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민감한 곳을 겨냥한 침묵, 생리대 성분 투명성의 부재
[이넷뉴스] 화장품 성분에 대한 관심은 이제 기본 상식이 되었다. 나이아신아마이드, 글루타치온, 레티놀같은 성분들은 미백, 항산화, 주름개선 효과를 앞세워 소비자에게도 제법 친숙하게 자리잡았다.
우리는 화장품을 구매할 때에도 EWG 등급을 통해 성분 하나하나의 안전성을 따지며, 스스로 피부에 닿는 모든 것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런데 정작 여성의 가장 민감한 부위에 직접 닿는 생리대는 어떠한가. 생리대 성분은 왜 여전히 논의조차 되지 않는 사각지대로 남아 있는 걸까.
◊ 지속적인 생리대 파동 발생
라돈 생리대 파동에 이어 불과 지난 달에도 중국산 생리대의 안정성에 대해 많은 논란이 제기되었다. 우리는 이와 같은 논란이 터질 때마다 문제의 본질을 놓쳐 왔다. 생리대는 의약외품이다.
의약외품은 질병의 치료와 예방'과 관련된 제품을 지칭한다. 하지만 국내 생리대는 의약외품으로 분류되지만 성분의 투명성에 대한 기준이 부재한 상태이다.
특히나 여성들의 말 못할 감기 '질염' 환자의 경우 화학 물질 반응으로 인해 가려움, 따가움, 분비물 악취의 심화가 이루어지며 생식기 내 pH
균형 파괴는 물론 2차 감염이 발생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 생리대 안전 등급 마련,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생리대 등급과 관련하여 꼭 논의되어야 하는 기준은 다음과 같다.
- 성분의 안정성(탑시트, 흡수체, 방수층 등): 내밀한 신체에 닿는 부분이 안전한가?
- 투명한 제조지 공개: 제품을 제조, 포장한 제조원을 투명하게 공개했는가?
- 피부 자극 테스트 통과 여부: 피부과 테스트를 통한 민감성 피부 안정성 입증 가능한가?
- 흡수력 및 통기성: 장기간 사용 시에도 습기를 최소화하여 2차 감염을 방지하는가?
- 정보 투명성: 패키지 상 기록된 모든 성분이 ‘유기농/친환경/자연유래’ 성분인가?
- 생분해 가능 여부: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노력하였는가?
중략
◊ 부재한 공적 기준
현재 일부 브랜드들이 이미 친환경 생리대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는 개별 기업의 노력일 뿐 공식적인 기준은 여전히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천연 흡수체 등 상세 페이지 내에는 자연 유래 원료인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미세 플라스틱 등이 발견되는 경우도 더러 있어 공적 기준이 부재한 것이 현실이다.
*라엘 생리대 - 탑시트 유기농, 날개 미상, 천연 흡수재 활용
*이너시아 생리대 - 탑시트 유기농, 날개 유기농, 유기농 흡수체, 생분해 흡수체
*나트라케어 생리대 - 탑시트 유기농, 자연 유래 펄프 흡수, 생분해 방수층
*라네이처 생리대 - 탑시트 유기농, 천연 흡수체
이처럼 여성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건강한 생리대라는 방향이 도의한 일부 브랜드만 자발적으로 친환경 생리대 제작에 나서고 있을 뿐, 시중에 판매되는 대다수 생리대의 성분과 환경 영향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 안전한 선택을 위한 변화의 첫 걸음
이제 생리대 시장에도 확실한 명명과 등급 체계가 필요하다. 유기농 소재 여부, 유해 화학물질 배제는 기본이요, 지속가능한 항목 등의 기준을 토대로 명확히 분류하는 것은 단순히 기업 윤리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환경과 건강을 동시에 고려한 생리대는 단순히 일부 소비자층만을 위한 대안이 아니라, 앞으로 모든 생리대가 지향해야 할 뉴 패러다임이다.
이제는 생리대에도 공식적인 친환경 등급 체계가 필요하다. 개별 브랜드의 노력이 아닌, 모든 소비자가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선택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할 때다.
김지원 기자(won@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