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의 문장, 또는 문단을 소개하는 글입니다
2) 당연하지만 책 내용이나 줄거리 스포가 될 수 있습니다 유의해 주세요
3) 한국 책만 추려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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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진짜 궁금해서 그래. 아무런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데, 세상의 인정조차 주어지지 않으면, 그것을 왜 계속해 나가겠어? 보상심리로? 할 수 있는 게 그것 밖에 없어서? 그런 삶을 응원할 수 있어, 너?"
나는 윤미의 그 질문이 고태경에게 내가 던지고 싶은 질문과 맞닿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카르페 디엠이니, 욜로니, 그렇게 살고 싶어도 감독 지망생 뿐만 아니라 입시생들이, 취준생들이, 모든 청춘들이 유예된 삶을 살고 있다.
"반반 하자."
"네?"
고태경은 마치 양념 반, 프라이드 반, 반반 하자는 듯이 툭 말했다.
"자네도 살아야지. 어떻게 다 자네 책임이야. 반반 해. 상황이 어려웠던 것도 사실이잖아. 네 탓만 하지 말고 세상 탓도 절반 하자고."
-GV빌런 고태경, 정대건
모든 젖어 있는 것에 나는 태연할 수 없다. 젖은 얼굴의 비애 앞에서 나는 꼼짝도 하지 못한다.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양귀자
필요한 걸 주는 사람과 사랑에 빠지기는 쉽다. 사람은 말 한 마디, 1분이 채 되지 않는 찰나의 친절만으로도 사랑에 빠질 수 있다.
-만조를 기다리며, 조예은
매일 매일이 어떤 굴레 안에 있는 것 같아. 너도 이럴까?
처음엔 비극이었다가, 다음엔 희극이었다가.
한때는 내 안의 비극이 고갈되고 있는 것 같다고 느꼈어.
네가 옆에 있을 때 그랬어.
근데 그러면 항상 더 나쁜 게 오더라. 지금은 그마저도 없어. 이 상황이 희극 같기도 해.
내가, 우리가 이 순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트로피컬 나이트, 조예은
그래도 죽는다는 건 알았어요. 죽을 걸 알았다고 해야 하나.
어떤 기분이었어요?
무서웠어요. 아주 무서웠어요.
아아.
살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정도로 무서웠어요.
그는 어째서 죽지 못했는지, 어떻게 거기서 집으로 돌아왔는지는 생각나지 않았다.
어째서였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지만 아마 시답잖은 이유였을 것 같다.
문득 콜라가 마시고 싶었다거나 아직 끝나지 않은 드라마의 결말이 궁금했다거나 하는 그런 것들.
그래, 맞아. 그런 것들이었겠지. 그런 것들이었을 거야.
-브로콜리 펀치, 이유리
그 순간, 내가 이 사람을 좋아한다는 깨달음이 피할 길 없는 파도처럼 나를 뒤덮었다.
이 사실에 순응해야 했다. 내게 이 사람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토록 큰 위안과 감사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에.
(...)
나는, 좋아한다. 이 사람을. 이 사람이 좋다. 이 사람을 좋아한다. 나에게 그건 아주 단순하고도 파괴적인 사실이었다.
-더 셜리 클럽, 박서련
노든은 누군가 자신의 운명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한순간에 영문도 모르게 철조망이 열리다니. 그것도 그토록 밖으로 나가고 싶어 했던 앙가무가 죽고 난 다음에.
노든은 악몽을 꿀까 봐 무서워서 잠들지 못하는 날은, 밤이 더 깊거진다고 말하곤 했다. 이후로도 그들에게는 긴긴 밤이 계속 되었다.
"혹시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알을 돌봐주겠다고 약속해 줘. 난 이제 너 밖에 없잖아."
"노든, 복수하지 말아요. 그냥 나랑 같이 살아요."
내 말에 노든은 소리 없이 울었다. 노든이 울어서 나도 눈물이 났다. 우리는 상처투성이였고, 지쳤고, 엉망진창이었다.
