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채에 수십억 원을 웃도는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 '찬양가'가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25일 엑스(X) 등 여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 아파트 표지석에 새긴 한 시인의 작품 '영원한 파라다이스-래미안 퍼스티지'가 공유됐다.
"서울은 나라 얼굴 반포는 그 눈동자"로 시작하는 이 시는 "우면산 정기받고 한강의 서기 어려 장엄한 우리의 궁궐 퍼스티지 솟았다"며 아파트를 '궁궐'에 빗댔다.
이어 입주민들을 "해 같은 인재들", "별 같은 선남선녀", "겨레의 심장 되시는 고귀하신 가족들"이라고 찬양했다. 조선시대 여섯 대 임금의 행적을 노래한 서사시 '용비어천가'를 연상시키는 문구다. 끝으로 시는 "반듯한 삶을 위해 따뜻한 내 정성을 / 씨 뿌려 가꾸면서 고운 꿈 키운 낙원 / 웅지를 품은 이들의 꽃숲속의 이상향"이라고 아파트를 칭찬하며 마무리됐다.
강동구 고덕 그라시움의 입주 기념 시조도 입길에 올랐다. '고덕 그라시움 입주에 부쳐'라는 제목의 이 시조는 "살고 싶은 아파트 / 살만한 가치가 있는 아파트/ 살아서 진정 행복한 아파트"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어 "공들여 설계한 명품 아파트 견본주택 개관하니 / 비 오는 휴일에도 인산인해 성황을 이루었고 / 분양 일순위 높은 청약률에 완판 계약까지 / 천우신조로 순조롭게 잘 마무리되었다"라고 분양 과정을 설명했다.
시 두 편을 접한 누리꾼들은 노골적인 찬양에 민망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하필 튼튼한 돌에 새겨놔서 미래에 발굴되면 인류 문화 수준 (평가를) 떨어트릴 것 같다", "북한의 선전 문구 같다"고 비판했다. 한 누리꾼은 "한강을 넓고 깊고 또 맑게 만드신 이여"로 시작하는 서정주 시인의 '전두환 56회 생일 축시'를 인용하며 "비슷한 느낌"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