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공지가 닫혀있어요 l 열기
모바일 (밤모드 이용시)
댓글
가나슈케이크ll조회 1608l 1








지난 16일자 A12면 '서울대 게시판의 신림동 비하 논쟁' 기사를 읽었다.

서울대생들의 인터넷 게시판에 '신림역 근처엔 왜 이렇게 질 떨어지는 사람이 많죠?' '패션과 외모, 머리 모양 등이 전반적으로 저렴해 보인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에 '누군가는 이 글을 보며 상처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왜 못 하나' '글쓴이는 왜 나름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송두리째 폄하하는가'라는 비판이 있자 '왜 선비인 척하느냐' '신림역에 모이는 사람들이 저렴하고 불쾌한 느낌을 주는 것은 사실 아니냐'는 반론이 나왔다는 것이다.



같은 학교 졸업생으로서 무심할 수 없었다. 다만 전제할 것이 있다. 마치 서울대생 다수의 의견인 것처럼 받아들이는 것은 왜곡이다. 그리고 '서울대생'의 의견이라고 뭔가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보는 것도 난센스다.



젊은 세대 일부의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 의미 있다.

먼저 '불쾌한 느낌을 주는 것은 사실 아니냐'는 항변은 요즘 인터넷 일각에서 흔히 보는 '팩트(fact·사실)는 팩트다' '개취(개인적 취향) 존중' 운운의 논리다.

그러나 세상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다. 미국 백인 청년이 '슬럼가 흑인이 더럽고 불쾌한 것은 사실 아니냐'고 개인적 취향을 말하는 것은 인간을 노예로 사냥한 역사와 빈부 격차, 불평등이라는 맥락에 대한 무지다.

인간 세상에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가치 중립적인 팩트란 없다. 그걸 생각한다면 함부로 말할 수 있을까.



더 심각한 것은 '왜 선비인 척하느냐'는 한마디다. 요즘 인터넷에 횡행하는 '선비질'이라는 용어이기 때문이다.

'선비'가 모멸적 용어인 세상이다. 위선 떨지 말라는 뜻이다. 속 시원한 본능의 배설은 찬양받고, 이를 경계하는 목소리는 위선과 가식으로 증오받는다. 그러나 본능을 자제하는 것이 문명이다.


저열한 본능을 당당히 내뱉는 위악이 위선보다 나은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위선이 싫다며 날것의 본능에 시민권을 부여하면 어떤 세상이 될까.



1차대전 패전 후 독일인들은 막대한 배상금 부담에 시달렸다. 이때 나치들은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며 유태인의 열등함, 사악함이 모든 문제의 원흉이며 아리아인의 우수성이 '팩트'라는 우생학까지 주장했다.

그들 마음속 심연에는 지금의 고통을 남의 탓으로 돌리고 자존감을 회복하고 싶은 본능이 있었다. 결국 성실하고 착한 가장들이 이웃들을 대량 학살하고 그 피하지방으로 비누를 만들었다. 그게 우리 인간의 본능이다.

여성 차별, 흑인 차별, 이민자 증오…. 우리의 본능은 전자발찌를 채워야 할 상습 전과자다.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서로에게 선비질을 해야 한다.


생각해 보면 후배 세대의 위악은 선배인 우리들의 위선이 낳은 것이다.

우리는 열린 교육과 인간화를 주장하며 뒤로는 내 자식만 잘되라고 선행학습이라는 이름의 조직적 커닝을 시키느라 고전을 읽고 인간과 사회에 대해 고민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권위주의와 싸운다는 명분으로 막말과 냉소가 주는 쾌락에 도취했고, 그 결과 진보와 보수라는 탈만 쓴 반지성주의가 적대적 공생관계를 맺는 인터넷 생태계를 만들어냈다.

후배들에게 사과한다. 기득권은 다 누린 주제에 극심한 경쟁과 불투명한 미래에 좌절하는 후배들을 싸잡아 욕하는 선배의 일원이기에 말이다.



