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치열한 경쟁으로 유명한 대표 선발전 시스템은 한국 양궁의 지속적인 성장을 뒷받침하는 원동력이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것보다 한국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하는 것이 더 어렵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한국양궁은 매년 국가대표선수들을 새로 선발한다. 올림픽 메달리스트도 내일을 기약할 수 없다.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아시안게임 선발전에서 탈락하고, 올림픽 쿼터 대회에서 성과를 낸 선수들이 올림픽 본선을 밟지 못하는 상황이 빈번하다. 그만큼 힘겨운 경쟁을 통과하고 살아남아야 올림픽에 나갈 수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은 어느 누구의 불평불만도 없을 만큼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된다.
국가대표 선발 과정은 상당히 길다. 최종 선발전 16명 엔트리에 들기 위한 재야 선발전이 연말부터 시작된다. 낙타 바늘귀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좁은 문을 뚫기 위한 고통스러운 시간이 수개월 지속된다. 최종 남녀 각 3인의 올림픽대표가 되려면 개인훈련을 제외하고도 공식 연습(3발)을 합쳐 총 4,055발을 쏘고, 표적지 확인 후 사선을 왕복하는 거리가 182km에 달한다. 대한양궁협회 김기찬 부회장은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경력이 쌓이고 나이를 먹어도 부담은 줄지 않는다"고 말했다.
투명, 공정, 원칙 그리고 시스템
4년 전 런던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양궁 대표팀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극심한 슬럼프에 빠진 최현주의 컨디션이 도무지 살아나질 않았기 때문이다. 똑같은 자세에서 쏴도 한번은 10점 한번은 5점을 기록할 만큼 들쭉날쭉했다.
감독은 "선발전을 다시 되돌릴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문형철 당시 양궁 대표팀 총감독은 "교체는 절대 안 된다. 원칙을 지켜줘야 후배들도 선발전 시스템을 믿고 갈 수 있다"고 힘을 실어줬다. 양궁 대표팀은 결국 최현주를 밀고 가기로 결정했다.
운명의 결승전, 상대는 중국이었다. 그런데 에이스 기보배가 초반부터 흔들렸다. 최현주의 부진에 기보배마저 무너지면 희망이 없었다. 절체절명의 위기. 그때 최현주가 기적 같은 10점 행진을 계속했다. 8발 중에 무려 5발을 과녁 정중앙에 꽂았다. 극적인 한 점 차 승리의 주역은 어느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최현주였다. 최현주와 양궁 대표팀은 참고 참았던 눈물을 다 함께 쏟아냈다.
금메달의 진정한 가치
원칙과 시스템을 지킨 금메달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일까? 양궁 협회와 코칭 스텝의 선택은 눈앞의 실패라는 위험을 감내하더라도 장기적인 성과를 위해 시스템을 지켜냈다는 점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문 감독은 "올림픽은 한 번만 있는 게 아니다. 그다음 또 그다음 계속될 텐데 갈등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것은 절대 안 된다. 그래서 그 당시에 원칙을 정말 잘 지켰다"고 설명했다.
여자 양궁의 올림픽 7회 연속 우승 신화와 리우 올림픽에서 남자 양궁이 8년 만에 왕좌를 탈환한 진짜 비결은 '원칙과 시스템'이었다. 선수들은 오직 실력으로만 무한경쟁을 펼치고, 그 과정에서 투명성을 보장하는 선발전 시스템이야말로 한국 양궁의 지속적인 성과를 만들어 낸 디딤돌이 됐다. 제대로 작동하는, 그래서 스스로 자부심을 갖는 양궁 국가대표 선발 시스템, 여기에 한국 양궁의 경쟁력이 있다.
계속되는 양궁 신화가 한국 사회에 던지는 의미도 적지 않다. 원칙과 시스템을 지키고, 그에 대한 모두의 신뢰가 형성됐을 때 최상의 성과도 낼 수 있다. 남자 양궁 대표팀은 설령 한두 번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시스템을 믿고 따라가다 보면 다시 정상에 복귀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사교육 없고 공정을 위해 어릴때부터 장비도 지원해서 똑같이 훈련.
4055발 쏘고 몇달간 빡시게 경쟁.
작년에 금메달 따도 이번에 못하면 1점차로도 짐쌈
선배 후배 학연지연(학교도 다 다름) 없이 나와의 싸움
세계경기보다 어렵다는 국대뽑는 경기
“양궁계에서는 흙수저도 없고 사교육도 없다”
다 같은 위치에서 공정하게 이뤄진다
이러니까 매번 세계대회 1등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