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난 서울권 외고 3순위 (진학 기준) 안에 드는 곳을 졸업한 학생이야.
셀털 될 가능성도 있으니 졸업년도나 학과를 자세히는 안 밝힐게.
내가 제목을 저렇게 단호박처럼 달아놓은 데에는 이유가 다 있어.
아마 좋은 외고의 졸업생들이면 대부분 공감할거야.. 암..
지금부터 내가 제목과 같이 생각하는 이유를 하나하나 밝혀볼게.
이건 온전히 내 경험와 생각을 바탕으로 쓴 거기 때문에
학교에 따라 자세한 부분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것도 감안해줘.
하지만 아무래도 외고에 재학하다보면 다른 외고에 다니는 친구들을 만날 기회도 많기 때문에
그쪽 이야기를 들어봐도 큰 차이는 없었다는 점.
1. 좋은 교사진 (인성 + 실력)
실력이야 당연히 사립학교, 그중에서도 특목고에 교사로 오신 분들이시니 그 치열한 경쟁을 뚫은 것 만으로도 어느정도 가늠이 되겠지?
그리고 은사님들 인성을 한참 어린 학생이 어떻게 감히 평가할 수 있겠냐만은, 우리학교 선생님들은 정말 인간적으로 좋은 분들이셨어.
외고를 다니면서 가장 울컥했던 것 중에 하나가 선생님이 먼저 학생의 가능성을 한정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없다는 거였어.
나 같은 경우엔 진로 때문에 한참 갈팡질팡 해서 여러 선생님들께 상담을 요청했고
한 분 한 분 정말 진심으로 나를 위해서 말씀해주신 게 정말 감사했고 많은 도움이 됐었어.
담임반 학생이 아닌데도 말이야.
음.. 그리고 차별이 정말 없어.
이건 다른 일반고도 그런 거 아닌가?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 단편적으로 비교를 해볼게.
우리 지역 특성상 주변 일반고 중에도 유수 명문 학교들이 많아.
그치만 그쪽에서는 주로 소수 학생들을 뽑아 특별관리를 붙여서 밀어주는 편이라고 하더라고.
성적을 기준으로 야간자율학습을 할 수 있는 사람과 할 수 없는 사람으로 나뉘기도 하고,
옛날도 아닌데 우등반을 따로 만들어서 특별수업을 듣게 하기도 하고.
난 주변에서 그 과정에서 소외돼고 상처받는 친구들을 너무 많이 봤어..
대놓고 차별하는 경우도 많아. 생기부나 상 몰아주기 라던지, 사소한 거지만 청소 제외, 급식 우선 배식 같은 부분.
(이런 걸로 편의를 본 친구한테 직접 들은 이야기야)
외고에서 잘하는 애들 띄워주기가 없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야.
어디서나 잘하는 학생들이라면 선생님이 눈길 한번 더 가기 마련이잖아.
그치만 절대 차별이 없어. 특히 성적과 관련된 부분에선 선생님들이 더 칼 같으셔.
여튼,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계속 찾아가고 싶고, 시간이 갈 수록 감사한 마음이 커지는 것만 봐도
3년 동안 얼마나 다시금 생각하게 되더라.
2. 질 높은 수업
우리 학교에선 외부 교재를 정말 많이 활용했었어.
특히 외국어 (영어, 제 2 외국어) 부분에서 두드러졌고 그때 배웠던 건 아직도 정말 잘 써먹고 있어.
영어 과목으로 예를 들자면 기본적인 문법 개념서 (외국 출판사) 를 통으로 두 권을 뗐고,
시험범위에 들어갔던 영문 기사만 해도 30편에 다다를 정도야.
그밖에도 클래식 소설이나 텝스 교재까지도 다루는 등
절대 단지 시험에만 치우치지 않은 다양한 교육을 하고 있어.
그 밖에도 토론과 발표 수업이 정말 잦아.
고등학교 다닐 땐 그게 정말 싫고 부담스러웠는데
그때 배웠던 것들이 다 피가 되고 살이 돼서
대학 진학 후엔 다른 친구들보다 훨씬 쉽게 적응하고 앞서나갈 수 있었어.
그리고 애초에 뭐든 겉핥기 식으로 대충 하고 넘어가는 수업이 없기 때문에
고등학생 시기에도 굉장히 심도있는 공부를 할 수가 있었어.
지금 글을 쓰면서 정리해보니, 내가 어떤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사고해볼 수 있는 여지를 주는 수업이 참 많았던 것 같다.
주입식 교육이 극에 달하는 고등학생 시기에 주관이 생긴다는 건 정말 어렵지만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하거든
그런 부분에 있어서 나는 만약에 누가 내 모교에 진학을 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다면 당연히 꼭 가라고 조언해주고 싶어.
생각보다 글이 많이 길어져서 두 편으로 나눠서 써야겠다.
다음 편에선 많이 궁금해 할 진학 부분에서의 이점과 동문회에 대해서 써볼게.
궁금한 점이 있으면 댓글로 달아줘!
(글이 너무 길어서 다 읽는 사람이 없을 것 같은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