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문의 압박 죄송합니다*
예전에 기내식 사진만 잠깐 올린적있는데 미국 체류중 새벽에 깨서 따로 할일이 없어 후기 글 한번 적어봅니다
퍼스트 클래스를 같이 탑승하신다고 생각하고 시간순으로 적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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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름지기 인생은 한방이 아니지만 마일리지는 한방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대한항공 마일리지를 한번에 털어서 미주노선 왕복 퍼스트 클래스 표를 구입해봤습니다
마일리지는 16만 차감되었고 기타 왕복 공항 이용료로 30만원 지불하였습니다
많이들 아시다시피 대한항공 및 스카이팀 항공사는 인천공항 2터미널에서 탑승하도록 되어있습니다
2터미널은 비즈니스 & 퍼스트 클래스 승객은 카운터가 따로 개설되어 있습니다
제가 간날은 입구 앞에 승객 몇분 서계셨습니다
줄 뒤에 멀뚱히 서있으니 직원분이 "어디 가십니까" 라고 친절히 물으십니다
"대한항공 라스베이거스 입니다" 라고 대답해봅니다
"좌석 클래스 어떻게 되십니까" 하시길래
"퍼스트 입니다" 라고 대답하니 직원분이 저를 앞으로 데려오시면서 "퍼스트 승객 이십니다~~ 라스베이거스 입니다~~" 라고 크게 외치십니다
벌써부터 적응이 안됩니다. 태생이 시골 촌놈이라 이런 귀빈대우는 어색합니다
옆을 슬쩍 보니 비즈니스 클래스 승객분들이 저를 위아래로 훑어보시는게 느껴집니다
'시골 촌놈 입니다' 라고 어디 써붙이고 다니고 싶지만 그런 서비스는 없는 모양입니다
퍼스트 클래스는 발권 창구도 따로입니다
입장해서 좌측은 비즈니스 클래스 발권창구이고 퍼스트는 우측에 무려 방이 따로 있습니다
조심스레 들어가봅니다
가자마자 직원분 3명이 붙어서 두분은 제 짐 부칠준비하시고 한분은 음료랑 간식 서비스 해주십니다
원하시는거 있냐 하시길래 그냥 오렌지 주스 달라고 해봅니다
여기서 배가 부를수는 없습니다
앞으로 몇시간동안 먹을게 산더미니까요
이날 발권하는 방에는 저뿐입니다
맘같아서는 한 30분은 뒹굴다 가고싶지만 직원분 두분이 눈 말똥말똥 뜨고 제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고 있어 불가능해 보입니다
빨리 표를 받아 면세점쪽 들어갑니다
사실 면세점에는 별 관심 없습니다
라운지나 가볼까 합니다
퍼스트 클래스는 출국장 라운지가 따로 있습니다
마일러스 클럽(대한항공 및 스카이팀 자주 이용하시는분들)과 같이 사용합니다
입장하면 아니나 다를까 어디선가 절 보고계신 직원분이 제가 자리잡고 앉을때까지 저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좀더 좋은자리 찾고 싶었는데 민망해서 그냥 앉아봅니다
앉자마자 식사주문 받으십니다
메뉴는 양식이랑 한식 식사류 있고 워커힐 주방장분이 직접 하시는것이라 얼핏 들은거같은데...
여기서도 따로 주문하지 않습니다
먹을거는 하늘에서 먹고 싶습니다
그래도 아무것도 안먹을수는 없어서 뷔페에서 몇가지 집어먹습니다
저건 관자요리에 버섯스프입니다
맛은 뭐 그냥저냥입니다
그리고 이날 라운지에는 저 포함 5명 있었는데 3명은 서양인 가족이었습니다
아주아주 부티가 나는 분들입니다
부럽습니다
사실 라운지에 찾아온 큰 이유는 이겁니다
꼭 샤워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공항 개인 샤워실에서 샤워하는거, 이게 또 퍼스트 승객의 특권 아니겠습니까
요게 다 개인 샤워실입니다
아주아주 깔끔합니다
한 5~6평은 되는거같습니다
온수도 잘 나옵니다
훌륭합니다. 저희 집보다 훨씬 낫네요
음료와 하겐다즈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시골 촌놈인지라 그냥 물 한병과 녹차 하겐다즈 하나 챙겨 나옵니다
어디선가 또 분명 아이스크림 챙겨서 주머니에 넣는 저를 보고계실거리는 합리적 의심이 들지만 뭐 어떻습니까
라고 되뇌이며 괜찮은척하고 들고 나가봅니다
대한항공 퍼스트클래스는 라운지 카운터에 금색 태그 요청하면 이름이랑 항공번호 박아다가 줍니다
아주아주 부티납니다
또 요런거 챙기는게 소소한 재미 아니겠습니다
막말로 항공권 돈이 얼만데!!!!
