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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케이ll조회 1622l 1
이 글은 10개월 전 (2024/8/21) 게시물이에요

고슴도ㅊl의 습격

 

 

안녕 여시들!!

개인적으로 교양 쌓아보려고 고등학교 문학 공부 하다가

너무 와닿아서 가지고 와본 글이야

 

 

 

오정희 作 옛 우물 (1994)

 

 

주인공은 성공한 남편, 성실한 아들을 두고 있는 사십 대 중반의 여성이야

불과 몇 년 전 까지만해도 우리 사회에서도 누구나 괜찮은 삶 취급했던 여성의 삶이라고 생각해

 

그런 주인공이 일상 속에서 자아를 찾지 못하는 심리 상태를 드러내는 지문이야

약 30년 전 작품인 것을 고려하면 오정희 작가님이 대단하신 것 같아

 

 

 

 한 사람의 생애에 있어서 사십오 년이란 무엇일까. 부자도 가난뱅이도 될 수 있고 대통령도 마술사도 될 수 있는 시간일뿐더러 이미 죽어서 물과 불과 먼지와 바람으로 흩어져 산하에 분분히 내리기에도 충분한 시간이다.

 

 나는 창세기 이래 진화의 표본을 찾아 적도 밑 일천 킬로미터의 바다를 건너 갈라파고스 제도로 갈 수도, 아프리카에 가서 사랑의 의술을 펼칠 수도 있었으리라. 무인도의 로빈슨 크루소도,광야의 선지자도 될 수 있었으리라. 피는 꽃과 지는 잎의 섭리를 노래하는 근사한 한 권의 책을 쓸 수도 있었을 테고 맨발로 춤추는 풀밭의 무희도 될 수 있었으리라. 질량 불변의 법칙과 영혼의 문제, 환생과 윤회에 대한 책을 쓸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납과 쇠를 금으로 만드는 연금술사도 될 수 있었고 밤하늘의 별을 보고 나의 가야 할 바를 알았을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지금 작은 지방 도시에서, 만성적인 편두통과 임신 중의 변비로 인한 치질에 시달리는 중년의 주부로 살아가고 있다. 유행하는 시와 에세이를 읽고 티브이의 뉴스를 보고 보수적인 것과 진보적인 것으로 알려진 두 가지의 일간지를 동시에 구독해 읽는 것으로 세상을 보는 창구로 삼고 있다. 한 달에 한 번씩 아들의 학교 자모회에 참석하고 일주일에 두번 장을 보고 똑같은 거리와 골목을 지나 일주일에 한 번 쑥탕에 가고 매주 목요일 재활 센터에서 지체 부자유자들의 물리 치료를 돕는 자원 봉사의 일을 하고 있다. 잦은 일은 아니지만 이름난 악단이나 연주자의 순회공연이 있을 때면 남편과 함께 성장을 하고 밤 외출을 하기도 한다.

 

 갈라파고스를 떠올린 것도 엊그제, 벌써 한 주일 이상이나 화재가 계속되어 희귀 생물의 희생이 걱정된다는 티브이 뉴스에 비친 광경이 의식의 표면에 남긴 잔상 같은 것일 테고 더 먼저는 아들이, 자신이 사용하는 물건들에 붙여 놓은, ‘도도’라는 말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도도]가 무엇인가를 묻자 아들은 4백 년 전에 사라진, 나는 기능을 잃어 멸종된 새였다고 말했었다. 누구나 젊은 한 시절 자신을 전설 속의, 멸종된 종으로 여기지 않겠는가. 관습과 제도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두려움과 항거를 그렇게 나타내지 않겠는가.

 

 

 

 

 

나도 이 소설을 끝까지 본건 아니라서 이 책 자체에 대한 평가는 할 수 없지만

이 지문만 봤을 때에는 우리 어머니 세대를 비롯하여

'성공적인'삶 취급받던 그들도 자아 실현의 욕구가 있었으나 스스로 뭉개지는 않았을까 생각해보게 되고

나 또한 내가 정말 원했던 삶은 무엇이었을까 고민보게 되더라고

 

이 글을 읽어준 여시들도 한번쯤은 되돌아보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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