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입술로 너무 많은 이름을 낭비했구나
내가 나를 모르면서 너를 부르고
또 너를 부르고
슬프다고 말했다
의미가 퇴색될 때까지
계속해서 슬프다 슬프다 슬프다고
중얼거렸어
나는 우리라는 이름 안에서 망가지고 있다
안타까워 사랑을 불신하는 세상 사람들이 마음의 벽을 향해 돌을 던지고 뒤돌아서는 순간 벽이 와장창 무너지고 안타까워 나는 내가 무너질 때마다 억울하고 분해서 어금니에 금이 가도록 이를 다물었다 입속에서 무언가가 씹힐 때마다 너의 창문도 깨져 있겠구나 너도 많이 안타까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고 너의 마음에 돌 던진 이를 모두 죽여야겠어 안타깝다 이제 나는 죽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생겨서 죽지도 못하지
몇 개의 주먹이 쌓여야 하나의 시체가 완성되는 걸까
너를 바라볼 때마다 나는 한 번도 한 적 없던 미래 생각에 빠졌다
너보다 하루 먼저 죽는 것, 너 때문에 그게 나의 꿈이 된다면
우리의 기분과는 별개로
세계는 폭설로 잠기는 중이지
낮은 곳에서 떨어져도 우리는 서로의 이름을 신음해야 했는데
자제력을 잃고 있어 전에는 어땠는지 기억 안 날 만큼 무작위로 울고 빛이 조각났어 다음 날 잠에서 깨면 잊고 싶은 것만 기억에 남고 모조리 잊어버렸지 무언가를 인간이라 부르기 위해서 몇 리터의 피와 물이 필요하고 얼마나 많은 양의 선악이 필요한 걸까 꽃을 꺾으며 생각했다, 사랑은 폭력에 가깝지만 폭력은 절대 사랑이 아니라고……
그러나 폭설은 쏟아지기를 멈추지 않는다
오늘은 눈이 내린다고
내일도 눈이 내린다고
어제부터 사람들은 떠들었다
내일도
모레도
우리의 불행에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착각할 때
우연을 운명이라고 잘못 들었을 때
눈보라 속에서 웃는 누군가를 보았어
어서 오라고, 손을 흔들었다 나는 침묵하기를 좋아했으나 사람들 앞에선 입가를 찢어 미소를 지어야 했지 그것이 슬프고 슬퍼서…… 옥상 난간에 서 있을 때 같이 서 주는 이가 누구일지 상상했어 나는 나의 마음 안에서 망가지고 있다 온 풍경이 얼어붙는데 나 홀로 화상을 입었어 어서 와, 이곳은 하늘이 너무 높고 나는 바닥과 가깝다 사람들은 웃고 있다 사람들은 입술을 길게 찢으며 웃고 있어 우리는 울지 않는다 우리는 겨우 웃음을 지어 내지만 울지 않는다 침묵, 그 뒤의 두 번째 침묵
몇 개의 사랑이 쌓여야 하나의 이별이 완성되는 걸까
너를 바라볼 때마다 나는 한 번도 겪은 적 없는 슬픔, 슬프다 슬프다 슬퍼서
곤죽이 되도록 망가지는 것, 그게 나의 운명이라면
빛이 쏟아지는 시간이면
두 눈을 묶어 두고
우연이 운명으로 전염될 경우의 수를 헤아리는 일
나는 내일 밤 꿈의 장면에서 미리 망가지고 있는데
나의 기분과는 별개로
세계는 소음에 잠기는 중이었지만
/양안다, 조각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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