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사람에겐 더 큰 눈물을 선물하고 싶다
어느 것이 자신의 것인지 모르게
-안미옥, 여름 끝물 中
오늘은 내가 무수했다.
나를 모래처럼 수북하게 쌓아두고 끝까지 세어보았다.
혼자가 아니라는 말은 얼마나 오래 혼자였던 것일까.
-임솔아, 모래 中
이제 등에 몰두하자는 말을 했지 두 눈동자의 주름을 펼치며 바라보자고 했지 그러나 너무 많은 슬픔이 기성품이 되어 집에 돌아온다 누구나 붙잡고 말하게 되는
-서윤후, 누가 되는 슬픔 中
종종 용서하지 못한 사람의 꿈을 대신 꾸었다.
나를 용서한 사람의 꿈을 대신 꾼 날은 몸이 아팠다.
-변혜지, 메리고라운드 中
너는 잠에 빠져 있다 나는 네가 잠들어 있는 영화를 관람하기 시작한다 너는 꿈에서 열차를 타고 눈 속을 달려가고 있을 것이다 이제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너의 손바닥에 동화의 마지막 구절을 적어도 좋겠지 세계가 무너지는데 그 와중에 잠든 너는 아름답고
-양안다, 내일 세계가 무너진다면
부족한 사랑은 생명에 지장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훼손된 사랑은 굉장히 맛있기도 하다.
그래서 당신은 늘 나를 고파했고, 나는 때로 도망치고 싶었다. 도망치고 도망치다 다시 당신에게 내 살을 내어 주기를 반복했다.
-권박, 안트로포파지(anthropophagy) 中
아름다운 건 왜 죄다 남의 살이고 남의 피일까
강물에 돌을 던지고 물의 표정을 살핀다
내가 던진 돌을 잊어버린다
-유계영, 언제 끝나는 돌림노래인 줄도 모르고 中
사람들은 이렇게나 다른 것을 모두 얼굴이라고 불러왔네
또 이렇게나 모두 다른 사랑을 어떻게 불러왔는지
똑바로 익어가는 과일처럼 부드러운 세계를
흘러가는 시간을 본다
우리는 기호가 아니다
사랑의 형식들을 오른발로 밟으면
와장창 터지는 모두 다른 웃음소리
-김리윤, 이야기를 깨뜨리기 中
보이지 않는 모든 너와 함께할 거야
끝내 모를 나를 중얼거릴 거야
한번 저지른 나를 설명하지 않을 거야
한번 죽은 너를 다시 죽지 않을 거야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나를 엮어서 쓸 거야
너를 소환할 거야.
-신동옥, 오픈북 中
시, 좋아하시나요?
다 읽지 않았더라도
이해되지 않고 와 닿지 않는 문장이 있었더라도
한 순간이나마 위의 문장들을 읽으며 즐거우셨다면
어떤 다른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면
이런 것도 함께해보자고, 말하고 싶네요.
읽고 쓰고 말하고 듣는 일을 좋아하신다면
이런 것도 함께해보자고
용기 내어 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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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랑에 관한 다종다양한 이야기를
발견하고 발명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