라고 되뇌이며 또 조심스레 챙겨봅니다
좌석에 입장했습니다
좌석은 1A이고, 항공기는 B777-300ER 입니다
최신기종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엄청 노후기종도 아닙니다
대한항공은 4종류의 1등석 좌석이 있습니다 (1등석이라고 다 같은 좌석이 아닙니다)
지금 보시는 좌석은 코스모 스위트 1.0으로 일등석 4종류중 2번째로 좋은 좌석입니다
코스모 스위트 2.0이 가장 좋은 좌석인데 개인 도어가 있어 완벽한 사생활 차단이 가능합니다
2.0은 미주는 애틀랜타 (운좋으면 샌프란도 된다고 알고있음) 정도고 대개 유럽행에 장착되어 있습니다
기타 뉴욕 LA등 A380 운영지는 모두 코스모 스위트 1.0입니다
운이 좋게 이날 퍼스트 승객이 저 포함 3명 밖에 없어서 그냥 제 옆이랑 뒤에 빈자리 4좌석 전세내고 왔습니다
잠옷이랑 이불 세트 다 준비되어 있네요
역시 훌륭합니다
대한항공의 유명한 수도꼭지 입니다
밑에 버튼 누르면 커피 나옵니다
꼭 해보십쇼 신기합니다
오자마자 메뉴 주문 받으십니다
식사 시간도 원할때 주시겠다고 합니다
커피는 안먹으므로 패스해봅니다
웰컴 드링크 말씀하시길래 구아바 주스 요청합니다
사실 샴페인 와인 먹을수 있으나... 아직 안됩니다
앞으로 먹을거 많습니다
벌써 취하면 안됩니다
그리고 그 유명한 '땅콩'을 같이주십니다
"까서 드릴까요, 그냥 드릴까요" 하십니다
승무원 분이나 저나 말은 안하지만 '그 땅콩 사건' 때문에 하시는 질문인것,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웃음기를 감추며 "까서 주세요" 해봅니다. 나이가 드니 땅콩 포장 까기도 어렵습니다. 요즘 여름에 반팔 티셔츠도 무겁습니다
키가 182 정도인데 다리 쭉 뻗어도 다리 받침대에 안닿습니다
사실 저 다리받침은 누웠을때 기준입니다
키가 한 2m 되시지 않는한 누워서 앞쪽 벽에 닿기 쉽지 않습니다
밑에 퍼런 수영복 가방같은게 어메니티입니다
다른 항공사보다 확실히 백은 좀 없어보입니다..
내용물은 그냥 저냥 합니다 그냥 챙겨놓습니다
헤드셋은 BOSS의 노이즈 캔슬링 헤드셋입니다
참 성능 괜찮습니다
마음같아서는 요것도 가지고 나가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귀국 비행기때 몰매 맞을거같아 자리에 고이 돌려 놨습니다
시골 촌놈 답게 이것저것 만져봅니다
오오 신기합니다
버튼 누르면 좌석이 앞으로 갔다가 뒤로갔다가 누웠다가 일어났다가 재밌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저를 지켜보는 것이 느껴집니다
고개를 들어보니 승무원분 셋이서 저를 지켜보고 계십니다
아무일도 없던척 자리를 고쳐 앉습니다
여기서 오늘 하루중 가장 민망한 시간을 가지게 됩니다
1등석 배정 승무원 세분과, 사무장님이 각각 따로 오셔서 "오늘 승객분을 맞이하게된 xxx 입니다.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라고 해주십니다
제가 뭐라고 영광까지.....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이런 상황에 익숙하지 못한 시골 촌놈이기에 저 또한 일어선것도 앉은것도 아닌 애매한 자세에서 "제가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인사드려봅니다
아무래도 저는 왕이 될 자신감은 없는듯합니다
벌써부터 부담스러워 집니다
이륙하자마자 벌써 식사준비 해주십니다
참고로 이 식탁, 수동으로 꺼내야하는데 굉장히 무겁습니다
승무원 언니 갸냘픈 팔로는 너무 힘들어 보입니다
지켜보는 제가 더 힘듭니다
그래서 이 다음 식사나 간식때에는 미리 식탁 제가 펴놓고 기다립니다
그런데 이때쯤 뭔가 이상한걸 눈치챕니다
저말고 두분이 더 탔는데 승무원 세분들이 유독 저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다른 퍼스트 승객분들한테는 앞에서 언급한 서로 민망한 인사시간도 안가집니다
이 궁금증은 내릴때쯤 해결되게 되는데.....
