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정두홍 무술감독은 강동원의 검술 액션을 호평했다. "대한민국 배우 중 가장 칼을 잘 쓴다"고 평가했다.
그로부터 10년, 강동원은 여전했다. 그가 한복을 입고, 장검을 휘두를 때마다 여지없이 감탄이 나왔다. 여전히 그는 액션장인이다.
동료배우 김신록 역시, 촬영하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강동원의 검술 액션은 수려하다. 한국 영화산업의 보배"라고 치켜세웠다.
강동원의 생각은 어떨까?
"대한민국의 어떤 배우보다도 검술 훈련을 많이 했습니다. 다른 배우들과 비교가 안 됩니다. 정말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어요."
'디스패치'가 최근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강동원을 만났다. 넷플릭스 영화 '전, 란'(감독 김상만)의 비하인드와, 그 안에 담긴 노력을 들었다.
◆ 전, 란을 만났다
강동원이 대본을 고르는 기준은, 무엇보다 완성도다. 장르나 내용의 문제는 그 다음. '전, 란'은 강동원의 까다로운 눈에도 완벽한 시나리오였다. (각본은 박찬욱 감독).
"저는 장르와 내용은 신경 안 써요. 대본의 완성도, 스트럭쳐(structure)가 중요하죠. 기승전결이 잘 짜져 있는지, 엔딩과 클라이맥스가 좋은지, 제가 읽었을 때 신선한지 등을 따집니다."
그는 "이번 것(전, 란)은 되게 신선하다고 생각했다. 보통 영화에서도 잘 사용하지 않는 구도를 썼다"며 "모든 인물을 이런 식으로 다 잘 살리기도 힘든데, 그걸 해냈다"고 강조했다.
"종려, 천영, 선조, 겐신 등을 다 보여주기 쉽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전부 다 살아 있었죠. 의병대장 역시 분량이 많지 않았지만 (서사가) 다 있었어요. 종려와의 우정도 좋았습니다."
실제로, '전, 란'은 임진왜란으로 파생된 많은 비극을 담는다. 양반과 몸종의 우정과 오해, 임진왜란의 참혹함, 선조의 편협함, 의병들과 백성들의 고난…. 그 모든 서사가 짜임새 있게 흘러간다.
박찬욱 감독은 연출자인 김상만 감독까지 보증했다. 김상만은 '심야의 FM'(2010),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2014)를 연출한 감독. 대형 액션 사극의 메가폰을 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젠 모두 김 감독님이 훌륭한 연출자라는 걸 아시지만, '전, 란'을 찍기 전엔 아무도 모르셨을 겁니다. 그걸 개런티해 주신 게 박찬욱 감독님이셨어요. '감독님은 천재'라고 하셨죠."
그는 "감독님을 만났더니, 너무 좋았다. 스토리가 아닌 그림을 계속 묘사하고 설명하셨다. 번뜩이는 게 느껴졌다. '이 분이 비주얼을 생각하고 말씀하시는구나' 생각했다"고 전했다.
◆ 액션에, 감정을 담았다
강동원이 연기한 캐릭터는 노비 '천영'이다. 천재적인 무술 실력을 지닌 청의검신. 종려(박정민 분)와는 어린 시절부터 우정을 쌓지만, 계급과 오해로 인해 결국 적으로 만나게 된다.
액션, 그리고 감정. 그 2가지가 모두 중요했다. 강동원은 "일단은 액션 영화라고 생각하고 접근했다. 그런데 감정도 중요한 영화더라"고 말문을 열었다.
"종려와 즐겁게 놀 때도 액션을 했고, 싸울 때도 검을 휘둘렀죠.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게 다르겠지만, 제겐 퀴어 코드도 느껴졌어요. 그러다보니 액션에 감정을 담아내야 했습니다."
액션은 자신있게 소화했다. 그는 그 비결로 훈련량을 귀띔했다. "이것(훈련량)만큼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대한민국 그 어떤 배우와도 비교가 안 될 것"이라며 액션 비화를 털어놓았다.
"형사 때는 매일 10시간씩 주 6회, 총 8개월 동안 연습했어요. '군도' 때는 매일 천 번씩 기본으로 휘두른 후 훈련에 돌입했죠. 5개월 동안요. 이번엔 그만큼은 아니지만, 진짜 열심히 했어요."
대역도 최소화했다. 아주 위험한 신이 아니라면, 직접 칼을 잡았다. "저는 대역을 선호하지 않는 편"이라며 "군도는 99% 제가 했고, 이번엔 95% 정도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제가 연기할 때와 대역 분들이 하실 때 움직임이 다릅니다. 마음에 안 든다기보다, 제가 하는 것이 마음이 편한 거죠. 액션도 캐릭터고, 연기니까요."
가장 큰 이유는 감정이다. "이를테면, 제가 분노에 찬 움직임을 하고 싶다고 치자. 대역 분들이 하시면, 아무래도 감정보다 액션 위주로 하실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 배우 강동원은, 현재 진행형
'전, 란'은 그 어떤 작품보다 한국적이다. 그럼에도 글로벌 반응이 터졌다. 2주 연속 글로벌 톱10영화(비영어권) 부문 3위를 달리고 있다. 강동원 역시 호응에 기뻐하고 있다.
"시청 시간이나 횟수로 봤을 때, 반응이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한국의 사극인데, 하물며 좀비가 나오지도 않는데 말이에요. 이 정도로 봐주신 것 자체가 너무 감사하죠."
어느덧 데뷔 20년이 넘었다. 그간 배우로서 쌓아온 경험은, 책임감이 됐다. "예술이든 상업이든, 그냥 (대본이) 좋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뛰어든다"며 "하지만, 관객이 많이 봐주시는 건 늘 갈망한다"고 말했다.
"어떤 작품은 괜찮은데 흥행이 안 될 수도 있고, 어떤 건 '생각보다 (퀄리티가) 못 나왔네' 할 수도 있어요. 괜찮은데 안 되면, 아쉬워요. 예를 들면, '가려진 시간'(2016년) 같은 것요."
그는 "피드백을 보고 모자랐던 것들은, 반성한다. 실수가 있었다면, '이런 건 하면 안 되겠다' 하면서 제작하는 분들과 깊이 대화 나눈다. 극장에 걸리는 영화는 정말 신경 많이 써야 한다"고 전했다.
직접 제작에도 나선다. 주특기인 검술 액션 장르의 작품이다. "2개를 기획했다. 한복을 입고 칼을 휘두르는 것, 그리고 판타지 사극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제가 칼을 쓰고 싶어서 기획한 작품입니다. 시놉시스도 제가 썼어요. 시나리오가 없다면, 제가 쓰기라도 해서 만들어야죠. 그러니 출연도 해야겠죠."
마지막으로 강동원이 야심찬 목표를 남겼다. 그 열정은, 현재 진행형이다.
"전 세계에 재능있는 사람들과 일해보고 싶어요. 세계적인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박찬욱 감독님에게도 디렉션 받아보고 싶고, 봉준호 감독님과도 작업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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