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식당가. 사진=김건주 기자
“회사 분위기가 어수선해요. 이달 예정됐던 송년회도 취소했습니다.”
9일 서울에서 근무하는 IT업계 종사자 김모(30·남)씨는 “버스를 대절해 타 지역에 나간 직원들까지 모이는 송년회를 계획했는데 무산됐다”며 “비상계엄 이후 자체적으로 절제하자는 분위기가 생겼다. 주변의 다른 회사들도 송년회를 취소한 곳들이 많다”고 말했다.
송년회를 예정했다가 취소한 한 IT 스타트업 대표는 “예정돼 있던 저녁 회식을 취소하고 점심 회식으로 대체했다”며 “정부와 함께하는 사업 등도 있어 더욱 조심하기 위해 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갑작스러운 비상계엄을 선포했던 ‘12‧3 계엄 사태’의 파장이 일상에도 미치고 있다. 이 가운데 올해 주류가격까지 대폭 내려 경기침체에 대응하던 자영업자들은 직접적인 타격을 겪고 있다. 외식업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기대하고 있던 연말특수를 포기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영등포구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비상계엄 선포 이후 단체손님들의 예약 취소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며칠만에 취소한 인원 수만 100명이 넘는다”며 “대규모 고객들의 예약 취소에 당혹스럽다”고 설명했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사회대개혁! 범국민촛불대행진’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특히 군부대와 관공서 직원들이 주 고객인 식당은 이어지는 예약 취소에 난색을 표했다. 군과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자발적으로 근무기강 확립에 나서며 연말 회식을 조심하는 분위기라는 설명이다.
인천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B씨는 “군부대의 포장예약 100만원 어치가 취소됐다”고 하소연했다. B씨는 “군부대 매출이 절반 이상이라 걱정이 태산이다. 예약돼 있는 일정도 취소될까봐 조마조마하다”고 덧붙였다. 서울에서 닭요리 전문점을 운영하는 C씨는 “관공서의 대관 예약들이 취소돼 12월이 한가해졌다. 연말이 연말같지 않다”고 밝혔다.
자영업자 커뮤니티 등에서도 계엄 선포 이후 나타난 예약 취소 행렬에 “홀매장인데 4시부터 아무도 오지 않아 6시에 문을 닫았다”, “금요일·토요일에 이렇게 손님이 없던 적이 없어 TV만 보고 있다”, “최악의 12월이다” 등의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신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 전망도 나온다. 경직된 분위기가 풀리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탄핵표결에서도 여야 입장차가 나타나고 있어 사태가 내년까지 이어질수도 있다고 본다. 자영업자들의 피해는 상당할 것”이라며 “탄핵을 하든, 다른 의견을 내든 국회가 국민을 위한다면 빠른 결정을 내야 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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