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가 대세인 시대에
HSP들은 자기들만 "10G의 초민감성 안테나"를 달고 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마치 스펀지처럼 주변 인간 군상들의 온갖 감정거리들을 흡수하며 살아가게 됩니다.
HSP들의 "초감정 능력"은 주변 사람들의 감정을 내 마음에 복사-붙여넣기 시키는 특징을 지닙니다.
따라서, 주변에 어떤 사람들이 있느냐가 HSP들의 웰빙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볼 수 있는데,
어린 시절 화목한 가정에서 자라나 별 문제 없이 학창 시절을 보냈던 사람들도
사회 생활을 하며 별의별 인간들을 만나가며 크고 작은 스트레스들을 겪게 되면
그제서야 자신의 초예민성을 자각하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10G 안테나의 특징은 듣기 좋은 음악과 듣기 싫은 소음을 둘 다 기가막히게 잡아낸다는 겁니다.
우호적인 환경에서는,
주변의 감정을 복사하는 HSP들의 능력이 좋은 사람들의 곁에서 최상의 효율을 자랑하게 되지만,
비우호적인 환경에서는,
주변의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을 억지로 씹어삼켜가며 그야말로 생지옥을 맛볼 수 밖에 없죠.
내 고통 뿐만이 아니라,
주변인들의 고통까지 짊어지고 살아야하는 HSP들에게 인간관계란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회피형 평화주의자
세상은 우호적이지 않다. 그것은 HSP들에게 두배, 세배의 고난과 역경을 의미한다.
아마도 당연한 귀결일 겁니다.
세상사의 쓴 맛들을 맛봐가면서,
온갖 인간 군상들에 치여갈수록,
10G 안테나를 지닌 HSP들은 고통과 갈등을 피해서 사람들과 점점 멀어지게 됩니다.
"자발적 고립"을 택하는 것이죠.
이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흐름이며,
그야말로 생존을 위한 필연적인 선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1. 좋은 게 좋은 거다.
'다소 미흡하거나 석연치 않더라도,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는 것이 서로에게 좋은 일이다.'
초창기 HSP들의 인간관계 모토를 묘사하려면, 이보다 더 적합한 표현이 없을 겁니다.
HSP들에겐,
관계 갈등이 보통 사람 대비 두세배 정도의 치명적 데미지를 입히기 때문에,
아싸리 내가 더 노력하고 희생하더라도 좋게좋게 지내는 게 낫다란 마인드를 지니게 되요.
따라서 아이러니하게도, 초창기 HSP들을 보는 세상의 시선은
"둥글둥글하고 뭐든지 잘 받아주는 사람 좋은 캐릭터"로 비춰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자세의 문제점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꼬인다는 점입니다.
HSP의 특성 상 센스가 뛰어난 편이기에
사람들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아주고 각자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데 뛰어난 소질을 보이므로,
이 사람 좋아보이는 "니들은 모르지만 사실은 HSP"란 존재를 사람들이 계속해서 찾게 되는 것이죠.
관계에 얽매이지 않기 위해 취한 "좋은 게 좋은 거다"란 태도가
결국에는 HSP들에게 계속해서 관계를 강제하게 되는 셈이랄까?
이런 식으로 온갖 관계들 속에서 갈등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매번 내가 희생해야 한다면,
그러한 삶의 결과는 과연 어떠할까요?
HSP들의 삶이란 필연적으로 과부하에 걸릴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갈등을 방지하기 위해 내가 더 노력하고 희생하다보면 과부하가 오는 것은 필연적이다.
2. HSP들의 사랑
오해하면 안 되는 게, HSP들이 고통에만 민감한 건 아닙니다.
HSP들은 초감정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감정에도 남들보다 두배세배 반응하는 편입니다.
다만, 세상사가 고달픈 나머지,
훨씬 더 많은 부정적인 감정들에 가려져 긍정적인 감정이 잘 안 보이는 것일 뿐이죠.
