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아의 날씨와 얼굴] 여자를 집으로 데려오는 여자들
힘든 일 생기면 우리집에 오라고 말하던 언니들이 있었다. 나는 10대 혹은 20대였고 집이 없었고 있더라도 너무 남루했고 어떤 밤에는 정말로 돌아갈 곳이 마땅치 않았다.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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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일 생기면 우리집에 오라고 말하던 언니들이 있었다. 나는 10대 혹은 20대였고 집이 없었고 있더라도 너무 남루했고 어떤 밤에는 정말로 돌아갈 곳이 마땅치 않았다. 언니들 집에 찾아가면 밥을 해주거나 시켜서 줬다. 내 얘기를 들어주고 언니들 얘기를 들려줬다. 자고 가라며 이부자리를 펴주기도 했다.
이제 와서 생각한다. 그때 언니들 되게 바빴을 텐데 어떻게 시간 냈을까. 언니들도 가난했는데 왜 가진 걸 나눠줬을까. 그저 나보다 조금 덜 가난했을 뿐인데. 이제는 30대가 된 내가 주위 여자들에게 말한다. 사는 거 너무 힘들면 우리집에 오라고. 그럼 폭력을 겪거나 이혼을 겪거나 고립을 겪거나 자기 자신을 겪다가 탈진한 친구들이 내 소파에 누워 쉰다.
친구들의 얼굴은 특별하고 슬프다. 징그럽게 똑똑한 애들이 별 고생을 다 하며 산다. 나 역시 스스로를 굴리고 돌보는 게 아직 벅차지만 때때로 어떻게든 시간을 빼서 그들과 함께 있는다. 먼저 태어난 여자들이 그러라고 알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