-긴긴밤, 루리
언제나 살고 싶었어. 끝까지 살고 싶었어. 내가 서 있는 곳이라면 벽과 천장과 바닥을 모두 느끼며 살고 싶었어.
-공룡의 이동 경로, 김화진
보이저는 창백한 푸른 점을 잠시 응시한 뒤, 다시 원래대로 기수를 돌렸다. 더 멀리, 통신도 닿지 않고 누구의 지령도 받지 않는 곳으로. 보이저는 수명이 다 하는 날까지 전진할 것이다.
지구에서부터 가지고 간 연료는 바닥났다. 태양의 중력은 점차 가벼워지고, 그 빛조차도 너무 희미하다. 그래도 멈추지 않는다. 춥고 어둡고 광활한 우주로 묵묵히 나아간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우주를 만들어 간다. 그렇게, 어른이 된다.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여기 … …
응?
여기 … … 영우가 뭐 써놨어 … …
… …뭐라고?
영우가 자기 이름 … … 써놨어.
아내가 떨리는 손으로 벽 아래를 가리켰다.
근데 다 … … 못 썼어 … …
아내의 어깨가 희미하게 떨렸다.
아직 성하고 … …
… …
이응하고 … …
… …
이응하고, 아니 이응밖에 못 썼어 … …
아내가 끅끅 이상한 소리를 내다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나는 영우가 제 이름을 쓰는 걸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이따금 방바닥이나 스케치북에 그림도 글씨도 아닌 무언가를 구불구불 그려넣는 건 알았다. 그런데 제대로 앉거나 기지도 못했던 아이가 어느 순간 훌쩍 자라 '김' 자랑 '이응'을 썼다니, 대견해 머리통이라도 쓰다듬어주고 싶었다. 영우의 새까만 머리카락은 또 얼마나 차지고 부드러웠는지. 한 번만, 단 한 번만이라도 영우를 다시 안아보고 싶었다. 그럴 수만 있다면 어떤 대가도 치를 수 있을 것 같았다. 부엌 창문 사이로 11월 바람이 사납게 들어왔다.
-바깥은 여름, 김애란
"너 짜장면 좋아했었어."
-오직 두 사람, 김영하
엄마, 원래대로 돌아왔어?
아니.
더 이상 기회가 없을 수 있으므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순간에 하고 싶어 하는 말, 모든 군더더기를 덜어낸 뒤 남는 한마디 말을 그녀는 했다. 날카로운 것에 움푹 찔린 것 같은 말투로 아이가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나도 사랑해.
-작별, 한강
네가 자면서 배냇짓을 할 때 나는 네 안에서 분주히 세워지고 있을 네 안의 세상이 궁금했고 그곳이 어떤 세상이든 소중하게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했어. 너는 무슨 힘으로 매일매일 자라나는 걸까. 어떻게 그토록 작은 네가 목을 가누고 몸을 뒤집는 걸까. 어떻게 너의 잇몸에서 작고 반투명한 유치가 돋아나는 걸까. 네가 그 부드러운 손으로 내 손가락을 꼭 붙잡았을 때, 나는 내가 너와 사랑에 빠졌다는 걸 알았지.
나는 영원히 널 사랑할 거야. 네가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도.
결국 찢어버릴 편지를 쓰는 마음이라는 것도 세상에는 존재하는구나. 마지막 문장을 쓰고 나는 이 편지를 없애려 해.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최은영
"아가씨, 내 손녀랑 닮았어. 그애를 열 살 때 마지막으로 보고 못 봤어. 내 딸의 딸인데."
할머니는 거기까지 말하고 나를 가만히 바라봤다.
"손녀 이름이 지연이예요, 이지연. 딸 이름은 길미선."
나는 할머니의 얼굴을 들여다봤다. 할머니는 나와 우리 엄마의 이름을 말하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 것 같은데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밝은 밤, 최은영
저거 읽고 왜 울었냐고 물어도 딱히 대답 못함
걍 그때 인생이 힘들엇나보죠 머
또 뭐 읽다가 울면 모아서 가져오도록 하겠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