하지만, 사랑을 하는 순간만큼은, HSP로서 느끼게 되는 모든 스트레스들을 사랑의 힘이 압도하게 됩니다.
보통 사람들보다 두배세배 더 사랑이 즐겁다는 것은 대단한 장점이라고 볼 수 있겠죠.
하지만 문제는 이 극상의 즐거움에 유통기한이 있다는 겁니다.
서로간에 콩깍지가 벗겨지고, 각자의 단점들이 보이는 시점이 오게 되면,
HSP들의 민감한 안테나는 속속들이 상대방의 안 좋은 면모들을 캐치하게 되요.
그것보다 더 안타까운 점은,
소통을 통해 서로 노력하면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문제들을 당장의 갈등이 싫어 꾸역꾸역 참아가면서
결국 더이상 견딜 수 없는 시점이 왔을 때, 회피하듯이 관계를 정리하게 된다는 겁니다.
갈등과 직면하는 용기를 통해 관계를 더 공고히 할 수 있음에도,
갈등이 두려워 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꺼내놓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것은 HSP들의 강력한 관계 패턴이고,
이걸 이겨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일이에요.
HSP들은 모든 걸 혼자서만 고민하고 이별까지도 혼자서 결정내리곤 합니다.
이러한 패턴이 겉으로 봐서는 회피형 애착 유형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회피형 중 상당 부분은 애착 유형과는 관계없이 그 사람이 지닌 HSP 기질로부터 유발될 수 있습니다.
마음속 하지 못한 말들이 많아질수록 둘 사이의 심리적 거리는 점점 더 멀어지게 된다.
3. 그렇다면 HSP들은 어떤 사람을 만나야 하는가?
가장 정석적인 대답은,
자신이 HSP라는 것을 자각하고 있는 HSP들끼리 만나는 것입니다.
자각 HSP들은 자신의 기질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셀프-케어에 능숙하기 때문에,
다른 HSP들에 대해서도 잘 이해해줄 수 있고, 그들을 다루는 방법 또한 제대로 알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자각 HSP들끼리는 코드가 잘 맞는다고 보시면 됩니다.
말하지 않아도 알게 되는 이심전심, 심심상인의 경까?
그런데 만약, 같이 대업을 꾸려나가야 하는 관계라면,
이를테면, 동업이라든지, 부모가 되고자 하는 부부 사이라면, (딩크는 제외)
나랑 잘 맞지 않더라도, 긍정적이고 둔감한 사람이 베스트 핏이 됩니다.
자각 HSP들끼리는, 딱 둘만 있을 때가 베스트인 거지,
여기에 누군가가 더해져 고통과 갈등이 발생하게 되면,
둘 모두 쉽게 과부하가 걸리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문제 상황들에 적절히 대처해 나가기가 힘들게 됩니다.
특히,
HSP 부부가 아이를 낳게 되면, 육아 난이도가 정말이지 극상이 되요.
온갖 짜증과 찡찡거림, 각종 사건사고들을 달고 사는 아이들을 케어하는 일이란,
다른 존재들의 감정을 복사-붙여넣기 하는 HSP들에게 그 무엇보다도 어렵고 힘든 미션이기 때문이죠.
따라서, 이럴 땐 오히려 그 어떤 안 좋은 일이 있더라도,
허허 거리며 별 타격감 없이 받아주는 곰같은 사람들이 HSP들의 파트너로서는 제격일 수 있는 겁니다.
HSP는 각종 문제 상황들에 대해 쉽게 과부하가 걸리므로,
고난을 극복해낼 수 있는 캐파(capacity)가 둘이 합쳐 평균 이상이 되려면,
자신의 대척점에 있는 극둔감한 사람을 만나야지만 함께 각종 어려움들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
인생의 비극 중 하나는, 즐거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과 고난을 함께 견딜 수 있는 사람이 같지 않다는 점에 있다.
※ 무명자 블로그 : https://blog.naver.com/ahsu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