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patch | 광주광역시=김소정·구민지기자] 2024년 9월 15일 오전 10시 55분.
"요안나가 하늘나라로 갔어요." (어머니)
MBC 기상캐스터 B는 "예?", "잠시만요",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라며 되물었다.
오요안나의 어머니는 울음을 터트렸다. 오열이었다.
"어제밤에 사고로 죽었어요." (어머니)
B 역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가 할 수 있는 말은 "어떡해". B는 12분의 통화 동안 "어떡해"만 95번 반복했다.
오요안나의 모친은 9분 4초께 선배 기상캐스터 A씨 이름을 꺼냈다.
어머니 : 요안나가 A한테 스트레스 많이 받아서 우울해가지고
B선배 : 어떡해
어머니 : 죽겠다고 할 때도 많았고
B선배 : 하…
어머니 : 내가 얼마나 마음 아팠는지 몰라요. 내가 새벽마다 꼭 기도하면서 'A야 제발 좋은데 시집가라. 좋은 사람 만나서 우리 요안나 힘들지 않게 해달라'고 얼마나 기도했는지 몰라요. (오열)
그로부터, 144일이 지났다. 고인의 모친이 할 수 있는 건, 지난 방송 다시 보기. 그는 '디스패치'에 "(요안나) 과거 방송을 보면서 견디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야 우리 딸 목소리라도 들을 수 있으니까요."
◆ "어떻게 키운 딸인데"
오요안나의 어머니는 홀로 아들과 딸을 키웠다. (오요안나가 초등학생일 때 이혼했다.)
"요안나를 정말 지극 정성으로 키웠습니다.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빚까지 내면서 다 시켰어요. 그렇게 키운 딸인데…"
두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이기도 했다. 어머니는 "안나와 못할 이야기가 없었다"면서 "직장, 친구, 심지어 남자 문제도 스스럼없이 나눴다"고 전했다.
"우린 매일매일 통화를 했습니다. 안나는 거의 모든 일을 제게 말했죠. 그래서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었습니다."
오요안나의 모친은 기상캐스터 A를 언급했다. 그는 "3년 동안 끊임없이 들은 이름이 있다"면서 "안나의 주검 앞에서 그 사람의 이름이 먼저 떠올랐다"고 덧붙였다.
"저는 3년 동안 A의 이름을 들었습니다. 매일 전화해서 울고, (같이) 욕하고, 또 달래고. 그래도 마음의 상처는 더 깊어졌습니다. 우울증 증세까지 겹쳐서…"
◆ "A와의 악연, 그 시작은?"
'디스패치'는 오요안나의 외삼촌도 만났다. 그는 현직 경찰이다. 외삼촌은 "안나가 4개월 만에 A 대신 '뉴스투데이'를 맡았다. 그게 발단이었다"고 말했다.
2021년 9월, A는 '뉴스투데이' (새벽 6시) 평일을 맡고 있었다. 그러나 2번이나 방송을 펑크 냈다. 당시 '과학기상팀' 팀장은 A를 빼고 오요안나를 투입했다.
하지만 이는, 오요안나에게 독이 됐다. 박힌 돌을 빼낸, 굴러온 돌이 된 것. 게다가 2022년 3월, 오요안나를 발탁한 '기상팀' 팀장이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오요안나의 어머니도 2022년 3월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제 기억으론 22년 3월입니다. 안나 전화가 왔는데 숨이 뒤로 넘어가는 거예요. '엄마, 나 미칠 것 같아' 라면서 통곡했습니다. A가 자신을 너무 힘들게 한다고요." (어머니)
◆ "정신과를 찾아 다녔다"
오요안나는 2021년 5월에 입사했다. 그리고 그해 10월, MBC의 (날씨) 메인을 맡았다.
오요안나 모친은 "입사 6개월 차였다. 당연히 부족할 수밖에 없지 않겠냐"면서 "친절함을 바란 건 아니다. 그렇다고 저렇게 궁지로 내몰 필요가 있었을까"라며 아쉬워했다.
