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걔를 여동생처럼 사랑해" 라는 진부한 표현을
스스럼없이 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실은 그 이상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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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많아 보이는 소녀 하나가 나에게 다가왔다. 갈색 곱슬머리를 한 소녀는 아홉 살도 안 되어 보였다.
그 애는 붐 마이크를 가리키며 물었다.
“저게 뭐야?”
나는 세상 물정을 알 만큼 안다는 살짝 건방진 자세로 위를 슬쩍 올려다보았다. 아마 슬며시 비웃었던 것도 같다.
“저건 사람들이 우리를 촬영하고 있다는 뜻이야. 안 봐도 뻔하지.”
나는 소녀에게서 돌아서서 어슬렁어슬렁 자리를 떴다.
꼬마 소녀는 눈을 커다랗게 뜬 채로 혼자 주위를 둘러보았다. 나중에 그 애 이름이 엠마 왓슨이라는 걸 알았다.
영화 촬영 초창기에 그리핀도르와 슬리데린 아이들은 서로 아주 분명하게 선을 긋고 지냈다. (중략) 그래서 그 아홉 살짜리 엠마가 자기 분장실에서 우리에게 소규모 댄스 공연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를 듣자, 조시와 나는 당연히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엠마의 댄스를 보러 가면서 키득키득 웃었다. 그리고 엠마가 춤을 추는 동안 더 크게 웃어버렸다. 난 살짝 못된 짓을 했다는 느낌을 받았고, 실제로도 참 못된 짓이긴 했다. (중략)
나는 사과했고, 엠마는 사과를 받아주었다. 이는 그저 둔한 십대가 생각 없이 저지른 행동일 뿐이었고, 매일 수도 없이 일어나는 일이었다. 그런데 왜 내게는 너무나 힘들었던 기억으로 남아있을까?
여자들은 대중매체는 물론이고 그 너머에서까지 부당하게 성적 대상화가 된다. 외모 품평을 당하고, 자기주장을 세게 내비치는 모습만 보여도 남자애라면 겪지 않을 따가운 시선을 받는다.
그리하여 평소에는 안전하고 다정하고 친근했던 환경이었건만 그 날따라 그러지 못했던 분위기에서 조시와 내가 엠마의 댄스를 보고 비웃어 버리고 말았으니 그 애가 얼마나 속상했겠는가. 내가 우리의 행동을 떠올릴 때마다 부끄러워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우리의 우정이 내 생각 없는 면이 아니라 그보다는 더 깊은 마음에 토대를 두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바로 우리 둘의 인생의 시금석 말이다.
캬..이런 생각 어케 하는데…
"제가 10~12살이였을 때, 톰에게 푹 빠져있었어요. 튜터링 시간 을 그려보라는 과제에 톰은 모자를 뒤집어쓰고 스케이트 보드를 타는 소녀를 그렸고, 그 순간 저는..반해버렸어요."
"촬영장에 갈 때마다 콜시트를 들여다보며 톰의 번호 7번이 있는지 찾았어요. 그의 번호가 있는 날은 제게 특별히 신나는 날이였죠."
"톰도 제가 좋아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거예요. ‘난 그 애가 내 여동생 같아’ 라고 말했을 땐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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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마가 나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말해준 사람이 리사(분장사)였다. 엠마가 열두 살, 내가 열다섯 살 때의 일이었다. 하지만 그 때 내겐 여자 친구가 있었고, 나는 어찌 되었든 그런 얘기는 죄다 거절 해야 한다고 머릿속에 단단히 박혀있었다. 그래서 리사의 말을 웃어넘겼다. 사실, 그 말을 진짜 믿었던 것 같지도 않다. (중략)
"나는 걔를 여동생처럼 사랑해" 라는 진부한 표현을 스스럼없이 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실은 그 이상이였다. 나는 엠마와 사랑에 빠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생각하지만, 그 누구에게도 설명할 수 없는 방식으로, 한 인간으로서의 엠마를 사랑하고 우러러보았다.
히안하네..너 여동생 없잔아 형만 셋 있잔아
아즈카반의 죄수 촬영당시, 촬영장에 팬들이 몰리는 상황이 발생했는데 당시 열두살이였던 엠마는 낯설어하며 팬들과 거리를 두려고 하는 모습을 보였고, 경력직이였던 톰은 엠마를 옆으로 데리고 가 타이르며 팬과의 소통을 도왔다고 함.
