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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온실 속 화초가 아닌 야생의 나무입니다
1980년 광주, 자신을 무참히 짓밟는 군화발을 이기고
민주주의를 되찾은 시민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안온한 삶 대신 거칠고 험한 길을 택했으며
끝내 그 선택은 그들을 역사의 승리자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함성이 깃든 땅에 두 발을
딛고 서 있는 우리는 매 순간 부끄럽습니다.
촛불을 들기를 주저하는 손이 부끄럽고,
부당함에 침묵하는 입이 부끄러우며,
얼음장처럼 차가운 시대에 따뜻한 학교에서
마음 편히 공부하는 육신이 부끄럽습니다.
이에 우리는 수치를 이기고
자유인으로 거듭나려 합니다.
학생은 사회에 신경 쓰지 말고 공부를
해야 한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학생이기 때문에 침해받지 말아야 할
권리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배우고 있지 않습니까?
윤석열 정부가 계엄령이라는 이름 아래 유린하려 한
국민의 기본권을, 또다시 빼앗으려 한 민주주의를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지켜야 하는 신분이 아닙니까?
우리는 더 이상 온실 속 화초로서
보호받아야 할 존재가 아닙니다.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어도 아랑곳 않고
크게 자라나는 야생의 나무입니다.
광주에 깊게 내린 우리의 뿌리를 자랑스레 여기며,
그 누구도 우리를 베지 못하도록 보란 듯이 나아갑시다.
대한민국 국민, 광주 시민, 청소년, 여성,
그 모든 정체성을 품에 끌어안고서
스스로에게,
자랑스러운 모교 전남여고와 나의 조국에게,
역사에게 부끄럽지 않은 자유인으로 꽃피웁시다.
전남여자고등학교 학생자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