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헐리우드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평가받는 걸작 졸업(1967),
당시 이 영화에서 주인공 벤자민 역할을 맡은 신인 배우 더스틴 호프만은 연기력을 인정받고 이후 헐리우드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로 성장한다.
그런데 이 벤자민 역할의 원래 주인은 따로 있었으니,
그는 60, 70년대 헐리우드를 대표하는 미남 스타였던 로버트 레드포드.
당시 로버트 레드포드는 조각같은 얼굴과 179cm의 크고 탄탄한 피지컬을 갖추고 연기력까지 겸비한 주목받는 신예였다.
그렇기에 많은 이들이 그가 원작 소설에서 큰 키와 금발 머리를 가진 엄친아로 묘사된 벤자민 역할에 제격일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문제는
주인공 벤자민은 설정상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 명문대를 막 졸업한 사회초년생.
부모를 비롯한 주변 어른들의 엄청난 관심 속에서 장래에 대한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며, 불안한 미래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괴로워 하루종일 수영장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유부녀와 바람을 피우며 현실도피를 하는 인물로, 완벽해보이는 스펙과는 달리 그 심성은 굉장히 미성숙한 청년이다.
하지만 그런 불완전한 청년을 연기하기엔 로버트 레드포드는 너무도 완벽하고 멋진 사람이었고,
이에 감독 마이크 니콜스는 로버트 레드포드가 벤자민에 어울리는 사람인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된다.
결국 감독은 그가 배역에 잘 어울리는 사람일지 알아보기 위해 그에게 ‘당신 한번이라도 여자한테 차여본 적 있나요?‘라고 물어보았고,
이에 로버트 레드포드는 ‘한번도 그런 적 없는데요’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 대답을 듣고 마이크 니콜스는 주인공 벤자민의 배우를 바꿔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결국 하차를 하게 된 로버트 레드포드는 자신이 벤자민의 불안한 캐릭터성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배역을 꼭 맡고 싶다고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하지만 감독 마이크 니콜스는 ‘거울을 한번 보세요. 누가 당신을 여자 꼬시는데 어려움을 겪는 놈이라 생각하겠어요?‘라고 말하며 거절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결국 주인공 벤자민 역할은
167cm의 작은 체격과 평범한 외모를 가진 무명의 신인배우 더스틴 호프만에게 돌아갔고,
더스틴 호프만은 이 작품에서 메소드 연기를 통해 1960년대 당시 청년들의 불안을 완변히 표현해냈다는 극찬을 받으며 스타가 되었다.
한편 이 작품에서 씁쓸히 하차를 하게 된 로버트 레드포드는
미남 배우라는 타이틀에 안주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여 수많은 명작들에서 뛰어난 연기를 보여주였고, 결국 더스틴 호프만 못지 않은 헐리우드의 대배우로서 거듭나게 되었다.
로버트 레드포드는 터프하면서도 신사적인 미남 이미지의 독보적인 캐릭터를 구축한 배우로서 수많은 후배들의 롤모델이 되었는데,
특히 브래드 피트가 그에게서 패션, 연기 스타일, 캐릭터 등 여러 면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고, 심지어 얼굴 자체도 꽤 비슷하단 평을 많이 받아서 그를 제2의 로버트 레드포드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서로 워낙 닮은 탓에 두 사람이 같이 출연한 영화도 꽤 되는 편.
로버트 레드포드는 선댄스 영화제를 기획해 헐리우드의 신인 양성에 큰 공헌을 했으며, 보통 사람들이란 영화에서 연출을 맡아 감독으로도 인정을 받는등 다방면에서 재능을 뽐내고 영화계에 기여를 했다.
배우 활동 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환경보호운동과 평화운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어서 2010년에는 프랑스 정부가 그 공로를 인정해 그에게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수여하기도.
로버트 레드포드는 2018년을 마지막으로 영화계 은퇴를 선언하여 현재 평안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
최근 은퇴 번복을 하여 언젠가 영화계에 다시 돌아올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