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https://instiz.net/pt/7663172주소 복사
   
 
로고
인기글
공지가 닫혀있어요 l 열기
필터링
전체 게시물 알림
정보·기타 이슈·소식 유머·감동 고르기·테스트 팁·추천 할인·특가 뮤직(국내)
이슈 오싹공포
혹시 미국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l조회 8569
이 글은 1년 전 (2024/12/30) 게시물이에요




2009년 5월 서울예대 학보에 실린 신수진(요조)의 칼럼.


빛나는 오늘의 발견
빛나는 오늘의 나


하루는 내 동생과 한 이불속에서 밤이 새도록 수다를 떨었다. 당시 그녀는 고3 이었고 나는 스물일곱. 8살 터울이었지만 우리는 서로의 나이차이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수학 성적이 좋아서 이과를 선택한 수현이는 고3이 되었지만 한달인가 지나서 갑자기 사진을 공부하고 싶다고 부모님 속을 엄청 썩이고 결국 사진기를 손에 쥔지 4개월 정도 지났을 때였다.

'중앙대에 가고 싶어, 언니. 근데 사진과는 서울캠퍼스가 아니고 지방에 있어서 집에서 통학하기 쉽지 않을텐데 어쩌지?' '그럼 나랑 둘이 따로 나와서 살자. 언니가 얼른 앨범내고 돈 벌고 차 뽑아서 데려다줄게.' '내가 언니랑 따로 산다고 하면 엄마가 퍽이나 좋아하겠다.' '걱정마, 너 사진 공부 하는 것도 내가 우겨서 허락받은건데... 어디쯤에 집을 구하면 니가 학교 다니기에도 내가 홍대 가기에도 편할까?'

다음날 동생은 청량리역으로 사진을 찍으러 다녀오겠다고 말했고 난 만원인가를 쥐어주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날 저녁, 그녀는 청량리역에서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녀는 내게 꼭 필요한 존재였다. 내가 계란 흰자를 좋아하고 그녀는 계란 노른자를 좋아하기 때문일지도. 아니면 나는 닭가슴살을, 그녀는 닭다리를 좋아해서 치킨을 한마리 시켜도 사이좋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엄마가 밥먹으래'라는 한마디가 하루 중 우리의 유일한 대화일 때도 많았고 내 옷을 말없이 가져가는 것에 미칠듯이 분노하며 엄마가 내 동생을 혼내는 날엔 나 역시 엄마편을 주로 들곤했지만 나에게는 역시 내 동생 뿐이었다.

청량리역에서 사진을 찍던 동생은 이유없이 포크레인에 깔려 즉사했다. 병원에는 경찰도 오고, 포크레인 회사 사람, 철도청 사람, 방송국, 신문 기자들이 왔다. 3일이면 충분한 장례식장에 11일을 머물렀다. 너무나 힘들었다. 하지만 나를 가장 많이 괴롭혔던 것은 엄마가 했던 말이었다. 사진공부를 시키지 않았다면 수현이는 죽지 않았을거야. 밤이 오면 옥상에 올라가 많은 것을 생각했다. 그녀가 죽기 바로 전 날, 새벽까지 우리가 그렸던 내일이 난 견딜 수 없이 고통스러웠다. 그녀는 무슨 일이 있어도 중앙대에 갈 수 없고, 사당 근처에서 같이 살 수도 없고 내가 돈을 벌고 차를 뽑아도 그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집에 돌아와 우리는 새로운 삶을 살아야했다. 엄마는 매일 아침 밥을 지어야 했고 아버지는 매일 아침 출근을 했다. 나는 바로 제주도에서 공연이 생겨 웃는 얼굴로 를 불러야 했다. 또 다른 고통의 시작이었다.

나는 계속 '내일'에 대해 생각했다. 누군가 내게 '내일은 뭐해?' 하고 물어오면 '내일? 내가 어떻게 알아. 바로 죽어버릴 수도 있는데.' 하고 이야기했다.

