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공지가 닫혀있어요 l 열기
모바일 (밤모드 이용시)
댓글
게임을시작하지ll조회 5038l








산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느냐고 아니 그보다 내가 좀 살아야겠으니 이제는 그만 입을 다물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 일상, | 인스티즈



(생략)

 

팽목항.

그 장소에서 칠십여 일 동안 바다를 향해 밥상을 차리고 그 밥을 먹을 딸이 뭍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리던 남자가 있었다. 마침내 그의 딸이 뭍으로 올라왔을 때 사람들은 다행이라며, 그간에 수고가 많았으니 이제 그만 돌아가 쉬라고 말했다.

돌아가다니 어디로.

일상으로.

사람은 언제까지고 슬퍼할 수는 없다. 언제까지고 끔찍한 것을 껴안고 살 수는 없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 그는 일상으로 돌아와야 한다. 그래야 내가 안심할 수 있지. 잊을 수 있지. 그런 이유로 자 일상이야, 어떤 일상인가, 일상이던 것이 영영 사라져버린 일상, 사라진 것이 있는데도 내내 이어지고 이어지는, 참으로 이상한 일상, 도와달라고 무릎을 꿇고 우는 정치인들이 있는 일상, 그들이 뻔뻔한 의도로 세월을 은폐하고 모욕하는 것을 보고 들어야 하는 일상, 진상을 규명하는 데 당연히 필요한 것들이 마련되지 않는 일상, 거리로 나와야 하는 일상, 거리에서 굶는 아내를 지켜봐야 하는 일상, 정체를 알 수 없는 짐승과 같은 마음으로 초코바, 초코바, 같은 것을 자신들에게 내던지는 사람들이 있는 일상, 산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느냐고 아니 그보다 내가 좀 살아야겠으니 이제는 그만 입을 다물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 일상, 밤이 돌아올 때마다 그처럼 어두운 배에 갇힌 아이를 건져내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려야 하는 일상, 416일 컴컴한 팽목항에서 제발 내 딸을 저 배에서 좀 꺼내달라고 외치던 때의 통증에 습격당하곤 하는 일상,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고 아무것도 달라지는 것이 없어, 거듭, 거듭, 습격당하는 일상.

왜 그런 일상인가.

그의 일상이 왜 그렇게 되었나.

그의 일상을 그렇게 만들어버린 세계란 어떤 세계인가.

그 세계에서 내 처지는 어떤가.

세월은 돌이킬 수 없게 나를 어른으로 만들어버렸다. 나 역시 그 세계에서 발을 뺄 수가 없다는 것을 자각하게 만들어버렸다. 어른들을 향해서, 당신들은 세계를 왜 이렇게 만들어버렸습니까, 라고 묻는 입장이 더는 가능하지 않게 된 것이다.

 

…(중략)…

 

얼마나 쉬운지 모르겠다.

희망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세상은 원래 이렇게 생겨먹었으니 더는 기대도 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은. 내가 이미 이 세계를 향한 신뢰를 잃었다고 말하는 것은.

고백을 해보자.

416일 이후로 많은 날들에 나는 세계가 정말 망했다고 말하고 다녔다. 무력해서 단념하고 온갖 것을 다 혐오했다. 그것 역시 당사자가 아닌 사람의 여유라는 것을 나는 724일 서울광장에서 알게 되었다. 세월호가 가라앉고 백 일이 되는 날, 안산에서 서울광장까지 꼬박 하루를 걸어온 유가족을 대표해 한 어머니가 자식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다. 그녀는 말했다. 엄마아빠는 이제 울고만 있지는 않을 거고, 싸울 거야.

나는 그것을 듣고 비로소 내 절망을 돌아볼 수 있었다. 얼마나 쉽게 그렇게 했는가. 유가족들의 일상, 매일 습격해오는 고통을 품고 되새겨야 하는 결심, 단식, 행진, 그 비통한 싸움에 비해 세상이 이미 망해버렸다고 말하는 것, 무언가를 믿는 것이 이제는 가능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얼마나 쉬운가. 그러나 다 같이 망하고 있으므로 질문해도 소용없다고 내가 생각해버린 그 세상에 대고, 유가족들이 있는 힘을 다해 질문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공간, 세월이라는 장소에 모인 사람들을, 말하자면 내가 이미 믿음을 거둬버린 세계의 어느 구석을 믿어보려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이제 내가 뭘 할까. 응답해야 하지 않을까. 세계와 꼭 같은 정도로 내가 망해버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응답해야 하지 않을까. 이 글의 처음에 신뢰를 잃었다고 나는 썼으나 이제 그 문장 역시 수정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이후 생략)


황정은, 「가까스로 인간」, 『눈먼 자들의 국가』, 문학동네, 2014.


세월호와 관련해서 마음에 남는 글이라 공유해 봐. 전문을 가져올 수는 없어서 가장 마음에 남는 두 부분을 가져와 봤어. 정말 좋은 글이니까 전문이 궁금한 사람들은 직접 도서로 확인해 주길 바랄게.



