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학계에 따르면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뇌노화연구센터 연구팀은 4개국에서 45세 이상 쌍둥이 형제자매를 대상으로 과일·채소 섭취와 우울증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지난달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했다.
신선한 채소 위주로 구성된 지중해식 식단이나 염분 낮은 식단이 우울증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는 여러 차례 나왔지만, 45세 이상 중년층을 대상으로 쌍둥이라는 유전적 요인까지 고려해 식이와 우울증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건 이번 연구가 처음이라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일란성 쌍둥이처럼 타고난 유전자가 거의 100%에 가깝고, 가족·학교 등 성장 배경이 비슷하더라도 식단 조절에 따라 우울증 증세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지 확인했다. 미국, 덴마크, 호주, 스웨덴 일부 지역에 등록된 쌍둥이 3483명을 대상으로 이들의 유전체 분석 데이터와 자가 식단 보고 데이터를 수집했다. 데이터 첫 수집 당시 참가자들은 모두 45세 이상이었으며, 이후 최소 5년에서 11년간 쌓인 데이터로 추이를 분석했다.
참가자들은 모두 음식 빈도 설문지(FFQ)를 작성했는데, 이때 바나나, 오렌지, 사과, 배 등 13개 유형의 과일을 하루에 얼마나 섭취하는지 응답했다. 주스 형태의 섭취도 섭취량에 포함했다. 채소는 감자를 제외한 8~22개 채소를 대상으로 조사했다. 생채소, 삶은 채소 등 조리 방법은 고려하지 않았다. 섭취량은 각 데이터 집단의 일일 평균 섭취량을 기준으로 낮음, 보통, 높음 등 세 가지 범주로 분류됐다.
과일을 가장 적게 먹는 사람은 하루 평균 0.3인분을, 채소를 가장 적게 먹는 사람은 하루 평균 0.5인분을 먹었다. 반면 하루에 과일 2.1분과 채소 2.0인분을 섭취하는 사람도 있었다. 우울증 증상의 경우 참가자에게 한 주 간 얼마나 다양한 감정을 느꼈는지 응답하게 하고, 이를 점수화했다.
조사 결과 채소 섭취량이 우울증 증상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유전적 조건이 거의 유사한 쌍둥이일지라도 채소를 5~10년에 걸쳐 하루 평균 0.5인분 먹는 사람보다 채소를 하루 2.0인분 먹는 사람에게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울증 증상이 더 적게 나타났다. 반면 과일 섭취량과 우울증 간에는 뚜렷한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로 "채소에 함유된 식이섬유, 비타민 등 영양소가 장내미생물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우울증 환자일수록 장내미생물 불균형으로 인한 염증을 더 자주 겪는데, 채소가 장내미생물 균형에 유익한 영향을 줬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를 이끈 캐런 마터 박사는 "쌍둥이 연구를 통해 유전자, 성장 배경 등의 요인을 제외하고, 식이와 우울증 간 연관성을 찾을 수 있었다"며 "향후 본격적인 임상 평가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https://v.daum.net/v/20241203160539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