동생을 잃고 나서 얼마간 이루 말할 수 없는 비관론자가 되었다. 죽음은 이제 더이상 나에게 쪼글쪼글 할매가 되어서야 맞게 되는 일이 아니었다. 바로 코앞에서 나를 언제나 마주하고 있었기 때문에, 별로 두렵지도 않았고, 늘 내일 죽을 사람처럼 굴었다. 수중에 있는 돈은 그냥 다 써버렸고, 살찔까봐 조심스러워했던 식성도 과격해졌다. 술도 퍼마시고 담배도 피워댔다. 그렇지만 나는 생각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내일'이라는 것을. 동생뿐이었던 내게 아무렇지 않게 그녀를 홀랑 데려가버렸던 신의 의도를. 죽기전에 우리가 보낸 새벽을. 그녀의 죽음을. 사진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죽지 않았을거라는 엄마의 절규를. 그녀의 죽음을 통해 나는 무언가를 깨달아야했고 그걸로 내 삶이 변화해야 했다. 깨닫지 않고서는 그녀의 죽음을 인정할 수가 없었다.

일년 반 정도가 지났다. 그리고 나는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내 동생의 죽음의 교훈을 알아 내었다. 그 교훈은 민망할 정도로 너무나 당연해 모두가 간과하고 있던 시시한 진실. 그것은 바로 '빛나는 오늘의 발견'이고 '빛나는 오늘의 나' 였다.

아무것도 아니지만 내가 내 동생을 잃고서야 이해할 수 있었던 것. 오늘에 충실하는 것. 이것이 여러분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다. 나는 여러분이 내일을 위해서 오늘을 고문하지 않았으면 한다. 나는 여러분이 오늘 먹고 싶은 음식을 먹기를 바라고, 너무 입고 싶어 눈에 밟히는 그 옷을 꼭 사기를 바란다. 나는 여러분이 늘 보고 싶지만 일상에 쫓겨 '다음에 보지 뭐' 하고 넘기곤 하는 그 사람을 바로 오늘 꼭 만나기를 바란다. 나는 여러분이 100만원을 벌면 80만원을 저금하지 않고 50만원만 저금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사고 싶은 옷을 참고 먹고 싶은 음식을 참으며 만나고 싶은 사람을 다음으로 미루는 당신의 오늘에 다 써버리기를 바란다.

나는 당신이 사진을 찍을 때 행복하기를 바란다. 나는 당신이 그림을 그릴 때 행복하길 바라고, 당신이 무대위에서 대사를 읊조리고 동선을 고민할 때 행복하기를 바란다. 이 사진이 사람들의 호응을 살지, 이 그림이 얼마나 비싸게 팔릴지, 당신의 연기를 사람들이 좋게 봐줄지를 고려하기보다 그저 당신이 원해왔던 행위를 하고 있는 바로 지금 이 순간 당신의 행복을 더 우선했으면 한다.

내일 죽어도 좋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당신의 오늘이 완성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오늘 노래하는 것이 너무나 행복하고, 오늘 수중에 돈이 없을때면 맛있는 라면을 먹고 돈이 많을 때 내가 좋아하는 봉골레 스파게티를 먹는게 행복하다. 사랑하는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거나하게 취하고 다음날 눈을 떠 조금 창피한 기분을 느끼는 것이 행복하다. 나는 내가 글을 쓰는 2009년 5월 22일 뮤지션으로 살아있는 것이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다.

'사진공부를 시키지 않았다면 수현이는 죽지 않았을 거야' 하고 이야기했던 엄마는 조금 틀린 것 같다. 수현이는 그 날, 행복했을 것이다. 그렇게 원했던 사진을 그 날도 찍을 수 있어서, 찍고 싶었던 청량리역을 찍고 있어서, 내가 쥐어준 만원으로 맛있는 밥을 먹어서 행복했을 것이다.

얼마전 차안에서 그냥 틀어놓은 라디오에서 스피노자가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을 인용하는 것을 듣고 나는 엉엉 울었다. 이제야 이 말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하며 흘린 눈물이었다. 나는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내일 모레 공연을 위해 오늘 합주를 할 것이다. 여러분도 그렇게 해주길 바란다. 나는 당신의 오늘이 행복하길 바란다. 당신의 내일같은 건 관심도 없다.