알고보니 2분은 미국으로 돌아가는 KAL 기장님들 이었습니다
즉, 퍼스트에 일반 승객은 저 혼자였던겁니다
이제야 왜 그렇게 승무원 3분이 저만 주시하고 있었는지 이해가 됩니다
와인도 골라주십니다
자신감있는 분들은 다 깔아달라고 하지만... 저는 역시 시골 촌놈입니다
차마 그럴 용기는 없어서 그냥 샴페인이랑 까베르네 소비뇽 하나씩만 먹어봅니다
좋습니다 이게 사장님들의 여행인듯합니다
애피타이저입니다
관자랑 뭐 어쩌구인데.... 사실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맛은 좋습니다
사실 이날 음식 전부 다 맛있었습니다
캐비어가 나옵니다
오세트라 등급이네요 나쁘지 않습니다
캐비어 먹을때 곁들여 먹는 비스킷과 계란등 입니다
나쁘지 않습니다
맛이 궁금하신분들 있으실텐데 그냥 약간 비릿하고 고소한 정도입니다
네 뭐라고 딱히 비유가 힘듭니다
어떤분이 전에 '캐비어랑 치킨중에 뭐 드실거에여' 질문 하셨습니다
BBQ 황올이라면 무조건 BBQ 먹겠습니다
밤을 갈아넣은 스프가 나옵니다
맛있습니다
슬슬 배가 불러옵니다 큰일났습니다. 아직 비행시간 9시간 남았는데 말이죠
샐러드도 나옵니다
그냥 무난무난 합니다
다만 제 배가 무난하게 불러오지 않는게 문제입니다
스테이크 주문받으십니다
굽기 말씀하시길래 저는 원래는 미디움 레어 선호하나 비행기에서는 미디움이 낫다는 조언을 들은적이 있어 미디움 해봅니다
미디움-웰던급으로 나옵니다..
맛은 좋습니다
굽기 어떻냐는 승무원 언니의 말씀에 "아 예 좋습니다^^" 했지만 속으로는 미디움 레어 시킬걸 이라고 해봅니다
굽기 맘에 안들면 다시 구워 준다는데 굳이 그럴 필요는 못느낍니다
승무원분들도 고생이 많은분들이므로 그냥 먹습니다. 맛만 좋으면 됩니다
일등석 앉은 주제에 왠 콜라냐 하실수 있지만 요 얼음띄운 콜라가 상공에서는 최곱니다
속이 뻥 뚫리는 기분입니다
콜라 광고를 기내에서 하는것도 나쁘지 않을것 같습니다
디저트1. 과일이랑 치즈입니다
요 과일이랑 치즈를 따로 가져오는게 아니고 제 앞에 산 만한 트레이를 직접 가져다가 저보고 고를 기회를 주십니다
사과 배 오렌지 수박에 블루치즈에 처음 듣는 치즈까지 즐비합니다
배가 심각하게 부르지만 그냥 먹어봅니다
솔직히 입만대고 말았습니다. 너무 배불렀거든요
그러니까 승무원 언니가 오셔서 "혹시 입맛에 안맞으시나요 ㅠㅠ"하고 아련하게 쳐다보십니다
예전에 '김태희씨 한테 과외받을떄 내용 이해 못하면 김태희씨가 미안해하는 모습을 보니 자기가 너무 미안하더라' 라는 썰을 본적이 있는데 그때 그 과외학생의 기분이 뭔지 알거같습니다
그냥 배가 불러 못먹는게 죄송스럽습니다
디저트2. 아이스크림도 나옵니다 (참고로 음식의 대부분은 선택권이 있습니다. 이것도 따로 고른겁니다)
요것도 반밖에 못먹었습니다
승무원 언니께서 또 안타까워 하십니다
죄송합니다 제 배가 이게 끝입니다 ㅠㅠ
화장실 놀러갑니다
그냥 이코노미 화장실과 넓이는 큰차이 없는데 좀더 깔끔하고 세안도구, 면도기등 각종 어메니티 배치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차이는 제가 화장실에서 나오면 승무원분께서 문옆에 대기하고 있다가 얼른 들어가서 정리하십니다
또 다시 민망해지는 순간입니다
나오니 침대 세팅이 되어 있습니다
누워서 영화보다 잠듭니다
크 행복합니다 이게 FLEX 인가봅니다
6시간정도 자고 일어나니 아침준비 해주십니다
먼저 시리얼 먹습니다
시리얼이랑 우유도 각각 4종류씩은 있습니다. 그냥 통곡물 시리얼에 저지방 우유 달라고 합니다
이것마저 열량 높으면 제 몸이 화낼것 같습니다
맛은 뭐 일반 시리얼입니다
요거트는 안먹고 싶었는데 그냥 받아보라는 승무원분의 눈빛이 간절하여 받아봅니다
맛있지만 한술밖에 못먹겠습니다
오늘 아침 메인메뉴는 우거지 갈비탕입니다
다른 노선은 육개장 준다고 들었는데 여기는 갈비탕인가 봅니다
아주아주 맛있습니다
지금 미국행 비행기에서 가장 생각나는 음식 꼽으라면 이거 고르겠습니다
후추랑 소금 뿌리니 태평양 상공에서 한국 음식점의 향기가 납니다
역시 전 시골 촌놈인가봅니다
후식으로 과일이랑 무슨 차(잘 기억이 안납니다. 맛은 뭐 그냥저냥) 먹습니다
이 차도 입만 대니까 승무원분 또 안타까워 하십니다
저도 한 식성하는 편인데 다른 승객분들은 도대체 얼마나 드신다는건지 궁금해집니다
창을 열어보니 벌써 라스베이거스 스트립이 보입니다
10시간 30분 여행이지만 집에서 쉬다 나온듯한 편안함 이었습니다
여건이 된다면 미국 서부 여행기(10일)랑 귀국행 KAL 퍼스트도 올려보겠습니다
글솜씨가 부족하여 죄송합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