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news.naver.com/article/028/0002705373?sid=102
서울 은평구의 한 노인요양원에서 일하는 김아무개(51)씨는 얼마 전 코로나19에 확진된 노인 환자를 위해 근처 약국 10곳의 문을 두드렸지만 치료제를 구하지 못했다. 코로나19 재유행으로 치료제 ‘품귀현상’이 나타난 탓이다. 김씨는 약국을 한참 전전하다 “서울 서대문구까지 가서야 겨우” 약을 구할 수 있었다. 6개월 넘게 이어진 의료대란 속에 여름철 코로나19 재유행까지 덮치면서 노인 환자가 밀집한 요양시설들은 초긴장 상태다. 김씨는 “코로나19는 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라 어르신들은 바로 약을 먹어 제균하지 않으면 결핵이나 폐렴 같은 중증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지금 병원에는 코로나 환자를 받아주는 시스템 자체가 없고 의료대란 상황이라, 정부는 거의 요양원 너희들이 알아서 치료하라는 식”이라고 말했다.
감염병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한 정부의 지침도 지원도 없는 상황에서 시설들은 ‘알아서’ 자구책을 마련하며 코로나19 재유행을 버텨내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6월 코로나19 위기단계를 하향하면서 사회복지시설을 ‘자율방역체계’로 전환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마스크 착용, 손 소독, 환기 등 자체 방역관리만 하면 면회나 외출·외박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환자나 보호자의 협조를 끌어내기도 어려워 “코로나보다 ‘포스트 코로나’가 더 무섭다”는 말까지 나온다. 김씨는 “자체적으로 면회수칙을 만들고 환자 외출·외박 자제도 요청하고 있지만, 보호자들은 ‘나라에서도 감기 취급하는데 왜 엄마 못 보게 하느냐’고 항의한다”며 “환자와 보호자가 사태 심각성을 인지할 수 있게 (팬데믹 때처럼) 정부 권고 지침이라도 마련되면 좋겠다”고 했다.
정부는 코로나19 유행 정점이 지났다고 밝혔지만, 요양시설들은 앞으로 다가올 추석 명절이 두렵다. 감염 취약계층이 밀집된 요양시설은 지금도 팬데믹 당시처럼 매일 아침 전 직원이 코로나 검사를 하고 있지만, 지자체의 진단키트 지원도 멈춘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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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구의 또 다른 요양원에서 일하는 김아무개(52) 국장은 “예전에는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환자를 보낼 수 있었지만, 이제는 119 구급대원이 섭외를 해도 응급실에서 경증이라고 안 받아준다. 총체적 난국”이라며 “정부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겠지만, 너무 일찍 손을 놔버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