외부인들이 엠마의 이름을 불러대자 그녀는 본능적으로 시선을 돌리고 눈길을 피하며 거리를 유지했다. 그 모습은 엠마가 오만한 것처럼, 남에게 사인을 해주거나 구경꾼에게 반응해 주기 귀찮아하는 것처럼 보일 게 뻔했다. 하지만 사실을 따져보면 엠마는 당시 겨우 열두 살이라서 겁이 났던 것뿐이었다. 모두가 자신에게 이토록 관심이 있다는 걸 그 나이의 엠마가 속속들이 이해하지 못해서였다. (중략)
나는 엠마를 옆으로 데리고 간 다음 무서워 할 이유가 없다고, 친절하게 굴어도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고, 우리와 대화하고 싶어 하는 팬들에게 기억에 남는 순간을 만들어 주는 것도 우리의 재능이라고 알려주려고 애쓰며 엠마가 깨닫도록 이끌었다. 그런 다음 함께 앞으로 나가서 팬들과 가볍게 대화를 나눴고, 엠마의 어깨에서 부담감이 사라지는 모습을 보았다.
한번은 우리 둘이 호그와트 바깥에서 만난 적이 있다.
나는 엠마를 데리고서 우리 집 가까이 있는 호숫가를 한 바퀴 쭉 돌았다. 엠마는 상당한 시간을 들여 내가 담배 피우는 걸 꾸짖더니(ㅋㅋㅋ) 갑자기 내가 평생 잊지 못할 말을 했다.
"난 내가 오리라는 걸 항상 알고 있었어. 하지만 난 평생 닭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살았어. 내가 꽥꽥거리려고 할 때마다 세상은 내게 꼬꼬댁이라고 하래. 그래서 이젠 심지어 난 처음부터 닭이었지 오리가 아니었다는 생각마저 들어. 그러다 너랑 같이 어울리기 시작하면서 꽥꽥 우는 존재를 알게 된 거야. 그때 난 생각했어. 사람들에게 말하자, 난 사실 오리라고!"
나는 언제나 엠마를 남몰래 사랑했다. 물론 그 사랑이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방식의 사랑은 아니었을 것이다. 우리 둘 사이에 불꽃이 튄 적이 없었다는 말은 아니다. 분명히 그런 순간이 있기는 했지만, 서로 다른 때 튀었을 뿐이다.
우리는 점점 가까워졌고, 내가 엠마의 삶에 대해 많은 걸 보고 이해하게 될수록 나는 그 애에게 더욱 공감하게 되었다. 그래서 엠마를 옹호해 주어야 할 때마다 엠마의 편을 심하게 들었다. 난 다시는 엠마를 꼬마 여자애로, 누구나 알 권리가 있는 유명인으로 보지 않았다. 이제는 평범한 사회 안에서 평범한 관계를 맺으며 사는 게 불가능해진 삶에서도 최선을 다해 앞길을 헤쳐가고 있는 젊은 여성으로 보게 되었다. 나는 그런 삶이 엠마에게 얼마나 어려웠을지 생각하곤 한다. 가끔은 참 감당하기 벅찼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엠마는 오랜 세월 동안 내게 소중한 깨달음을 참 많이 주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깨달음은 이것이다.
남들 하는 대로 할 필요는 없다.
여성의 힘을 과소평가하지 말아라.
그리고 뭘 하든,
내가 오리라는 걸 잊지 말고 계속 꽥꽥거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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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네가 있어주어 이 세상은 운이 좋고,
너를 내 친구로 둘 수 있는 나는 더욱 운이 좋아.
잘했어! 내 영혼의 한 조각 같은 사람아. 그리고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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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불꽃이 튄 순간도 존재했지만 지금은 성애적 사랑을
넘어서 더 특별한 관계가 된 듯한 드레헤르..
본문에 나온 글과 인터뷰들은
해리포터 20주년 다큐,
톰 펠튼 에세이
에서 볼 수 있음!
나였어도 이시절의 말포이 개같이 짝사랑했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