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공지가 닫혀있어요 l 열기
모바일 (밤모드 이용시)
댓글
지상부유실험ll조회 5965l 3








지난 16일자 A12면 '서울대 게시판의 신림동 비하 논쟁' 기사를 읽었다.

서울대생들의 인터넷 게시판에 '신림역 근처엔 왜 이렇게 질 떨어지는 사람이 많죠?' '패션과 외모, 머리 모양 등이 전반적으로 저렴해 보인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에 '누군가는 이 글을 보며 상처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왜 못 하나' '글쓴이는 왜 나름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송두리째 폄하하는가'라는 비판이 있자 '왜 선비인 척하느냐' '신림역에 모이는 사람들이 저렴하고 불쾌한 느낌을 주는 것은 사실 아니냐'는 반론이 나왔다는 것이다.



같은 학교 졸업생으로서 무심할 수 없었다. 다만 전제할 것이 있다. 마치 서울대생 다수의 의견인 것처럼 받아들이는 것은 왜곡이다. 그리고 '서울대생'의 의견이라고 뭔가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보는 것도 난센스다.



젊은 세대 일부의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 의미 있다.

먼저 '불쾌한 느낌을 주는 것은 사실 아니냐'는 항변은 요즘 인터넷 일각에서 흔히 보는 '팩트(fact·사실)는 팩트다' '개취(개인적 취향) 존중' 운운의 논리다.

그러나 세상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다. 미국 백인 청년이 '슬럼가 흑인이 더럽고 불쾌한 것은 사실 아니냐'고 개인적 취향을 말하는 것은 인간을 노예로 사냥한 역사와 빈부 격차, 불평등이라는 맥락에 대한 무지다.

인간 세상에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가치 중립적인 팩트란 없다. 그걸 생각한다면 함부로 말할 수 있을까.



더 심각한 것은 '왜 선비인 척하느냐'는 한마디다. 요즘 인터넷에 횡행하는 '선비질'이라는 용어이기 때문이다.

'선비'가 모멸적 용어인 세상이다. 위선 떨지 말라는 뜻이다. 속 시원한 본능의 배설은 찬양받고, 이를 경계하는 목소리는 위선과 가식으로 증오받는다. 그러나 본능을 자제하는 것이 문명이다.


저열한 본능을 당당히 내뱉는 위악이 위선보다 나은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위선이 싫다며 날것의 본능에 시민권을 부여하면 어떤 세상이 될까.



1차대전 패전 후 독일인들은 막대한 배상금 부담에 시달렸다. 이때 나치들은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며 유태인의 열등함, 사악함이 모든 문제의 원흉이며 아리아인의 우수성이 '팩트'라는 우생학까지 주장했다.

그들 마음속 심연에는 지금의 고통을 남의 탓으로 돌리고 자존감을 회복하고 싶은 본능이 있었다. 결국 성실하고 착한 가장들이 이웃들을 대량 학살하고 그 피하지방으로 비누를 만들었다. 그게 우리 인간의 본능이다.

여성 차별, 흑인 차별, 이민자 증오…. 우리의 본능은 전자발찌를 채워야 할 상습 전과자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서로에게 선비질을 해야 한다.


생각해 보면 후배 세대의 위악은 선배인 우리들의 위선이 낳은 것이다.

우리는 열린 교육과 인간화를 주장하며 뒤로는 내 자식만 잘되라고 선행학습이라는 이름의 조직적 커닝을 시키느라 고전을 읽고 인간과 사회에 대해 고민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권위주의와 싸운다는 명분으로 막말과 냉소가 주는 쾌락에 도취했고, 그 결과 진보와 보수라는 탈만 쓴 반지성주의가 적대적 공생관계를 맺는 인터넷 생태계를 만들어냈다.

후배들에게 사과한다. 기득권은 다 누린 주제에 극심한 경쟁과 불투명한 미래에 좌절하는 후배들을 싸잡아 욕하는 선배의 일원이기에 말이다.



아무리 사실이라 믿어도 함부로 말해선 안 된다 | 인스티즈



 
로그인 후 댓글을 달아보세요
 

혹시 지금 한국이 아니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카테고리
  1 / 3   키보드
닉네임날짜조회
이슈·소식 알콜 중독 진단 받고 충격먹은 추적 60분 PD.jpg192 실리프팅03.19 18:0284274 1
유머·감동 의외로 라면 끓일 때 희소한 유형들115 마유03.19 12:51108675 1
유머·감동 이진호 : 김새론 결혼 했었다.109 퓨리져03.19 19:0189532 0
정보·기타 김수현 쉴드 글 올린 여행 유튜버 천천히 세계여행 앤젤리나92 아마난너를사랑하나..0:1642661 2
유머·감동 오마이걸 아린이 카톡 답장 잘 안하는 이유.jpg118 옹뇸뇸뇸03.19 22:4447161 6
요즘 카페에 나타난다는 신종 빌런1 짱진스 12.21 20:22 6490 0
(선착순 무료나눔) 지하철 역 1개씩 가져가세요146 진스포프리 12.21 20:08 96424 0
회색이 튀어나왔다 vs 핑크색이 튀어나왔다 (회튀 vs 핑튀)4 애플사이다 12.21 20:06 2823 0
황정민 부부 결혼사진19 31110.. 12.21 19:51 18909 14
꼬마야 너무 많이 짖으면 안돼!5 Nylon 12.21 19:37 4031 1
서비스직에서 오래 일한 사람들 특징4 김규년 12.21 19:36 13655 1
분노 없는 치와와들1 이시국좌 12.21 19:36 4608 0
까꿍냥이1 김규년 12.21 19:20 1414 0
배우 나문희 선생님이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하시는 이유14 김해일_미카엘 12.21 19:13 18113 2
애플을 개변태라고 하는 이유 헤에에이~ 12.21 19:05 1821 2
박지원할배 나이많아서 위원장 대행 된게 오늘 내 웃음벨39 더보이즈 상연 12.21 19:04 20571 14
여기 퇴근을 10년 동안 못하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jpg 아파트 아파트 12.21 19:04 4798 1
외국인도 체감하는 한국의 사계절2 인어겅듀 12.21 19:04 4231 0
걸어가는데 밑에 토끼가 들어온 고양이4 30786.. 12.21 19:04 4611 4
엄마에게 배운 제육볶음을 해외에서 처음 만들어본 차은우.jpg7 넘모넘모 12.21 18:49 9418 3
혜리, 아이들 미연과 수영복 투샷日 온천 우정 여행2 아우어 12.21 18:48 14445 0
나보다 특이한 알바 많이 해본 사람 없을듯... 알바 해본거 후기 간단하게 적는다ㅋ..8 우Zi 12.21 18:48 10266 2
성격이 정말 좋은 사람들은 어떻게 그런 성격이 된걸까요?1 게임을시작하지 12.21 18:39 3526 0
한국인이 가장 싫어하는 채소3 無地태 12.21 18:34 7883 0
오늘 나혼산 곽도규 스튜디오 포토1 남혐은 간첩지령 12.21 18:17 5473 0
이슈
일상
연예
드영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