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선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 강혜경씨가 대선 자체 여론조사 비용과 관련해 "김건희 여사한테 본부장(명태균씨)님이 돈을 받아오겠다고 저한테 청구서를 만들라고 했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가 대선 여론조사 조작 의혹에 직접 관여했을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강씨는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녹취를 공개할 예정이다.
한국일보가 이날 입수한 지난해 5월 23일 오전 11시 55분에 이뤄진 김 전 의원과 강씨의 통화 녹취록에서 강씨는 "대통령 선거할 때 우리가 자체조사를 엄청 많이 했다"며 "김 여사한테 본부장님이 돈을 받아오겠다고 저한테 청구서를 만들라고 했다"고 말했다. 강씨는 "조사했던 거를 제 인건비하고 등등 들어갔던 거(비용)를 청구서를 만들라 하셔서 만들어 드렸다"며 "(명씨가) '돈 받아올게, 꼭 받아올게' 하고 서울에 갔고, 그 뒤로 말씀이 없었다"고 말했다.
강씨는 이어서 "(명씨가 돈을 받아오기를) 기다렸는데 이제 우리가 선거에 들어갔다"면서 "의원님(김 전 의원)이 당선되고 나서 다른 사람들이 와있는 상황에서 (명씨가) '내가 대선 여론조사하고 일처리 해가지고 만든 공로로 해서 의원님 공천을 받아왔다'고 이렇게 얘기를 해버렸다"고 김 전 의원에게 공천 배경을 폭로한 명씨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자 김 전 의원은 "명 본부장이 오면 명 본부장을 어르고 달랠 수 있는 사람을 혜경씨밖에 없다"며 "지금 관두면 죽도 밥도 아니야"라고 강씨에게 명씨를 회유할 것을 설득했다.
이 통화에서 김 전 의원은 명씨의 도움으로 자신이 당선될 수 있었음을 육성으로 인정했다. 김 전 의원은 "나는 내가 뭐 알고 한 건 아닌데 어쨌든 명태균 득을 봤잖아"라며 "득을 봐서 국회의원이 됐기 때문에 내가 사실은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어떻게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은 감당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명씨의 도움으로 2년 전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될 수 있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명씨의 어떠한 행동에 대해 '감당'을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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