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아무거나
엑스형
중국에는 인터넷 소설이 없었다. 있기야 했다. 하지만 이곳과는 격이 달랐다. 피씨통신의 시대가 도래한 뒤 우후죽순 올라오는 로맨스. 어리버리와 사대천왕. 난무하는 이모티콘. 그까짓 게 대한민국에 반향을 불러왔다.
저취시세계타락적원인
노란 장판 그런 게 제일 싫었다. 김도영은 곧 죽어도 머리카락 한 올마저 미끄러지는 얼룩덜룩 대리석 바닥이 좋았다. 이런 삶을 살다가 결국 꼼짝없이 죽게 될 거라면 시야 뻥 뚫린 고층 빌딩 루프탑 바에서 가 깨지는 쪽이 장판보다 나았다. 김도영은 그렇게 생각했다.
올나잇 레플리카
"나나야. 입에 볼펜 물어봐."
포스트 옐로우
열여덟의 칠 월. 고등학교 이 학년. 며칠 후면 방학이었다. 기말고사가 끝나고 여름방학을 기다리는 어수선한 교실. 밖에는 여름비가 청승맞게 오고 있다. 세시 밖에 안 됐는데 온 세상이 어둑하다. 교실이 습한 공기로 꿉꿉했다.
놈들
윤기는 패션을 숭배했다. 제 안에 뿌리내린 욕망을 가장 직설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기에.
딤더스트
삶은 대체로 같다.
미친 연애
-재현이 형. 김영훈 지금 형 옆에 있죠.
야 김빵. 나 얘한테 뭐라고 대답해. 그렇게 묻자 김영훈은 대충 여기 없다고 하라고 했다.
"김영훈이 없다고 전하래."
-영훈이한테 전화 한 번만 더 씹으면 진짜 개박살 낸다고 전해주세요.
"야 너 전화 또 씹으면 백강현이 대굴빡 뽀갠대."
"내 날라가기 전에 강현이한테 니 아구창부터 날라갈 줄 알으라고 전해 주라."
"영훈이가 니 싸물라는데."
-진짜 이럴 거냐고 전해주세요.
"백강현이 쌩까자는데."
"끼야 백강현이 나한테 언제 쌩까자고 그랬어."
"이럴 거면 걍 둘이 통화하지 그러냐?"
신주쿠블랙캣
이민혁이 학교를 때려치운 건 생각보다 별 것 아닌 이유였다. 인기가 많았다.
Dolls
"교수님 첫사랑 얘기 좀 해주세요~"
한강
'왔어요?'
이단비님에게 귓속말이 도착했습니다.
Da Ba Dee
오늘은 정수리 위에서 물폭탄이 터졌다. 어제 제 손으로 직접 정성껏 빨아 말린 교복이 걸레 빤 물에 축축히 젖어들었다. 김영훈은 먹먹한 귓가로 주변에 킬킬대는 웃음소리를 주워 섬기며 물기가 방울진 속눈썹을 깜빡깜빡 거린다. 현재 위치는 복도 중간. 수근덕대며 지나치는 애들. 뼈마디까지 쾅쾅 얼릴 듯이 차디찬 물이 온 몸을 적시고. 김영훈은 그 자리에서 크레이지아케이드의 배찌가 된 것 같은 망상에 휩싸인다. 물풍선게 갖혀 둥실둥실 떠오른다면 차라리 홀가분할텐데. 무료바늘 절대 안쓰고 터져 죽을 때까지 한껏 숨막혀할 테다.
클로닝
"숨바꼭질 하자"
개테로
신방 일육 김민규는 얼마나 타겟삼기 좋은 인물인가. 전 청와대 홍보수석 아들이라는 공적 타이틀과 안 어울리는 날티 가득한 외모, 잘생기고 훤칠하고 뜯어보기 좋은 몸. 싹바가지 없게 생겨놓곤, 사람을 너무 쉽게 믿고 쉽게 좋아하고 쉽게 정주고 쉽게 차인다.
키티 메두사 브라우니
홀의 테이블 간격은 정말 욕 나오게 좁아터졌다. 이동 동선을 생각 안하고 닥치는대로 끼워넣은 옥색 테이블들은 그 사이가 두 뼘이 채 될까 말까 였다. 그 사이를 지나치기 위해 웨이터들은 트레이를 머리 높이 치켜들고 골반을 이리저리 비틀어야했다. 높은 꼭대기층에서 홀을 내려다보고 있으면 그 모습이 꼭 왈츠를 추는 마리오네트들 같았다.
119입니다. 어떤 상황이신가요?
귀과적 진료 의뢰 드리오니 고진선처 부탁드립니다.
