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내 얘기를 좀 해보려고 해.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조기입학을 했어
왜인지는 기억나지 않아ㅋㅋ 다만 어렸을적에 영재교육원 다니고 그랬었어
초등학교때 5학년까진 뭐 다 올백이었고 6학년땐 약간 삐꾸내는정도? (머리부심 아니야!! ㅠㅠ)
중학생때도 화려하게 첫 학기 만점으로 시작했지
그런데 중학생이 되어보니 이게 초등학생 때랑은 다른거야.
초등학교는 그냥 그 지역에 있는 학교 다니면 되는거니까 별 상관이 없었는데
우리 지역이 주위에선 나름 학구열 쎄고 공부 잘하는 지역이거든
그러니까 공부 좀 하려는 중학생들이 내가 다니던 학교로 몰렸지. 그게 뒤로 갈수록 차이가 나는 이유였고.
중학생때부터 슬슬 내 버릇이 굳어진 것 같아
나는 시험때마다 문제집 한두권 정도 풀면 성적이 나왔어
평소엔 학교숙제만 했고 수학학원만 다녔지
굳이 요새 말하는 자기주도학습 같은건 하지도 않았어
왜냐면 그냥 문제를 풀면 답이 나왔으니까
입시같은거에 관심있지도 않았고 목표가 있는것도 아니었어. 오히려 부모님이 내 입시에 더 적극적일 정도였지
근데 그게 점점 학년이 올라갈수록 조금씩 떨어지는거야
공부 잘하는 애들이 모이고 거기서 외고 과학고 자사고를 목표로 하는 아이들
2학년 때부터 나는 그사이에서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지
그래도 성적이 급하락한건 아니었고 항상 전교 10등대, 조금 심하면 20등대 초반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저렇게 조금씩 떨어지는게 더 무서운 거더라고. 자각이 안돼.
조금씩 왔다갔다 하니까 그냥 좀만 더 하면 다시 올라가겠지 ㅋㅋ 이정도 생각밖에 안들어. 위기감 같은건 느껴지지도 않아..
거기다 2학년 반배정이 어떻게 되먹은건지 전교등수는 저렇게 나와도 나는 항상 반 1등이었어.
그러니 더욱더 체감이 안되지. 일단 1이라는 숫자가 있었으니까. 내 눈앞에는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없으니까.
다행히 3학년때는 우리반에 나보다 잘하는 애가 한 명 있어서 경쟁심이 약간 불탔어.
나도 나름 수업때는 집중하고 하는데, 걔는 매일 진짜 하루도 안빼놓고 다 자면서 점수는 잘나오는거야.
솔직히 나는 개인적으로 나같은 사람들, 일명 "내 앞에 아무도 없다, 또는 없어야 한다" 하는 사람들이 제일 자존심이 상할 때가
"내 앞에 누군가 있다" 는 사실을 처음 인정할 때라고 생각해.
나는 그걸 처음 인정할 때가 중3이었고.
하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어. 자존심이 크게 상했을 뿐이었고 속으로는 자격지심을 느꼈지. 그치만 그게 다야.
내가 노력하질 않았거든. 성적도 태도도 그대로였어. 딱히 내가 "공부를 더 해야겠다" 라고 느끼지도 못했고.
지금 와서 내 패턴을 되돌아보면 느껴지는 게 있어. 처음엔 잘 나오다가 갈수록 떨어진다는 거.
이게 내가 초반 머리를 믿고 노력을 하지 않아서 이렇게 된 거라고 생각해.
거기에 사실 난 내 성격도 다 알고 있어.
자존심 세고, 지는 건 싫고, 그런데 공부도 싫고. 놀고만 싶고.
앞과 뒤가 모순되는 것도 알고 있지만 결국은 뒤가 이겼어. 내 노력의 부재 때문에
여튼 나는 그냥저냥 생활한 끝에 중학교를 내신 5.1%로 졸업했고 과학중점고등학교에 입학했어.
요새 익공부방에서 놀면 예비 고1들도 되게 장난 아니게 공부하더라.
나는 정말 뭣도 모르고 고등학교에 입학했어. 3월모의고사를 치기 전까진 모의고사의 존재도 몰랐었지ㅎ..
그런데 반배치고사에선 전교 2등이었고 3월 6월 모의고사도 2등. 1학기 내신도 거의 1등급. 면학실 앞자리에서만 공부했지.
그런데 난 자기주도학습을 거의 해본적이 없었어. 그래서 야자라는걸 처음 마주했을때 굉장히 당황했어
학교, 학원숙제를 다 했는데 더이상 할게 없는거야. 시간은 아직도 많이 남았는데...
초반엔 적응 못하고 계속 자고 핸드폰하고 그랬어.
물론 속으로는 다른애들이 날 어떻게 볼까 되게 찔렸지. 내가 소심한 편이라..
