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김대중재단이 개최하는 ‘김대중 정치학교’의 국회 대관 업무를 더불어민주당이 아닌 국민의힘에서 맡아 수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재명 ‘일극 체제’ 가속화 속에 민주당의 뿌리인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작 소외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12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재)김대중기념사업회(김대중재단)은 오는 9월부터 12월까지 약 3개월간 김대중 정치학교를 운영한다. 총 10강의 강연 중 10월 10일·17일·24일에 진행되는 일부 강연은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릴 예정이다.
다만 이와 관련한 대관 업무를 민주당이 아닌 국민의힘 소속 인요한 의원실에서 담당했다는 게 다소 논란거리다.
인요한 의원은 국민의힘 소속이지만 호남 출신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과는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인 의원은 평소 김 전 대통령을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아왔으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취임식에도 참석한 바 있다.
민주당은 민주화에 헌신한 김대중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한다고 자부하는 정당이다. 특히 김대중 정치학교를 운영하는 김대중재단의 이사장은 권노갑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으로 민주당의 협조가 어렵지 않을 게 분명하다. 그럼에도 김대중재단이 ‘김대중 정치학교’의 대관 업무를 국민의힘 의원실에 대관 업무를 부탁했다는 것은 뭔가 자연스럽지는 않다.
인 의원과 김대중재단과 연결점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지만 170석에 달하는 원내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이 있음에도 국민의힘 소속 의원에게 대관을 요청을 했다는 것은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재명 일극 체제 속에 민주당이 김대중 전 대통령은 뒷전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대중재단에서 민주당에 대관 요청을 하는 게 상식적이지만, 현재의 민주당에서는 이재명 아닌 다른 인사를 거론하는 것 자체를 꺼리고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과거 민주당은 다양한 의견과 목소리를 경청하는 진짜 민주 정당이었다면 지금은 그때와는 분위기가 다른 게 사실”이라며 “정확한 배경은 모르겠지만 김대중재단 쪽에서도 당내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DJ와 친분이 있는 인요한 의원에게 대관을 부탁한 게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민주당에서는 김대중 정신이 모욕당하고 있다고 주장도 나왔다. 당권 도전 중인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는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서로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고, 대화와 토론을 통해 합의하고 실천하는 다양성과 민주성, 역동성이 (민주당에서) 사라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의 민주당은) 총재 시절보다 더한 ‘이재명의 민주당’이 완성되어 가고 있다”며 “‘이재명 민주당’엔 더 이상 김대중·노무현은 없다. 김대중·노무현 정신은 모욕당하고 내쫓겼다”고 비판했다.
통합을 강조한 김대중·노무현 정신과는 다르게 자신과 이견을 내는 비명계는 쳐내고 친명계 만을 중시하는 당의 모습이 비정상적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전당대회가 열리는 시기를 두고도 민주당 내 김대중 패싱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전당대회 날인 18일이 공교롭게 김대중 서거 15주기로 당이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마저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광주전남김대중재단은 지난 7일 DJ 사저 매각 논란에 대한 입장 표명에서 “김대중 정신과 업적을 계승하겠다는 더불어민주당의 대응은 참으로 개탄스럽다. 탄생 100주년이자 서거 15주기를 맞이하는 8월 18일에 전당대회를 잡은 것은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대중재단 측 관계자는 해당 논란에 대해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다. 친분이 있고 아는 사람을 찾다보니 인요한 의원실에 부탁한 것”이라며 “또 인요한 의원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존경도 하고 호의적이라서 그랬다”고 말했다.
이어 대표적인 동교동계 인사인 박지원 민주당 의원에게 요청하지 않았느냐는 질의에는 “거기는 이제 앞으로 해주실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특별한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논란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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