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진원지로 지목되며 정치권으로부터 연일 맹폭을 받고 있는 ‘온라인 백과사전’ 격인 나무위키가 서비스 접속이 차단되더라도 영업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짜뉴스 논란에 대해서는 “같은 논리대로라면 SNS도 차단해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판 위키피디아’ 격인 나무위키의 국내 접속 차단이 필요하다며 강경 대응을 이어가는 정치권과의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나무위키 운영사 우만레에스알엘(umanle S.R.L.·우만레)은 10일 국민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특정 국가에서 내부 문제로 인해 접속 차단을 실시한다고 해서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은 없다”며 우리 정부의 조치에 대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서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는 지난 1일 나무위키가 가짜뉴스를 방치하고 있다며 국내 접속 차단 등 강력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만레는 나무위키를 통해 국내 미디어계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정확한 정체는 베일에 싸여 있다. 나무위키 전 세계 트래픽 중 대부분은 한국에서 발생하지만 정작 본사는 파라과이에 있다. 이들은 오로지 이메일로만 소통하며 국내에 사무소조차 없다. 실소유주는 한국인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정보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홈페이지에는 ‘2016년 설립된, 파라과이 수도 아순시온에 있는 IT서비스 회사’라는 짤막한 소개글이 있을 뿐이다.
나무위키 측은 “대한민국에서 접속이 차단되면 서비스를 중단할지에 대한 질문은 처음부터 성립할 수 없다”며 “특정 국가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차단했다고 해서 그 서비스를 지속할 것이냐고 묻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나무위키가 정치권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게 된 배경에는 방대한 양의 정보와 파급력이 있다. 기존에는 개별 사건에 대한 여러 언론 보도와 전언(傳言)을 종합해야 가능했던 정치인들에 대한 평가가 나무위키에서는 클릭 한 번으로 이뤄진다. 2021년 기준 나무위키 일일 페이지뷰(PV)는 최대 4500만뷰다. 우만레가 나무위키를 통해 벌어들이는 연간 순이익만 1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나무위키 소재지가 파라과이에 있다는 점에서 한국 사법권이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김 의원에 따르면 나무위키는 법적 분쟁에 대해 “파라과이 법원에 제소하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개인이 나무위키를 상대로 제도적 구제를 받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국내에 기반을 둔 언론사나 웹사이트의 경우 각각 언론중재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피해 구제 역할을 맡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의원이 발의 예고한 나무위키 투명화법이 나무위키 운영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이 법은 나무위키가 국내 대리인을 두도록 강제하고, 불법 정보 유통을 방지하며 이에 대한 수익을 환수토록 한다. 법안이 통과되면 나무위키 측이 이메일로만 소통하고 국내 규제에 따르지 않는 현행 시스템을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여론의 극심한 반발을 고려하면 정치권 차원에서 나무위키 접속 차단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영문판 위키피디아의 경우 이날 기준 전면 차단하는 국가가 중국 북한 미얀마 3개국에 불과하다. 일부 차단이 이뤄지는 곳(이란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을 합해도 6개국에 그친다. 이처럼 표현의 자유가 극히 제한되는 국가와 함께 ‘위키 차단국’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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