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공지가 닫혀있어요 l 열기
모바일 (밤모드 이용시)
댓글
XGll조회 985l 1

너는 기억의 천재니까 기억할 수도 있겠지 | 인스티즈


넌 기억의 천재니까 기억할 수도 있겠지.
네가 그때 왜 울었는지. 콧물을 책상 위에 뚝뚝 흘리며,
막 태어난 것처럼 너는 울잖아.
분노에 떨면서 겁에 질려서. 일을 하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 네가 일을 할 줄 안다는 것이.
이상하게 생각되는 날이면, 세상은 자주
이상하고 아름다운 사투리 같고. 그래서 우리는 자주 웃는데.
그날 너는 우는 것을 선택하였지. 네가 사귀던 애는
문밖으로 나가버리고. 나는 방 안을 서성거리며
내가 네 남편이었으면 하고 바랐지.
뒤에서 안아도 놀라지 않게,
내 두 팔이 너를 안심시키지 못할 것을 다 알면서도
벽에는 네가 그린 그림들이 붙어 있고
바구니엔 네가 만든 천가방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는
좁은 방 안에서,
네가 만든 노래들을 속으로 불러보면서.

세상에 노래란 게 왜 있는 걸까?
너한테 불러줄 수도 없는데.
네가 그린 그림들은 하얀 벽에 달라붙어서
백지처럼 보이려고 애쓰고 있고.
단아한 가방들은 내다 팔기 위해 만든 것들, 우리 방을 공장으로, 너의 손목을 아프게 만들었던 것들.
그 가방들은 모두 팔렸을까? 나는 몰라,
네 뒤에 서서 얼쩡거리면
나는 너의 서러운,
서러운 뒤통수가 된 것 같았고.
그러니까 나는 몰라,
네가 깔깔대며 크게 웃을 때
나 역시 몸 전체를
세게 흔들 뿐
너랑 내가 웃고 있는
까닭은 몰라.

먹을 수 있는 걸 다 먹고 싶은 너.
플라타너스 잎사귀가 오리발 같아 도무지 신용이 안 가는 너는, 나무 위에 올라 큰 소리로 울었지.
네가 만약 신이라면
참지 않고 다 엎어버리겠다고
입술을 쑥 내밀고
노래 부르는
랑아,

너와 나는 여섯 종류로
인간들을 분류했지
선한 사람, 악한 사람……
대단한 발견을 한 것 같아
막 박수 치면서,
네가 나를 선한 사람에
끼워주기를 바랐지만.
막상 네가 나더러 선한 사람이라고 했을 때. 나는 다른 게 되고 싶었어. 이를테면
너를 자랑으로 생각하는 사람.
나로 인해서,
너는 누군가의 자랑이 되고
어느 날 네가 또 슬피 울 때, 네가 기억하기를
네가 나의 자랑이란걸
기억력이 좋은 네가 기억하기를,
바라면서 나는 얼쩡거렸지.


김승일, 나의 자랑 이랑





 
로그인 후 댓글을 달아보세요
 

혹시 지금 한국이 아니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카테고리
  1 / 3   키보드
닉네임날짜조회
유머·감동 서브웨이: 안 드시는 채소 있으세요?169 30867..13:0450945 0
이슈·소식 직장인들이 5월 2일 임시공휴일 지정 간절히 바라는 이유115 숙면주의자5:5897123 0
팁·추천 제발 안줬으면 좋겠는 선물은 뭐야?99 이시국좌15:4034225 1
이슈·소식 김지민 김준호 결혼준비 보고 놀란 사람들96 맠맠잉11:0288151 0
이슈·소식 "비싼데 굳이 국산 안 먹어요"…'국적' 안 따지는 MZ세대76 마유7:0977515 0
잘못 배송된 섬뜩한 택배 참섭 17:32 4327 0
술집화장실 적폐1 비비의주인 17:32 3112 0
국정원 TMI 달글2 꾸쭈꾸쭈 17:31 3516 0
나 6살때 부모님 고깃집 하느라 바빠서 충치 치료하러 치과 혼자 간적 있었거든9 NCT 지.. 17:31 8411 2
필리핀 전 대통령 두테르테 체포, ICC추산 3만명 대규모 살상1 인스티즘 17:30 655 0
???: 너희는 나의 퍼스트? 온리? 라스트?야... 알레하이드레이드 17:24 520 0
귀신이 가장 싫어하는 고양이2 Twent.. 17:11 4003 0
"신사임당이 웃고 있어요" 수상한 5만원권 신고했더니…6 He 17:11 19528 0
대파 품은 막창 움짤.gif1 리프팅크림 17:09 1637 1
조금전 마이크 찢은 엔믹스 설윤 다만세 고음 dsfdw.. 17:01 1928 0
NT 여자 그동안 들었던 말 말해보는 달글1 31135.. 17:01 1751 0
항문을 비누로 씻으면 안되는 이유.jpg1 진스포프리 17:01 5564 0
양귀자 作 모순1 다시 태어날 수.. 17:01 3654 1
미키17 볼 때 나는 나샤처럼 생각했다vs카이처럼 생각했다 탐크류즈 17:00 908 1
고대 그리스인처럼 생각하면 인생이 편하다1 sweet.. 17:00 2233 0
전갈 똥 싸는 짤5 참고사항 16:47 4497 0
트루먼쇼를 촬영했던 실제 미국 동네..jpg7 디귿 16:42 15350 1
타일러가 바라보는 한국 부동산 시장 애플사이다 16:41 4672 1
세상에서 키작남을 부러워하는사람은 아무도없을듯.x3 까까까 16:40 3400 0
아이들 유모랑 바람난 헐리웃 남자 연예인1 홀인원 16:40 2607 0
이슈
일상
연예
드영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