*지금 2024년을 보내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글 같아서 다시 가져왔어


대표 사진
반반무마니
👏
1년 전
대표 사진
바늘마게트
글 읽는데 그냥 눈물이 주룩주룩 흐르네요....
1년 전
대표 사진
뤼뮈뉘귀
😢
1년 전
대표 사진
모라고?정수정은 내꺼라구??  Krystal
너무 슬프고 공감되네요
1년 전
대표 사진
꾸무르
담담한데 참 마음에 와닿네요
1년 전
대표 사진
PLAVE 야타즈
🫂
1년 전
로그인 후 댓글을 달아보세요


이런 글은 어떠세요?

전체 HOT댓글없는글
정보·기타 남편이 제 꿀호떡을 이지경으로 해놨어요189 06.14 17:22115556 1
정보·기타 와..에어컨 온도 262728 튼다는 애들 진짜야?172 06.14 13:15101821 0
정보·기타 용산아이파크몰 가본 사람들만 공감하는 글...JPG175 06.14 14:53111193 10
정보·기타 선크림 공지 안해준 학교107 06.14 15:0285821 0
이슈·소식 현재 sns에서 난리난 영어못하는 엄마 꼽준 가이드..JPG97 06.14 19:3877591 2
엉덩국 충격적인 근황.jpg4
11.25 16:09 l 조회 11502
귀여운 머리띠 쓰고 운타라랑 에버랜드 컨텐츠 찍고있는 케리아2
11.25 15:48 l 조회 4008
아이돌이 동창회를 못가는 이유 ㅋㅋㅋㅋㅋㅋ16
11.25 15:45 l 조회 21549 l 추천 1
살자시도여성이 짱잘 경찰을 만나면 벌어지는 일 jpg4
11.25 15:41 l 조회 3674
전설의 소삼한그릇11
11.25 15:18 l 조회 9157
장원영:나는 운동 할 때 힙만조져 궁뎅이만 해2
11.25 15:03 l 조회 4712
사랑에 빠진 고창여고 문학소녀 조미숙의 다이어리4
11.25 14:53 l 조회 5543 l 추천 2
퇴사한 친구의 카톡25
11.25 14:15 l 조회 20723 l 추천 24
일본인들이 뽑은 가장 많이 눈물을 흘린 소년점프 애니메이션37
11.25 13:43 l 조회 11917
윤남노의 윤, 윤두준의 두,권성준의 준 어떠세요?.jpg144
11.25 13:17 l 조회 66180 l 추천 32
엽떡에 꿀떡을 쉴드해주기 위해 올린 충격적인 음식.jpg155
11.25 12:56 l 조회 70201 l 추천 9
제주 레이더기지 정보 북한에 넘긴 간첩 집유 ㅋㅋㅋㅋㅋㅋㅋ6
11.25 12:56 l 조회 7379 l 추천 1
네이트판) 엄마가 경계선인 것 같아요2
11.25 12:52 l 조회 13768
'하트시그널2' 한의사 김도균, ♥결혼 3년 만에 아빠 됐다…"건강하게만" [해시태그]28
11.25 12:51 l 조회 26194
13년만에 첫솔로 앨범내는 남돌 컨포뜸 .jpg
11.25 12:37 l 조회 1603
지드래곤을 두고 기싸움 중인 대기업 2곳..JPG30
11.25 11:31 l 조회 23052 l 추천 5
호불호 갈린다는 무능한 직장 상사29
11.25 11:26 l 조회 13066 l 추천 1
택시 기본요금 보다 싼 인건비 근황11
11.25 11:01 l 조회 10015
쯔양이 가장 힘들때 연락준 톱스타38
11.25 10:48 l 조회 37639 l 추천 14
이모 이 강아지 한번 만져봐도 되요9
11.25 10:26 l 조회 12236 l 추천 1


처음이전676677678679680다음
이슈
일상
연예
드영배
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