치만 그때는 공부는 아직 하기 싫은 쪽이었어. 놀고싶어서 야자도 자주 튀고 그랬었찌..ㅎ
시험공부는 시험 전주에만 교과서로 했고.
1학년 2학기에도, 2학년 1학기에도 몇몇 싫어하는 과목이 내신에서 살짝 흔들리긴 했는데 모의는 여전히 잘 나왔고
내 공부 정도를 가늠할 수 있게 해주는 건 면학실 등수가 조금씩 내려갔다는 것 정도.
중학교 때와 다름없이 이정도야 뭘ㅎㅎ 하고 생각했지만.
내가 무너지기 시작한건 2학년 중반이었어.
먼저 영어가 무너졌어. 단어도 안 외우고 평소에 따로 공부하지도 않으니 당연할수밖에.
내신이 3으로, 4로 뚝뚝 떨어지고 모의고사도 3으로 떨어졌어.
그 다음엔 수학이었어. 수학은 내가 싫어하는 과목 중에 하나였는데(나머진 영어, 물리)
학기 초부터 4가 나오고 그래서 한창 슬럼프를 달리던 때였어. 1학년때까진 모의도 100 100 96 이렇게 나오다가
2학년 들어와서 등급이 3,4를 넘어갈 날이 없는거야. 초반엔 매우 충격받고 학원에서 열심히 했지만
60점대 70점대가 반복되니까 그냥 놓아버리고 나는 이것밖에 안되나보다.. 했지.
그리고 마지막 모의고사에서 44를 찍었어. 나는 그때 놀랐던게 내 점수가 44점이라는 게 아니라 44점도 4등급이 나온다는 사실에 충격받았어 ㅋㅋㅋㅋ
(내심 44점은 그래도 좀 서운하긴 했어.. 교무실에서 수학쌤이랑 찔찔 짜면서 위로받고 했었찌..ㅋㅋ)
내 문제가 보여? 나는 노력을 한 적이 없어.
영어가, 수학이 서서히 떨어져 가고 면학실 자리가 밀려가는데도
그냥 내가 여기까지인가보다. 하고 놓아버렸어
내가 저때 더 열심히 노력했더라면 지금은 뭔가 많이 달라졌을 거라고 생각해...
2학년 말에 나락을 찍고 3학년때에는 뭔가 달라질거라고 다짐했어.
그런데 중학교 때부터 굳어졌던 습관이 어디 가나.
못하는 과목은 못해서 안 하고 잘 나오는 과목은 잘 나오니까 안 하는거지.
그나마 수학때문에 약간 충격을 받아서 다른 과목들은 정상궤도에 복귀하긴 했는데 끝까지 영어랑 수학은 오르질 않더라.
나는 매일, 항상 나에 대해 다 안다고 생각했어.
그때 당시에도 내 성격을 다 파악하고 있긴 했지
위에 썼던 것처럼 가면 갈수록 떨어지는 점수는 내 노력의 부재에 의한 것이라는 거.
중학교 때부터 굳어진 공부 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성적은 그대로일 것이라는 거.
딱히 목표가 없어서 공부를 할 이유가 없다는 것.
나는 생각만 하고 항상 노력하지 않는다는거.
결국 저 생각도 생각에서 끝이었어.
나는 딱히 6년 내내 이루고 싶은 목표도 없이, 노력하지도 않고 그냥저냥 살아왔어.
심지어 목표를 만들려고 노력한 적도 없었지.
오히려 그냥저냥 해도 웬만큼 성적이 나오니까 더 노력할 생각이 없어진 걸지도 몰라.
그리고 학창시절이 지난 지금은 정말 후회가 된다.
내 목표는 고3, 수능 시험을 치고 점수를 받았을 때 비로소 생겼어.
전혀 생각해보지도, 관심을 갖지도 않았던 과였는데 꼭 입학하고 싶어진거야. 정말 내 인생을 걸고 그 과에서 공부하고 싶었어.
그런데 내 수능 성적은 이과인데 수학과 영어가 어디 내밀 수 없을 정도였고 그 학교도 상향. 결과는 광탈.
지방 전문대에는 붙었었는데 그 과를 위해 미련없이 버리고 재수를 시작했어.
평생 안해본 노력을 시작하려니까 많이 힘들더라...
결과는 만족스럽진 않았고 가고싶던 그 학교는 아니었지만 좀 낮은 학교에서 그 과에 입학했어.
그리고 몇 년을 지내면서 내 학창시절이 정말 후회가 되더라고.
그때 조금만 더 노력했으면... 이라고.
여기까지 긴 글 읽어준 익인이들 고마워.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여튼 중요한건 이거야
왜 노력해야하는지 모를 수도 있고 노력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어.
하지만 네가 해 놓은 노력은 널 배신하지 않을 거야.
살아가면서 학창시절만큼 뭔가에 노력과 열정을 쏟을 시간도 많이 없는 것 같아.
나중에 잘 되어있을 자신을 생각하며 지금 너의 공부에 최선을 다하길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