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죽으면 얜 어떡해"…86세 할아버지가 '진돗개'를 데려왔다[남기자의 체헐리즘]
[편집자주] 수습기자 때 휠체어를 타고 서울시내를 다녀 봤습니다. 불편한 세상이 처음 펼쳐졌습니다. 직접 체험해 깨닫고 알리는 기사를 써보기로 했습니다. 이름은 '체헐리즘' 입니다. 체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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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허연 할아버지가 유리문을 열었다.
들어선 곳은 동물책방이자 카페 '정글핌피'.
버려진 동물들을 위해 '임시보호자'를 연결해 주는 곳이기도 했다.
할아버지 곁엔 의젓한 진돗개가 있었다.
"내가 혹시나 죽고 나면 야 혼자 남겨지면 어떡해.
그러기 전에 가족 찾아줬으면 해서 왔어요."
올해 86세. 나이가 무색하게 할아버지는 무척 건강했었다.
약 하나 먹는 게 없었다. 술과 담배도 평생 안 했다.
그러나 속절없는 세월의 섭리는 정정한 노인도 무너지게 했다.
꽃이 만개하고 따스한 5월이었다. 할아버지가 그때 일을 회상했다.
큰일날 뻔했다. 의사는 할아버지 심장이 약하다고 했다.
박동기를 심장에 다는 수술을 해야 했다. 사흘을 입원했다.
할아버지가 행운이와 떨어진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2016년 12월 29일. 아내도, 자식도 없이 홀로 사는 외로움에 성남 모란시장에 갔던 날.
그날 처음 만난 하얀 꼬물이.
박스에 있던 5마리 중, 가장 활발하게 움직여 맘이 갔던 강아지.
추울까 싶어 잠바 속에 따스히 품고, 지하철을 타고 돌아와 가족이 됐던 개. 행운이.
장신재 정글핌피 대표는 할아버지가 돌아간 뒤 홀로 눈물을 쏟아내었다.
좋아하지만 보내줄 수밖에 없는 먹먹함.
그러나 입양 문의는 한 건도 없었다. 행운이 나이가 적잖았기에 쉽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