좀비다앙
장농상봉- 연이어 울타리삼고
한- 강수 가-로 흘러 앞마당 삼아
이학원에 사- 시장춘 피는 꽃들은
누리에 수놓- 을 무궁화씰세
빙점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바람이 서늘하게 분다. 담배를 연거푸 네 개비 피운다. 그래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는다. 민규는 사납게 머리를 헝클었다. 바람이 끝도 없다. 곧 멎을 듯 몰아치는 성긴 바람이다.
다시 생각해도 그날 오후는 아주 같았다.
내 거지같은 하루를 이 무민 일기장에 담아보겠어
8월 25일
일기장을 샀다. 일기 쓰려는 마음은 없었는데 이 일기장 무민 컬러가 너무 잘나와서 사버렸다.
성년의 생
고딩.
그것도 첫인상이라면 첫인상이겠지. 십여 년 만에 찾았다는 동생을 마주한 감상치곤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쿡쿠랜드
사회는 더럽고 부당하고 정말게 치사하면서 그런 주제에 표면적으론 정의로운 척을 한다.
남고생을 위한 플레이리스트
세상에는 많은 플레이가 있다. 이를 테면 게임 플레이, 음악 플레이, 스포츠 플레이 같은. 승민네 아버지는 애니팡을 좋아했다. 요즘도 종종 하트를 보냈다. 클래식도 환장했다. 영감의 원천이 쇼팽이랬다. 야구에 미쳐 살았다. 바쁜 일정에도 직관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런고로 세상의 갖가지 플레이들 중 하나겠거니 넘어가면 될 일인데, 도무지 그럴 수 없는 이유가 뭘까.
Boys, be ambitious!
수업 종 땡 치자마자 가방 머리채 잡고 달렸다. 종례고 뭐고 난 오늘 전정국한테 잡히면 뒤지는거다.
나프틸 덴
닳고 닳은 장면이다. 이 장면이 종이로 그려졌다면 이미 네 귀퉁이가 다 닳아 없어졌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종이가 아닌 영훈의 뇌 해마 안에 가만히 잠자고 있는 그 장면은 닳지도 않고 생생했다. 그런 점이 사람 사는 걸 꽤 진저리 나게 만든다.
소음 시그널
사는 게 혼란스러웠다. '내가 제대로 살고 있는 건가.' 하는 고민이 들면 샤프를 쥐고 있던 손에 힘이 빠졌다. 나는 정말 제대로 살고 있는 건가... 잘 모르겠다.
원래 미성년이란 그런 것이다. '사는 것'에 대해 생각하지 못하는. 만약 생각한다 해도, 어떤 게 바른 것인지 알아차릴 수 없는. 그래도 나는 그렇게 살고 싶었다. 이 철 없는 소음 속에서 선명한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아이스 아이스 잇츠릿
야 신발 이쁘다.
승연이 초대권 뿌린 인스타 친구들한테 정신없이 인증샷 찍어주고 있을 때. 뒤통수에 정확히 왓 꽂힌 소리였다. 하여간 눈썰미는 정말게 좋아. 저한테 하는 말인 줄은 알지만 승연은 괜히 한번 버텼다. 안 들리는 척 일행들 어깨동무 걸고 대기실 밖으로 우르르 데리고 나갔다.
보더라인 블루 락
198X년 X월 X일. 미옥은 밭일이 지긋지긋했다. 뙤약볕 아래 그을린 피부도 싫고 호미질로 굳은살 박힌 손마디는 혐오했다. 하지만 빌어먹으려면 일해야 했다. 나는 평생 부려지기만 하는 걸까. 땀 닦으며 개탄했다. 흙 뒤지어쓰며 일하지 않으려면 이 열 마지기 밭뙈기의 소유주가 되어야만 하겠지. 열두 살으 사고방식으론 그랬다.
해피캠퍼스
흐름을 읽고 분위기를 타는 건 쉬웠다. 그런 건 눈 감고도 했다. 쭈뼛쭈뼛 눈알만 구릴는 새내기들 사이에서, 적당한 센스와 재치로 귀여움 떠는 놈이 각광 받는 거야 당연한 일이었다.
을의 사정
요한은 이름만큼 값이 저렴한 것이 또 없다고 생각한다. 얼굴도 알지 못하는 이름이 비워지는 술잔과 함께 갈아 치워진다. 치졸하고 유치하기 짝이 없다. 역시 입을 쓰기보다 몸을 쓰는 게 백 번이고 낫다.
싸구려 구원서사
유독 인간만이 머릿수 많다 못해 썩어 넘쳐나는 지구에서 원치 않아도 저 새끼랑 살갗 부벼가며 살다 보면 간혹 어딜 가든 주목 받는 유명인사가 으레 존재하는 것을 목도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개유명한 것도 넣었음
첫머리 어디까지 썼는지는... 내 맘!
도입부에 소설을 잘 표현한 것들로 픽함
현재 딤더빼고 다 포타에서 볼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