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떨결에 청담동 백화점 VIP 문인회에
가입하게 된 혜자는 그걸 시작으로
거짓말에 거짓말을 하며 청담동살이를 해오다
최근 모든게 다 들통이 나고 만다.
-일주일간 참 많은 일을 겪었습니다.
-이 집 주인인 낙구오빠가 죽었고,
잘사는 척 뻥치면서 다니던 문인회에선
모든게 틀통나고..
-난 폭풍을 지나왔는데
주변 풍경은 하나도 변한게 없습니다.
-건너기 싫어 그렇게 뻐팅기던 강을 건너고 나니,
주변 풍경이 내게 말을 걸어오는 것 같습니다.
-거봐, 편하잖아. 그래서 건너라고 한 거야.
-진작에 이렇게 살 걸 그랬습니다.
문인회에서는 나오게 됐지만
그전에 시 공모전에 출품한 것이
1차 심사에 통과하게 된다.
혜자: 나 일차심사 통과했대! 웬일이니!
보희: 그게 되겠어? 어우 또 바람든다~
혜자는 뛸듯이 기뻐하지만
웬일인지 가족들은 시큰둥하기만 하다.
우현: 원래 일차는 웬만해선 다 붙어~
그러거나 말거나 혜자는 너무나도 기쁘다.
우현: ..발표는 언젠데?
혜자: 내일 모레 조간신문에!
우현: 기대하지 말라니까 괜히 또..
보희: 어휴 또 괜히 기대했다가 실망하지 말고~
그냥 편하게 안된다 생각해~ 되겠어?
혜자: 실망할까봐 겁나서
기대하는 즐거움도 못 누려 바보같이?
혜자는 가족들이 뭐라하든 기뻐하기에 여념이 없고
가족들은 계속해서 기대하지말라고 하는데
어디선가 낙엽이 우수수 떨어진다는 노래가 들려온다.
알고보니 반지하방에서
세들어사는 관우가 노래연습 중이었고
보희와 우현은 펄쩍 뛰며
좋은걸로 다시 부르라고 종용한다 ㅋㅋㅋ
둘의 감시하에 쨍하고 해뜰날 부르는 중 ㅋㅋㅋㅋㅋ
퇴근하고 집에 돌아온 혜자의 딸 지은.
호들갑 떨면서 공모전에 대해 묻다가
혜자가 들어오자
시치미 뚝 뗀다
지은: 엄마 너무 기대하진 마.
혜자: 다들 왜그래 진짜~ 냅둬! 나 혼자 그냥 즐기게~~
말로는 기대하지 말라고들 하지만
혜자가 집에 들어가자마자
손님이 만화책을 떨어뜨리자
가족들은 불같이 화를 낸다.
다리떠는 손님한테도
떨지말라고 잔소리ㅋㅋㅋㅋㅋ
다음날 아침준비를 하며 콧노래를 부르는 혜자
보희: 어쩌려고 저렇게 들떠..
지은: 우리 엄마 미쳤어!!
지은: 미역국 끓였어 미역국!!
혹시나 떨어지면 크게 실망할까봐
앞에선 기대감을 심어주지 않으려
필사의 노력을 하면서도
뒤에서는 온갖 부정 탈까 노심초사하며
미역국을 갖다 버리려는 가족들 ㅋㅋㅋ
결국 미역국을 버리고 찰싹 붙으라고 찹쌀떡을 사왔다.
혜자: 아니 그걸 왜 엎어 왜!
지은: 가스불 옮기다가 그랬어..
혜자: 으이그.. 아침부터 떡은.
보희: 내가 사오랬어~먹고싶어서~
혜자: 으이구 씻지들도 않고..
보희: 가뭄이래 물 아껴
혜자: 얘네들이 진짜 단체로
청개구리를 삶아먹었나 왜이래들?
슈퍼 갔다오다가 막대기로 담을 가로긋던 우현
-왠지 저쯤 어디에서 막대기가 튕겨서
긋지 못한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
다시가서 긋고오지 않으면..
누나가 당선되지 않을 것 같은 기분..
돌아가서 첨부터 다시 긋는다 ㅋㅋㅋㅋㅋㅋ
-왠지 이 돌담을 한바퀴,
아니 열바퀴를 돌면서 긋고 나면
누나가 확실히 당선될 것 같은 기분이다.
혼자 상념에 빠진 지은
-내가 잘못해 놓은 일들이
어디선가 여전히 또아리틀고 있는데
내 가족이 잘되길 바라는 건
왠지 염치없는 것 같은 생각.
-뿌린만큼 거둘거란 생각.
그래서 잘못을 용서받고 싶은 생각..
지은은 싸웠던 친구에게 전활걸어 화해를 청한다.
가족들은 내가 저지른 작은 잘못이
혹여나 내 가족에게 큰 불운을 가져다줄까봐 걱정이다.
다음날
아침 댓바람부터 나와서 신문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식구들
혜자: 웬일로 이렇게들 일찍 일어났어?
보희: 오늘 발표날이잖아!
혜자: 됐어~ 며칠 행복했던걸로 됐어~
그만들 들어가~
보희: 아유 좀 가만히 좀 있어봐~
오히려 당사자보다 식구들이 더 호들갑..ㅋㅋㅋㅋ
드디어 기다리던 신문이 도착하고
결과를 찾아보는데 그대로 굳어버린 가족들
떨어졌나보다 생각한 혜자는
속상해서 얼른 들어가라고 재촉하는데
당선이었다
혜자: 김혜자..나야... 이거 나야..
한집에 같이 사는 식구들도
문인회에서 신세졌던 박시인도
앙숙이었던 문인회 회원도
친한 동생도 모두들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자기 일처럼 기뻐한다.
축하전화를 받으며 집에 들어오는 혜자
그 뒤로 결과발표까지 부정타지 않으려
머릴 감지 않던 지은이 씻으러 가고
밤새 쪼그리고 기도한 보희와
밤새 돌담 돌고 온 우현이 들어온다.
혜자는 그 모습을 보고 생각한다.
-시를 좋아하는 건 좋아하는 거고..
인정받고 싶었습니다. 인정에 목말랐습니다.
-전 우주에서 날 인정해주는 것 같은 이 순간,
황홀경이 이런건가 싶습니다.
-그동안은 지구가 낯설었습니다.
육십년 넘게 살아온 지구인데도
봄도 여름도 가을도 겨울도..
죄다 남의 집구석인 양 낯설었습니다.
-그런데 오늘만큼은 이세상이 낯설지가 않습니다.
여기가 네 집이었다고,
제대로 왔다고, 제대로 가고 있다고
우주가 말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