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찰차 사망’ 경찰, 일할 시간에 다 잤다…일한 척 문서 꾸미기도
지난 17일 경남 하동경찰서 진교파출소 순찰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여성은 순찰차에 들어가기 직전인 16일 새벽 파출소 출입문을 당기고 두드리는 등 파출소에 들어가려고 시도했던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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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16일 새벽 2시10분께 ㄱ(40대)씨가 경남 하동군 진교파출소에 걸어와서, 파출소 건물 앞에 3분가량 앉아있다가, 일어나서 1분가량 파출소 출입문을 당기고 두드리는 등 파출소에 들어오려고 했다. 진교파출소에는 야간에 4명이 근무하는데, 3시간마다 교대로 2명은 파출소 1층에서 상황근무를 하고, 2명은 휴식을 취하며 대기한다.
하지만 ㄱ씨가 파출소에 갔을 당시 상황근무자 2명을 포함한 3명은 2층 숙직실에서 잠을 잤고, 나머지 1명도 1층 회의실에서 자고 있었다. 이 때문에 ㄱ씨가 파출소에 들어가려고 문을 두드리고 당기는 것을 전혀 몰랐다. 파출소 출입문은 2중으로 되어 있는데, 당시 문이 잠겨있었는지 아닌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파출소에 들어가는 것을 포기한 ㄱ씨는 파출소 마당에 주차해 있던 순찰차 2대(순18호·순21호) 가운데 순21호 뒷문을 열고 뒷좌석에 들어갔다. 순찰차를 주차할 때는 도난사고 등에 대비해 반드시 문을 잠그도록 정해져 있으나, 순21호는 문이 열린 상태였다. 순찰차 뒷문은 뒷좌석의 용의자가 달아나는 것을 막기 위해 밖에서만 열 수 있고, 안에서는 열 수 없게 되어 있다. 또 순찰차 앞좌석과 뒷좌석 사이에는 투명한 칸막이로 막혀 있어 ㄱ씨는 순찰차 뒷좌석에 갇힌 상태로 빠져나올 수 없었다.
순21호 순찰차는 16일 새벽 6시부터 7시까지 1시간 동안 순찰을 하도록 지정돼 있었으나, 근무자가 잠을 자느라 순찰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순찰차는 ㄱ씨가 뒷좌석에 들어간 16일 새벽 2시15분께부터 숨진 채 발견된 17일 오후 2시9분께까지 약 36시간 동안 7차례 8시간 동안 순찰을 하도록 지정돼 있었으나, 단 1차례도 순찰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남경찰청 관계자는 “순찰을 하지 않은 이유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지시사항을 기록하는 근무갑지에는 순찰계획이 적혀있었으나, 근무 결과 특이사항을 기록하는 근무을지에는 순찰하지 않은 이유가 기록돼 있지 않았다. 실제로 하지 않은 순찰을 한 것처럼 허위 처리한 것”이라며 “파출소장, 순찰근무를 배정하는 순찰팀장 등 진교파출소 직원 모두가 이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한 것으로 본다. 정확한 것은 감찰 조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업무를 인수인계하며 순찰차 점검도 제대로 하지 않을 것으로 확인됐다. 파출소 주간근무자는 매일 아침 8~9시 야간근무자와 업무 교대할 때 순찰차 운행기록·청결상태·특이사항 등을 확인하는 등 업무점검을 해야 한다. 또 야간근무자가 매일 저녁 6~7시 주간근무자와 업무교대할 때도 간략히 업무점검을 한다. ㄱ씨가 순찰차 뒷좌석에 들어가서 17일 오후 2시9분께 숨진 채 발견되기까지 16일 아침과 저녁, 17일 아침 등 3차례 업무점검이 이뤄졌다. 당연히 업무점검 과정에서 뒷좌석의 ㄱ씨를 발견해야 한다. 그러나 앞문을 열어서 시동도 켜지 않은 상태로 운전석 계기판만 눈으로 보는 등 형식적으로 업무점검을 했고, 순찰차 앞문이 잠기지 않은 상태인 것도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남경찰청 관계자는 “업무점검만 제대로 했어도 뒷좌석의 ㄱ씨가 숨지기 전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