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 5분도 못 버틸 것 같아. 내 몫까지 잘 살아야 해.”
23일 오전 2시 인천성모병원 장례식장. 전날 오후 경기 부천 소재 한 호텔에서 난 화재로 숨진 김모(28)씨의 아버지(56)는 딸과의 마지막 전화 통화를 떠올리다 눈시울을 붉혔다.
김씨에게서 첫 전화가 걸려온 시간은 22일 오후 7시 42분, 화재 발생 시각 3분 뒤였다. 휴대전화 너머로 “큰일 났다. 연기가 가득 차서 나갈 수가 없다”는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7시 47분 다시 걸려온 전화에서 딸은 “5분도 못 버틸 것 같다. 내 물건은 다 버려달라. 내 몫까지 잘 살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고가 난 날은 아버지 김씨의 생일이었다. 그날따라 딸은 “잘 다녀오겠다”고 인사를 한 뒤 집을 나섰다고 한다. 김씨는 “생일에 딸 제사상을 차려야 하는 현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며 울음을 삼켰다.
김씨는 “일찍 가세가 기운 탓에 딸이 집안의 중심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낮엔 휴대전화 매장에서 일하고, 밤늦게까지 패스트푸드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한다. 아버지가 버는 돈도 도맡아 관리했다. 최근엔 방송통신대에 등록해 못다 한 학업을 이어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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