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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싱밍ll조회 1207l
https://n.news.naver.com/article/032/0003329368?sid=102

지자체들이 추진하는 만남 주선 행사는 만남, 결혼, 출생을 유도하는 저출생 정책의 일환으로 실시되고 있다. 그러나 지역 내 젊은 여성 인구 비율이 낮아 행사 인원 모집조차 쉽지 않고, 공무원·대기업 등으로 참여 대상을 제한하는 곳도 있어 결혼의 계급화 현상을 부추긴다는 평가도 있다. 결국 여성의 설 자리가 좁은 지역사회, 출산을 기피하는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지자체의 중매 성공률을 높이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지자체 만남 주선 행사는 남녀 수십명이 모이는 단체 미팅 형태로 하루 혹은 1박2일 동안 진행한다. 레크리에이션, 와인 파티나 요리 수업 등을 겸한다. 최근엔 연애 예능 프로그램처럼 일주일~한 달간 합숙 행사를 하기도 한다.

행사는 용역업체가 맡는다.‘건전한 만남 기회’(경북 울진군) ‘진정한 만남 기회 제공’(전남 영암군) ‘결혼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제고’(경남 진주시) ‘만남의 안전한 창구 마련’(경남 김해시)을 내걸며 ‘남녀의 만남→결혼→출생’을 목표로 한다. 주로 지자체 출산보육과, 여성가족과, 청년정책팀, 인구정책팀이나 보건소가 행사를 총괄한다.

여성 참가자가 없다

행사가 끝나면 지자체들은 앞다퉈 ‘매칭률 40%’ ‘커플 8쌍 탄생’처럼 성과가 담긴 보도자료를 내놓는다. 만남 주선 행사가 성황리에 끝나는 것 같지만 내막은 조금 다르다. 여성 참가자를 모으려 지자체는 개인정보 수집과 일대일 홍보, 공무원 강제 차출을 마다하지 않았다. 행사의 매칭률도 수시로 부풀렸다.

지자체의 만남 주선이 예능 프로그램과 달리 난항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여성 참가자를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단양군이 지난해 12월 경찰서·소방서·교육지원청에 수요조사를 해보니 예상 남성 지원자 18명, 여성 지원자는 2명이었다. 경북 김해시가 지난해 추진한 ‘나는 김해솔로’ 2기 신청자도 남성(120명)이 여성(32명)보다 3.8배 많았다. 전남 화순군은 지난해 6월 ‘커플매칭 화순사랑 더하기’ 공고를 냈다가 여성 참가자를 모집하지 못해 행사를 취소했다.

사업을 중단한 지자체들은 ‘성비불균형-여성 신청자 수가 적음’(충북 진천군), ‘상대적으로 여성의 참여율이 저조해 행사 진행을 못하게 됨’(제주 서귀포시), ‘미혼여성 참가인원 미달’(경남 함안군), ‘여성 참여자 신청인원 부족’(경기 가평군), ‘지역여건상 여성 참가자 모집이 어렵고 목적에 따른 효과가 매우 미흡’(경남 통영시) 등의 답변을 내놨다.

지자체는 여성 참가자 모집에 몰두한다. 올해 4월 전남 광양시는 ‘광양 솔로엔딩’ 참가자를 재모집하며 ‘여성 20명’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경북 예천군은 올해 ‘1박2일 청춘공감 심쿵야행’을 추진하면서 운영계획서에 ‘여성참여자 위주 참여 유도’라고 적었다.

경남 김해시는 올해 내부계획에서 “여성 근무자 비율이 많은 어린이집, 호텔, 백화점 등에 ‘찾아가는 홍보 활동’을 하겠다고 했다. 올해 만남 주선 행사에 1억5000만원을 편성한 경북은 여성 참가자격을 지난해 ‘경북 또는 대구’에서 올해 ‘전국’으로 확대했다.

그래도 여성 참가자가 모이지 않으면 관내 공무원 차출로 이어진다. 2022년 해남군 보건소가 작성한 ‘땅끝 솔로탈출 여행 행사 결과 보고’ 문서를 보면 ‘여성 참가자 신청 저조(자발적 신청 1)’라고 쓰여 있다. 당시 여성 참가자는 15명이었는데 14명은 사실상 반강제로 참가한 것으로 보인다. 14명 중 8명은 행사 담당인 보건소 여성 직원이었다. 해남군은 2019년 행사 때에도 여성 참가자 16명 중 ‘자발적 신청자는 1명뿐’이라며 ‘행사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만남·결혼 주선' 맛들린 지자체들…여성 참가자 없어서 '공무원 차출' | 인스티즈



■여성이 없다

지난 7월 경북의 한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명소 카페에서 진행한 미혼남녀 만남 주선 행사, 30대 남성 참가자 김서준씨(35·가명)는 맞은편 여성에게 “근무하는 데서 나가라고 해서 나온 거죠?”라고 따져 물었다. 여성은 “저 그런 거 아닌데…”라며 말끝을 흐리며 부인했다. 남성들은 의구심이 풀리지 않은 눈치였다.발단은 여성 참가자 나이였다. 당시 행사는 28세부터 신청 가능했는데, 20대 중반의 여성이 참여한 것이 영 의심스러웠던 것이다. 김씨는 “지난해 행사에서 차출된 여성 공무원들이 대거 발견돼 남성 참가자들이 항의를 했다고 들었다”며 “억지로 나온 여성 지원자와 커플로 성사돼도 실제 만남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으니 미리 확인하려 한 것”이라고 했다.

억지로 여성 지원자 수를 맞추더라도 끝이 아니다. 좁은 지역에서 연애와 만남이 회자될 때 수군거림의 대상이 주로 여성이 되는 점이나 지역의 가부장적 문화를 고려하는 지자체 노력은 눈에 띄지 않았다. ‘여성 참가자들은 나이가 어려 덜 적극적’(전남 고흥군)이라고 분석하거나 ‘접수 연령 조정 검토’나 ‘좁은 지역 내 보수적 성향으로 여성들이 참여를 꺼려 모집 범위를 거제·고성으로 넓혔다’(통영시)는 수준의 대안을 제시하는 데 그쳤다. 전남의 한 20대 여성 공무원은 “지자체에선 여성들이 왜 참여를 안 하는지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선 덜 고민한다”고 했다.

오히려 지역에선 비자발적으로 행사에 등록한 여성 참가자를 탓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2020년을 끝으로 사업을 종료한 충남 태안군은 내부 문서에 사업 중단 이유를 ‘여성 참가자의 소극적인 태도’로 들었다. “여성 참가자 대부분은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한 참여로 매년 참여 실적이 저조할 뿐 아니라, 행사 진행 시에도 소극적인 태도 및 형식적인 참가 등으로 남성 참가자들로부터 의욕 저하와 불만을 야기했다”는 것이다.

여론조사업체 한국리서치가 지난해 6월 진행한 ‘2023 결혼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만남 주선 행사의 필요성을 묻는 말에 18~29세 여성은 18%만 ‘필요하다’고 답했다. 같은 나이대 남성의 2명 중 1명(51%)이 ‘필요하다’고 답한 것과 차이가 크다.

최근 10년 사이 20~30대 여성들이 지역을 떠나며 행사에 참여 가능한 여성은 더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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