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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신학교 150년만의 공개 / 영원과 하루 (내용요약 캡처)
KBS 스페셜 2005년 12월 24일 방송 분
1학년,
봉쇄구역의 하루
입학식 때 신부님이 제일 처음 물어보신 게,
대뜸 "너 신부가 왜 됐냐?",
"신부가 되면 가장 큰 유혹이 무엇이 있을 거 같느냐?", "여자 친구 있었냐?"
휴일 포함 오전 6:00 기상
처음엔 정말 정신이 없어서, 10년 동안 버티고 살 수 있을까..
말 없이 침묵하고 버틸 수 있을까..
그게 조금 힘들어요.
< 대침묵 >
밤 8시부터 다음날 아침 8시까지 침묵을 지킨다
아침식사 기도와 함께 대침묵 해제
제가 고등학교 교사 일을 하다가 신부를 한다는 것에 대해서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고..
왜 굳이 안정적인 일을 버리고..
연구실..
일이 힘든 것도 없었고 열심히 하고 있었는데도
뭔가 채워지지 않는 공허감이 있었어요.
농아 신부는 아무도 없습니다.
제가 신부님이 될 수 있겠습니까 하느님?
(지금은 아시아 최초 농아 사제가 된 박민서 신부)
어느날 상의 드릴 게 있다면서 저희를 부르길래
"그래서 여자친구 생겼니?" 라고 그랬죠
그랬더니,
아니라고.. 신학교를 가겠다고 그러는 거예요.
친구들 같은 경우는
니가 여자없이 살 수 있을 것 같냐고..
집에서 떠나는 날이 되니까..
저는 그냥 신학교에 올 수 있다는 것이 정말 기뻤거든요.
그래서 아침을 먹을 때 제가 환하게 웃으면서 밥을 먹었나봐요.
아버님이 "집 떠나는 녀석이 그렇게 환히 웃고 넌 마냥 좋은가보다" 하시면서
눈물을 보이시더라구요.
넥타이 딱 매고 "아버지 가겠습니다." 하고 큰 절을 하는데
그때 눈물이 막 쏟아져서..
군대 보낼 때는 덜 우시지 않을까요?
이미 한 번 보내셨으니까..
모든 옷과 양말에 학번표시
신부 된다고 친구들한테 말하니까.. 왜 가냐고 거기가면 결혼도 못한다고..
니가 신부 되면 난 스님 된다. 니가 신부 되면 내가 차도 사주겠다.. 그렇게 말들을 하더라구요.
그래도 저는 지금이 행복해요.
학교에서 150주년 기념으로 시계를 하나 선물해줬는데
처음엔 정말 휴대폰 같아서, 신기했어요. 그래서 영화제때 패러디 영상도 만들게 됐고..
신학생들이 직접 출연해 만든 패러디 영화
저희는 외출이 5시 20분까지라, 지금 마셔야 돼요ㅎ 학교에 늦으면 안 되니까..
보름달을 가만히 올려다보면서 행복하다 아름답다.. 생각하고 있는데
문득 든 생각이, 지금 이 시간에 달을 올려다보면서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생각해보니까
사회 생활을 하다보면 보름달을 보고 이렇게 생각에 잠길 시간이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제가 억압당하고 있다고 보실지 모르겠지만
오히려 생각의 자유가 넓어져서
작은 자유보다는 큰 자유를 찾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생각할 때는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이 더 다이나믹하고 열정적이고 신나는 일이고..
사람들이 정말 좋고, 재밌어요
신학교에서만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랄까 그런 것들이 있어요.
군대,
그리고 봉사 활동
건강하게, 잘 다녀오겠습니다.
사랑합니다.
몸이 아파 군면제를 받았을 경우,
3년동안 봉사기관에서 봉사활동을 한다.
저희 할머니 같고.. 맛있는 거 있으면 드리고 싶고
이곳에서 제가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과 생각들이 많이 바뀐 것 같아요.
모라토리움
군제대 후 1년간 현장체험 기간
국내 및 인도, 필리핀 등지에서 봉사활동
길거리에 생활하던 온몸이 다 썩어들어가던 환자, 그 환자의 발가락 세개를 잘라내야했는데
제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고..
다만 아프지 않게만 해달라고..
그 현장에 들어가서..
머리로 공부한 게 아니라 가슴으로 많은 것들을 느낀거죠.
3학년,
독방 그리고 빈방
신학교에 들어와서 5년만에 가지는 독방
여러명이서 단체 생활을 하다가, 이제 혼자 살게 되니까..
8시 이후에 방에 들어 오면.. 고독이라는 게 참 힘들더라구요.
고요한 방에 앉아 있으면
이제 정말 혼자 가는 길이라는 느낌이 드는 거죠.
주위엔 아무도 없고..
이제 평생 이렇게 혼자 밤을 지내야 한다는 생각..
저희들이 흔히 라스베가스라고 부르거든요.
저녁에 네온사인 반짝거리는 쪽을 보면.. 기분이 묘하죠.
< 여자 친구는 있었는지 >
아 이건 비밀인데..
없었..는데요.
없었죠ㅋㅋ
여자 친구가 없어야 되죠.
없었..죠
뭐 꼭 손잡고 팔짱끼고 뽀뽀를 해보고 그래야 사랑하는 것도 아니고..
별로 억울하진 않아요.
