 고령화 정도가 높은 부산의 현실을 빗댄 지 시간이 오래 흘렀단 뜻이다. 그리고 이제는 ‘소멸’이란 단어까지 등장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 6월 28일 발간한 ‘지역산업과 고용’에서 이상호 연구위원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부산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3.0%로 8개 특별시·광역시 중 유일하게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소멸위험지수값은 0.490이었다. 소멸위험지수는 1.5 이상이면 소멸저위험지역, 1.0〜1.5이면 보통, 0.5〜1.0이면 주의, 0.2〜0.5면 소멸 위험, 0.2 미만은 소멸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한다.
.
.
.
최근 10년(2014~2023년)간 부산의 인구이동 데이터를 성별, 연령별(5)로 톺아보자. 20~24세 여성은 지난 10년간 전입이 전출보다 3443명 많았다. 반대로 25~29세 여성의 경우 10년간 부산을 빠져나간 인원이 들어온 수보다 2만1136명 더 많다. 20대 중반을 기점으로 두 그룹의 인구 이동 모습이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 25~29세는 대학 졸업 뒤 취업에 매진하거나, 더 좋은 직장을 찾아다니는 시기다. 동시에 혼인에 더 가까운 나이다.
20대 여성, 특히 20대 후반 여성의 이탈은 부산이 당면한 고민을 보여준다. 부산이 소멸 위험 단계에 진입한 건 20대 여성 인구가 부족하다기보다는 부산에 눌러앉아 살 여성이 부족해서 생긴 일이다. 인구 구성상 아이가 늘어날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보통 지방에서는 20대 여성 인구의 유출 원인으로 ‘일자리’를 꼽는다. 20대 여성이 찾는 일자리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몰려 있고 그래서 떠날 수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부산 역시 마찬가지인데 지표는 꽤 심각하다. 지난해 부산의 고용률(생산가능인구인 15세 이상 인구에서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57.7%로, 17개 광역시도 중에서 가장 낮았다. 17년째 고용률 전국 최하위 도시다. 특히 남성은 67.4%, 여성은 48.8%였는데, 울산(48.4%)에 이어 여성 고용률이 가장 열악했다. 그나마 울산은 ‘중공업 도시’라 남성 친화적 일자리가 많은 곳이다.
.
.
.
빠져나간 이들이 어디로 향했는지 일일이 확인할 순 없다. 단 이 기간은 서울로 전입해 오는 20대 여성 인구가 늘어난 때다. 20대 여성의 부산 이탈이 두드러지는 지난 10년간 서울의 20대 여성 인구 순이동(전입인구에서 전출인구를 뺀 숫자)은 모두 양수를 기록했고 그렇게 증가한 숫자만 22만3006명이다. 20대 여성이 전국에서 대거 서울로 이주했다는 뜻이다.
.
.
.
지난해 부산에서 태어난 아기는 1만2900명으로 전년 대비 8.7%, 1200여명이 줄었다.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를 뜻하는 ‘조출생률’도 3.9명으로 전국 8개 특별시·광역시 중 가장 낮다. 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0.66명으로 0.7명 선이 무너졌는데 이는 전국에서 서울 다음으로 낮은 수치다. 2023년 부산의 3대 출생 관련 지표는 모두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부산의 문제는 앞으로 어떻게 20대 여성을 머무르게할 것인지를 묻는 구조적 문제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