오요안나는 2022년 4월, 정신과를 찾았다. 어머니의 권유였다.
"A 때문에 힘들다고 하니까, 잠도 못 자겠다고 하니까, 제가 먼저 병원에 가보라 했어요. 정신과를 돌아다니며 상담을 받았어요. 우울증 진단을 받았죠."
'디스패치'는 오요안나의 정신과 상담 기록을 입수했다. '회사 가면 위축되는 느낌', '회사에서 느끼는 억울함',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하는 회사 생활' 등이 적혀 있었다.
◆ "수면제, 술, 그리고 펑크"
'뉴스투데이'는 아침 6시 방송이다. 새벽에 출근해야 한다. 오요안나는 수면제에 의지했다. 그래도 잠에 들지 못하면, 술을 마셨다. 절대 해선 안될 극약처방이었다.
오요안나는 8월 20일, 알람을 듣지 못했다. 그날 새벽 방송을 펑크 낸 것. 이현승이 대신 메웠다. 10월 18일과 28일에도 지각을 했다. (다른 직원이 집으로 찾아가 깨웠다.)
결국, 오요안나는 '뉴스투데이'에서 하차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오요안나의 지인은 '디스패치'에 "직장 괴롭힘이 없었다면 우울증을 겪었을까"라고 반문했다.
"요안나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우울증에 빠졌습니다. 그래서 수면제를 먹고, 술을 마셨죠. 지각을 했고, 혼이 났고, 다시 수면제를 먹고, 그렇게 악순환이 반복된 겁니다." (지인)
MBC 관계자에 따르면, 오요안나는 5차례 이상 지각 및 결근을 했다. 그들은 "오요안나의 불성실한 근무태도가 원인이었다"며 문제의 점을 고인에게 돌리고 있다.
◆ "요안나는 쓰리잡을 뛰었다"
오요안나의 모친은 MBC의 태도에 다시 한번 가슴을 내리쳤다.
"수면제를 먹어도 잠이 안 오니까 청하를 같이 마셨대요. 정말 해서는 안 될 행동까지 한 거죠. 한 편으로는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랬을까 가슴이 미어집니다."
어머니는 "오요안나가 살기 위해 얼마나 안간힘을 썼는지 아느냐"고 되물었다. 일례로, 오요안나는 '쓰리잡'을 뛰고 있었다. 상암동 헬스클럽에서 운동 코치도 했다.
"기상캐스터를 하면서 헬스클럽 코치를 병행했어요. 방송이 줄면서 글쓰기 알바도 했고요. (나중에 알게 됐는데) 식당에서 설거지 알바까지 했대요. 닥치는 대로 일한 거죠."
어머니는 "왜 그리 몸을 혹사시키냐"고 물었다. 그때, 오요안나가 한 말. "엄마, 바쁘게 움직이면 (피곤해서) 잘 수 있으니까. 수면제나 술에 의지하지 않고. 나 방송 잘 하고 싶어."
◆ "그리고 과외까지 받았다"
2024년 9월 15일, 오요안나가 떠난 날. 모친은 B에게 "우리 딸은 1분 1초까지 열심히 살았다"고 말했다.
"우리 딸같이 열심히 살고 단 1분 1초도 몸을 가만히 안 놔두는 애를 내가 본 적이 없는데. 이렇게 열심히 살았는데 이렇게 허망하게 가버리니까" (어머니)
어머니가 그렇게 말하는 이유가 있었다.
실제로 오요안나는 2023년, '발성' 레슨을 받았다. 아나운서 학원 강사를 찾아가 1:1로 교육을 받았다.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운동을 했다. 요가를 하고, 달리기도 했다.
모친은 "안나는 계속해서 노력했다. (선배들에게) 인정받고 싶어 했다"면서 "그러나 선배들은 달라지지 않았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제자리였다"고 하소연했다.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