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공지가 닫혀있어요 l 열기
모바일 (밤모드 이용시)
댓글
XGll조회 807l 1

너는 기억의 천재니까 기억할 수도 있겠지 | 인스티즈


넌 기억의 천재니까 기억할 수도 있겠지.
네가 그때 왜 울었는지. 콧물을 책상 위에 뚝뚝 흘리며,
막 태어난 것처럼 너는 울잖아.
분노에 떨면서 겁에 질려서. 일을 하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 네가 일을 할 줄 안다는 것이.
이상하게 생각되는 날이면, 세상은 자주
이상하고 아름다운 사투리 같고. 그래서 우리는 자주 웃는데.
그날 너는 우는 것을 선택하였지. 네가 사귀던 애는
문밖으로 나가버리고. 나는 방 안을 서성거리며
내가 네 남편이었으면 하고 바랐지.
뒤에서 안아도 놀라지 않게,
내 두 팔이 너를 안심시키지 못할 것을 다 알면서도
벽에는 네가 그린 그림들이 붙어 있고
바구니엔 네가 만든 천가방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는
좁은 방 안에서,
네가 만든 노래들을 속으로 불러보면서.

세상에 노래란 게 왜 있는 걸까?
너한테 불러줄 수도 없는데.
네가 그린 그림들은 하얀 벽에 달라붙어서
백지처럼 보이려고 애쓰고 있고.
단아한 가방들은 내다 팔기 위해 만든 것들, 우리 방을 공장으로, 너의 손목을 아프게 만들었던 것들.
그 가방들은 모두 팔렸을까? 나는 몰라,
네 뒤에 서서 얼쩡거리면
나는 너의 서러운,
서러운 뒤통수가 된 것 같았고.
그러니까 나는 몰라,
네가 깔깔대며 크게 웃을 때
나 역시 몸 전체를
세게 흔들 뿐
너랑 내가 웃고 있는
까닭은 몰라.

먹을 수 있는 걸 다 먹고 싶은 너.
플라타너스 잎사귀가 오리발 같아 도무지 신용이 안 가는 너는, 나무 위에 올라 큰 소리로 울었지.
네가 만약 신이라면
참지 않고 다 엎어버리겠다고
입술을 쑥 내밀고
노래 부르는
랑아,

너와 나는 여섯 종류로
인간들을 분류했지
선한 사람, 악한 사람……
대단한 발견을 한 것 같아
막 박수 치면서,
네가 나를 선한 사람에
끼워주기를 바랐지만.
막상 네가 나더러 선한 사람이라고 했을 때. 나는 다른 게 되고 싶었어. 이를테면
너를 자랑으로 생각하는 사람.
나로 인해서,
너는 누군가의 자랑이 되고
어느 날 네가 또 슬피 울 때, 네가 기억하기를
네가 나의 자랑이란걸
기억력이 좋은 네가 기억하기를,
바라면서 나는 얼쩡거렸지.


김승일, 나의 자랑 이랑





 
로그인 후 댓글을 달아보세요
 

혹시 지금 한국이 아니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카테고리
  1 / 3   키보드
닉네임날짜조회
유머·감동 가오가 몸을 지배한 남돌의 일상패션.JPG219 우우아아01.22 15:39103795 28
정보·기타 로또 세후 46억 당첨된 웃대인195 01.22 16:5866460 36
유머·감동 유튜버 원지 결혼소식에 구독취소와 신상털이 자제하라148 고소01.22 13:19120457 0
유머·감동 밀가루, 설탕, 기름 범벅인 음식110 30862..01.22 12:5997998 1
팁·추천 요즘 초등학생 책가방 세트 5대장.jpg108 옹뇸뇸뇸01.22 21:0853074 3
성인 ADHD를 자각하기 어려운 이유5 엔톤 01.07 21:09 13327 1
두부과자 제조 과정.gif1 언행일치 01.07 19:17 6190 1
이동욱 "'尹 탄핵' 언급, 부담감 NO..광복 100주년엔 살기 좋은 나라되길" ..1 알케이 01.07 18:34 683 0
뷰티 유튜버 자체가 모순인게43 qksxk.. 01.07 18:02 56806 1
김용민 의원 : 왜 민주당이 더 속 시원하게 못 할까 이렇게 뭐 답답하거나 화가 나..6 중 천러 01.07 17:33 1926 1
님들 어릴때 떡볶이 1인분 얼마였음?10 애플사이다 01.07 17:32 5782 0
국민의힘이 가짜뉴스를 퍼트리는 과정2 자컨내놔 01.07 17:32 1131 0
경북 영천에서 근무중인 라오스 여성1 까까까 01.07 17:31 1820 0
요즘 2030 근황137 남혐은 간첩지령 01.07 17:01 122615 4
쿠팡 가짜 영양제 주의하자2 백구영쌤 01.07 17:00 10954 0
공무원 육아휴직 중 승진 가능?4 고양이기지개 01.07 14:49 10840 0
면목동 14남매 아이들 교육/발달 수준15 이등병의설움 01.07 14:24 14794 0
세계인구 1/3은 무려 인도와 중국임4 백챠 01.07 14:05 6144 0
햄스터 MRI 어떻게 하는지 보실 분5 세기말 01.07 14:04 5696 0
타임지 선정 "올해의 인물" (tmi 상식 좋아하는 여시들 한번쯤 볼만함!) 코메다코히 01.07 13:05 2491 0
주 7일 배송 시작한 Cj 택배사 근황135 디카페인콜라 01.07 13:04 99585 0
어중간하고 착한 아이일수록 학군지 가야한다 vs 학군지 의미 없다8 Nylon 01.07 09:01 8267 0
내성적인 사람과 내향적인 사람의 차이1 따온 01.07 08:57 5919 0
치매 위험 30% 증가 시키는 습관7 태래래래 01.07 07:09 20080 0
해리포터 옛날 레고들 현재가격 코메다코히 01.07 07:07 6979 0
이슈
일상
연예
드영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