아무리 사실이라 믿어도 함부로 말해선 안 된다 | 인스티즈



 
로그인 후 댓글을 달아보세요
 

혹시 지금 한국이 아니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카테고리
  1 / 3   키보드
닉네임날짜조회
유머·감동 홍대 양 카페의 진실289 Mioco04.22 12:1281228
유머·감동 [블라인드] 와이프랑 대판 싸우고 새벽에 출근했다163 하야야 탄핵날04.22 21:1749614 2
유머·감동 나 샐러드가게 알바하는데 "뚱뚱한 니가 샐러드가게에서 일하는거보단 안 웃기니까 웃지..120 김밍굴04.22 14:3861580 1
이슈·소식 담임미쳤나이걸반톡에실수로올렸대78 콩순이!인형04.22 18:0364070 1
이슈·소식 사건반장에 나온 경호업체 직원 유사강간 사건의 반전120 sjki04.22 13:1559783 5
야씨 미니멀리즘 한다는 지인 살 빠졌는데19 Tony.. 04.08 17:04 51524 4
호불호 갈리는 고기5 쇼콘!23 04.08 17:02 2269 0
여러분들의 닉네임이 대통령에 당선 되었습니다!!! 만족 하십니까?.jpg286 판콜에이 04.08 17:01 78775 0
낯익은 MBC 자막크기 오이카와 토비오 04.08 17:00 9147 1
요가는 못하지만 그랜절 자세는 너무 잘하는 이유 .jpgif 바나나레몬 04.08 16:58 9696 1
나에게는 똥차였던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는 벤츠래9 오사키 쇼타로가.. 04.08 16:48 18490 0
문형배 선고직전 마지막 멘트.jpg3 애플사이다 04.08 16:24 12972 4
지피티랑 싸우려고 했는데... 암튼 이겼어 ㅋㅋㅋㅋㅋ3 정말랭 04.08 16:06 11905 0
은근 개헬이라고 악명 높은 알바33 성수국화축제 04.08 15:17 57584 0
절대로 속지말자6 민초의나라 04.08 15:12 10211 0
이 어둠의 시간 속에서 다시 만날 세계를 기다릴 힘을 준 여성들 누가착한앤지 04.08 15:07 1876 1
트위터에서 난리난 일반인 마녀사냥 사건2 마녀공장 04.08 14:31 7448 0
30대 중반 넘어가니까 주변에 진짜 이상해지는 지인들 생기기 시작함.twt59 친밀한이방인 04.08 14:02 67655 5
NG인데 개쩔어서 영화에 들어간 반지의 제왕 명장면들.gif7 세기말 04.08 13:08 12728 4
감자 과자 하나는 기똥차게 잘 만드는 오리온.jpg22 sweet.. 04.08 13:04 35838 3
극단적인 선택 하기전 징후래 마유 04.08 13:03 17897 0
학생 백수 프리랜서 직장인 다 해봤는데 다 각자의 괴로움이 있음.twt He 04.08 11:47 6824 0
10년지기 절친이 갑자기 이런 카톡 보내면 뭐라고 대답할거야?.jpg364 감사합니다다 04.08 11:08 134985 2
어제자 퇴근하는 헌법재판관들 표정5 He 04.08 11:03 25187 1
애니덕후인 멤버랑 가챠덕후를 만나서 극명한 차이를 보인 세이마이네임 히토미1 데뷔축하합니다 04.08 11:03 6351 1
추천 픽션 ✍️
thumbnail image
by 1억
파트너는 처음인데요w.1억  올해 서른인 저에게는 파트너가 있습니다. 일반 사람들에게나 있을 법한 그런 파트너 말구요.남들이 들으면 꺼리는 그런 파트너요. 어쩌다 파트너가 생기게 됐냐면요..안 어울리게 한 번도 못 가봤던 전시회를 친구가..
thumbnail image
by 1억
내게 비밀 남친이 있다 ss2w.1억  - ##주효야 내일 나혼자산다 촬영 잊지 않았지?"으응 알죠. 까먹었을까봐요!? ㅎㅎ"매니저 언니의 말에 나는 청소를 시작했다. 내 있는 모습 그대로 보여주기는 할 건데...근데....
thumbnail image
by 오구
나이는 마흔 넷, 직업은 의사입니다​w. 오구​01. 등산 메이트​​쌍커풀이 없고 여우처럼 옆으로 길게 찢어진 눈매, 진한 눈썹에 손 닿으면 베일 듯한 날카로운 콧대,까만 피부와 생활 근육으로 다져진 몸, 190 정도로 보이는 훤칠..
thumbnail image
by 오구
나이는 마흔 넷, 직업은 의사입니다​w. 오구​02. 건강한 연애​​"답장이, 없네...?"마지막 외래 환자를 보고 혼자 방에서 잠시 쉬고 있던 지훈.피곤한 한숨을 뱉으며 핸드폰을 꺼내 ##여주와 주고 받은 카톡 대화창에 들..
thumbnail image
by 네오시리
포스트 타입 동시 연재"그러니까 이제 찾아오지 마."가슴속까지 시려오는 추위였다. 그것이 옷깃을 뚫고 스며들어오는 겨울바람 때문인지, 정재현의 매정한 태도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면 정재현은 날 싫어한다는 것..
thumbnail image
by 넉점반
여러분 잘 지내시나요? 제가 있는 곳은 오늘 날씨가 좋아 구름이 예뻐, 어느 독자님 중 한 분이 제게 구름을 선물해주셨던 기억이 나 들렸어요. 여러분도 그 날의 저처럼 누군가가 선물한 구름에, 힘듦이 조금은 덜어지길 바라요. 오늘 하..
이슈
일상
연예
드영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