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산이죠? 뫼 산? 잘했어요. 엿 제대로 먹여줬네요. 아니, 뫼 산.”
배우 유연석, 채수빈 주연의 MBC 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이 수어 희화화 논란에 휩싸였다. ‘뫼 산’(山)을 뜻하는 수어 표현이 가운뎃손가락 욕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극 중 앵커가 수어 통역사에게 농담을 던지는 장면이었는데, 일부 시청자 사이에서 수어를 조롱했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결국 제작진 측은 “수어를 부적절하게 다뤄 농인들과 한국 수어를 희화화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지적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사과했다.
드라마 ‘지금 거신 전화는’의 제작진은 지난달 29일 시청자 게시판에 올린 입장문에서 “일부 수어 장면으로 심려를 끼친 점 사과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제작진은 “드라마는 사람들 간의 ‘소통’을 중요한 테마로 삼아 기획한 작품으로, 농인들의 소중한 소통 도구인 수어를 희화화하거나 조롱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면서도 “하지만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농인들과 한국 수어가 겪어온 어려움을 더 세심하게 살피고 반영하려는 제작진의 노력이 부족했음을 겸허히 인정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작품을 완성하면서 같은 잘못이 반복되지 않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제작진은 또 “수어는 드라마에서 두 주인공이 오랫동안 닫혀 있던 마음을 열고 소통하게 되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중요한 소재”라며 “사람과 사람을 잇는 중요한 소통 도구인 수어의 가치를 오롯이 전달하는 작품으로 남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문제의 장면은 지난 22일 방영된 드라마 1화 초반에 등장한다. 수어 통역사 홍희주(채수빈)가 산사태 뉴스를 전달하던 중 ‘산’ 수어가 반복 송출되는 방송 사고가 벌어졌는데, 극 중 앵커 나유리(장규리)가 이를 손가락 욕으로 묘사하며 웃어 보이는 장면이다. 나유리는 ”이거 산이죠? 뫼 산? 잘했어요. 엿 제대로 먹여줬네요. 아니, 뫼 산”이라며 양손의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올린 채 흔들어 보였다.
이후 드라마 시청자 게시판에는 ‘청각장애인 수어 통역을 조롱거리로 삼았다’는 취지의 항의 글이 잇달았다. 한 시청자는 “수어 통역사의 손짓이 욕설인 것처럼 되는 바람에 스태프들이 웅성거리는 장면이 있는데 비장애인이 청각장애인의 소통 수단인 수어를 이런 식으로 모욕하고 비하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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