끝날 때까지 끝내지 않겠습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달아보세요
 

혹시 지금 한국이 아니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카테고리
  1 / 3   키보드
닉네임날짜조회
유머·감동 70대 만학도가 조별 과제 조원이라면244 아우어11:1962343 6
이슈·소식 [전문] 이승기, 장인 범죄 사과 "처가와 연 끊겠다”202 Pikmi..8:3293004 0
이슈·소식 패션계가 시동거는 중인 총알브라 유행.JPG112 우우아아15:3054296 0
팁·추천 은근 갈리는 초보운전자들에게 어라운드뷰는 111 222121 코메다코히11:5253690 1
유머·감동 회사 단톡방에서 ㅎㅎ 쓰면 안되나봐...103 친밀한이방인14:2049963 3
그 아버지에 그 딸.gif 95010.. 03.31 12:04 4345 1
아니진짜 경상도에서만 생일에 이 조합 먹는다고..??.twt146 리프팅크림 03.31 12:03 130067 1
엄마 보러 반차 쓴다고 하니까, 소장이 쫒아냄2 뭐야 너 03.31 12:02 12918 1
프레디 머큐리 잠자리 사진3 장미장미 03.31 12:01 13876 0
요즘 유행하는 심각한 불법행위 (ft. 지브리)281 멀인턴 03.31 11:53 165139
가족사진에 포함된 햄스터.jpg8 하니형 03.31 11:50 12894 5
닭발좀 먹겠다는데 방해하는 T친구.jpg1 나랑별보러 03.31 11:30 3000 0
시골에선 왜 논두렁에서 쓰레기를 태우냐고?123 episo.. 03.31 11:19 104552 9
대리수치사였던 신발에서 나온것.jpg 머쑥타드 03.31 11:07 4314 0
(혐)수컷 병아리의 삶9 숙면주의자 03.31 11:02 14945 0
게임을 삭제할 때 나오는 문구들.jpg4 펫버블같은소리 03.31 10:59 14209 1
동생들아 언니방 왜들어가는거임 대체97 태 리 03.31 10:58 116462 9
이제훈+변우석+추영우 보인다는 KBS 남자 아나운서.JPG1 죽어도못보내는-2.. 03.31 10:52 3455 0
잘생긴 사람을 보면 웃음이 나오는이유.jpg1 에그샌드위치 03.31 10:49 6353 0
운동신경이 남다르다는 남돌 .jpgif1 바나나레몬 03.31 10:36 5360 0
친구한테 카톡으로 면접 떨어졌다고 얘기했더니 이렇게 답장 보내면 기분 어떨거 같아?..152 비행기타고 03.31 10:18 118915 0
인생살면서 술먹고 필름 나가본적 몇번있는지 말해보는 달글2 맠맠잉 03.31 10:00 280 0
은근히 섹시한 디지몬2 한문철 03.31 09:58 1891 0
거대한 수조에 열대우림 환경을 조성해놓으면 생기는 일8 Diffe.. 03.31 09:48 5031 0
랩퍼 영지가 여기까지 올라올수있었던 열등감 사용법2 30862.. 03.31 09:01 9266 4
추천 픽션 ✍️
thumbnail image
by 오구
나이는 마흔 넷, 직업은 의사입니다​w. 오구​02. 건강한 연애​​"답장이, 없네...?"마지막 외래 환자를 보고 혼자 방에서 잠시 쉬고 있던 지훈.피곤한 한숨을 뱉으며 핸드폰을 꺼내 ##여주와 주고 받은 카톡 대화창에 들..
thumbnail image
by 한도윤
〈대중없이 눈팅하는 커뮤니티 생활> ep.01 : 뉴진스 or NJZ. 어떻게 불러?뉴진스. NJZ. 어도어. 계약해지. 김수현. 가세연. 유가족. 얼마 전부터 한 커뮤니티를 눈팅하면서 뇌리에 박힌 키워드였..
thumbnail image
by 넉점반
  “오빠.”“응?”지수의 테라스에서 짧다란 얘기가 오가는 와중이었다. 다 져가는 노을을 바라보며, 슬슬 차가워지는 가을 공기에 지수가 어깨를 가볍게 떨다 ##여주의 물음에 답했다. ##여주가 붉은 하늘에 고개를 고정한 채 입을 열었다...
thumbnail image
by 워커홀릭
연인 싸움은 칼로 물베기 라던데요 _ 01[나 오늘 회식 있어. 늦을 거 같으니까 기다리지 말고 먼저 자.]- [회식 끝나면 연락해. 데리러 갈게.]"⋯오빠 안 자고 있었네.""데리러 간다고 했는데. 연락 못 봤어?""택..
thumbnail image
by 1억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w.1억  "안뇽~~""안뇽."촬영 끝나자마자 우리집으로 온 이준혁은 늘 그렇듯 '안뇽'하고 인사를 건네면 같이 받아쳐준다.이준혁 입에서 안뇽을 듣다니 들어도 들어도 귀엽단말이지 ..ㅋ 으핳하..
thumbnail image
by 넉점반
  “………….”고기 다 익었다.정적 속에 정한이 웃으며 말했다. 따라 웃지도 못한 ##여주는 마저 식사를 이었다. 그날은 그렇게 하루가 끝났으며 다음 날 공대 뒷뜰 벤치, 시은과 앉아있는 ##여주는 시은에게 자세한 얘기는 하지도..
이슈
일상
연예
드영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