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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라도 지켜보고 있다는 의미로 밤새 국회 앞 지켰다”
8일 오전 9시 국회 정문 앞에는 근무 중인 경비 경찰을 제외하면 현장에 남은 사람은 직장인 이모씨(25)가 유일했다. 그는 지난밤을 국회 앞에서 지샜다. 내복과 잠옷바지, 반바지에 긴바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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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9시 국회 정문 앞에는 근무 중인 경비 경찰을 제외하면 현장에 남은 사람은 직장인 이모씨(25)가 유일했다. 그는 지난밤을 국회 앞에서 지샜다. 내복과 잠옷바지, 반바지에 긴바지까지 덧대 입고 플리스 재킷과 롱패딩으로 중무장을 한 차림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 기쁜 마음으로 귀가하고, 그렇지 않으면 애초부터 밤을 새울 요량으로 잔뜩 짐을 싸서 왔다.
그는 “이 자리를 지키는 건 사실 분을 삭이고 있는 것”이라며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아서라기보다는, 이렇게라도 지켜보겠다는 의미로 밤을 새웠다”고 말했다.
이씨는 “시민들이 주권을 위임한 건 입법·행정·사법 전문가들이 자기 일을 똑바로 한다는 기대가 있기 때문 아니냐”며 “비상계엄 선포라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기까지 누구 하나 제대로 일하는 사람이 없었던 것 같아 거기서 오는 분노와 실망이 너무 크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이라는 자는 내란을 주동하고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군홧발로 짓밟았는데도 제대로 처벌받을지 모르는 상황”이라면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정리가 돼야 할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보였다.
그가 밤새 국회 앞을 지킨 데는 탄핵소추안의 ‘표결 불성립’을 주도한 국민의힘을 향한 분노도 한 요인이었다. 이씨는 “국회의원은 시민들이 ‘내 의견을 행사해달라’며 뽑은 사람들인데, 자기 지지자들까지도 무시한 것”이라며 “지지자들의 뜻이 부결이라면 들어가서 투표를 하면 되는데 정략적인 이유로 아예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의원들은 직업의식도, 직업윤리도 없는 이들”이라고 했다.
이씨는 전날 집회에서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와 관심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씨 옆에 놓인 비닐봉지에는 시민들이 나눠준 음료와 핫팩, 김밥 등 음식이 잔뜩 놓여있었다. 그는 “다들 지나는 길에 뭐라도 하나 더 챙겨주려 하시더라”고 말했다. 집회에 또래로 보이는 사람이 많았던 점도 밤을 버틸 수 있는 응원이었다. 그는 “제 또래로 같은 공간에 함께 있는 사람들이 이런 비상식적 상황에 대해 같은 생각을 했다는 게 좋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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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추웠는데 너무 감사하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