남들이 다 해본 걸 못 해봤다라는 식으로 생각을 하면 후회가 될 수도 있겠지만
저도 지금 남들이 못하는 걸 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나 가정, 그런 소유욕 같은 것들이..
신학교를 들어왔다고 해서, 신부가 됐다고 해서 끝나는 건 아니겠죠.
계속 한평생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그런 유혹이 당연히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너희 앞에 금과 은이 있는데
물론 사람마다 기호는 다를지 모르지 모르겠지만
금을 고른다고 해서 은이 싫어서 버린 건 아니거든요
둘 중에 하나를 택해야만 한다면
어차피 어느 하나는 어쩔 수 없이 상대적 가치를 지니니까..
펜을 들고 내려가다가.. 발걸음이 성당까지 이어지질 않더라구요.
9년, 10년.. 되는 시간이 솔직히는 좀 아깝죠 사실
그래도 신부님이 된다고 하면 아무렇게나 살수는 없잖아요.
그런 확신이 들지 않아서.. 미뤘죠.
92-96년 입학생 290명
189명 사제서품
101명 중도탈락
탈락율 35%
신부가 되는 과정에서 자신의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면..
나가는 것도 좋은 방향이라고 봅니다.
안 맞는 길을 가는 것 보다는
자기에게 더 맞는 길을 가서 행복하게 사는 게 더 낫다고 봐요.
자기가 행복한 길을 가야해요.
4학년,
검은 수단을 입고..
4학년 진급과 함께 독서직
독서직 - 미사중에 성경을 봉독할 수 있는 직책
5학년 진급과 함께 시종직 수여
시종직 - 미사 중에 집전사제를 돕는 직책
각 신학생의 출신 성당에서 온 축하객들
수단의 검은 색은 교회에 자신을 봉헌함으로써 세속에 대해 죽었음을 상징
수단을 입을 때는,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한 번 더 생각하게 되고, 절제하게 되고
내가 누군가를 도우면서 사랑을 베푸는 거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돌아보니까
내가 아이들에게 사랑을 베풀었던 것보다
아이들이 더 내게 많은 사랑을 주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누군가를 위해 봉사하고 나 자신을 희생할 수 있다는 게
정말 큰 기쁨일 수 있구나..
주 1회 성악 레슨
제 자신을 포기함으로써
세상의 더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는 것 같아요.
그게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습니다.
< 가톨릭 신학대학 수업은 총 7년 과정 >
불교수업 - 6학년 필수과목
한국사상사, 현대철학 등 최소 210개 학점 이수
설교학 - 6학년 필수과목
피정 - 일상의 모든 업무를 중지하고 기도와 묵상에 전념하는 것
신학교에서 겨울에 보면, 눈이 내리잖아요?
그때 눈이 내리는 소리를 처음 들었어요. 조용히 기도할 때.. 눈 오는 소리가 정말 들리더라구요.
7학년,
마침내 사제가 되다.
순명서약 - 하느님과 교회에 순종하겠다는 서약
서품식에 엎드리는 장면이 있거든요.
자기를 포기하고.. 가장 낮은 자세에서 하느님께 봉헌한다는 의미예요.
저희도 했었지만, 후배들이 하는 것을 보면 여전히 눈물이 납니다.
엎드릴 때는 인간 아무개로 엎드렸다 그러면,
일어날 때는 인간 아무개는 죽고, 사제 아무개가 일어난다..
김수환 추기경의 숙소
신부님의 모든 것들은 성당의 공동재산
길에 나가면 수많은 젊은이들이 왔다갔다 하는데..
우리 학생들과 뭐가 다른 게 있어.
우리 학생들도 안고 싶을 때 안고, 자고 싶을 때 자고, 놀고 싶을 때 놀 수 있는데
그러질 않고 그야말로 평생 독신으로서 이 모든 걸,
어떻게보면 어떤 규제속에서 자발적으로 해 나가는 걸 보면..
< 왜 신부가 되기로 했는지 >
내가 여기 왜 있는 걸까 생각해 봤을 때..
보통 사람들도 사랑을 하고 그러다보면 자기의 모든 걸 버리기도 하잖아요.
그런 것처럼 저도.. 이 모든 걸 사랑하기 때문에 여기에 와있고
아 이게 내가 갈 길이구나..
내가 행복해질 수 있겠구나.
나도 행복하고 다른 사람에게도 사랑을 주면서..
제가 몰랐던 제 자신을 알아가는 거죠.
내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포기함으로 인해서 얻을 수 있는 그런 기쁨..
말로 표현하긴 힘든 것들이죠.
신부가 된다면 가난한 이들에게 봉사하고,
어렵고 고통받는 그런 사람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고..
그렇게 모두가 함께 더불어사는 사회를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 개교 150주년 기념 음악회 >
가진 것 하나를 열로 나누면
우리가 가진 것이 십 분의 일로 줄어드는 속세의 수학과는 달리
가진 것 하나를 열로 나누었기에
그것이 ‘천’이나 ‘만’으로 부푼다는 하늘의 수학,
끊임없는 나눔이 행복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배우게 됩니다.
- 故 이태석 신부
가톨릭 신학교 150년만의 공개 / 영원과 하루 (내용요약 캡처)
KBS 스페셜 2005년 12월 24일 방송 분
풀영상 http://vimeo.com/35251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