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 오고 얼마 만이지? 사실 벌써 급하게 끝을 내는 이유는 더 이상 김지원의 눈을 피해서 글을 쓸 용기가 내겐 없어...
아. 말을 안 한게 있는데 김지원이 다시 이렇게 멀쩡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건
그 국장이라는 사람이 김지원 전에도 후로도 계속 똑같은 짓을 했던 거지.
그러다 덜미가 잡혔고 사기에 허위사실 유포에 성매매 혐의, 세금 탈취까지.
여러 가지 죄목으로 지금은 감방행에 그 모든 게 언론에 풀렸거든.
뭐, 어쨌든 활동은 계속됐지.
어느덧 마지막 방송이었고 여느 때처럼 무대를 끝마친 김지원은 이동을 한 뒤 대기실에서 호들갑이야.
왜냐고?
"아, 떨린다. 떨린다. 안 떨린다, 안 떨린다. 아니다, 떨린다. 떨린다. 아니야, 김지원. 안 떨려, 안 떨려."
저러고 있다. 22살 김지원의 생일파티 이후 처음으로 팬들과 가까운 곳에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이름하여 팬미팅이 있는 날이거든. 김지원이 땡깡을 부려서 갑자기 잡은 스케줄인데 지가 저 난리야.
"어떤 눈으로 봐야 되지?"
"자연스럽게 해."
"너도 있을 거지?"
"당연하지."
김지원은 대기실에서 몇 번이나 거울을 들여다보고, 손톱을 잘근 거리더니 이내 벌떡 일어나.
그리고 대기실 안을 이리저리 배회하기 시작해. 똥 마려운 갠줄ㅋㅋㅋㅋ
"와, 진짜 떨린다. 팬미팅은 이년 전 이후로 처음인가? 아, 싫어하면 어떡하지?"
"싫어하면 굳이 널 여기까지 보러 찾아오겠냐?"
"갑자기 잡았잖아! 그것도 오늘! 당일! 아침에!"
그렇지. 어젯밤에 혼자 무슨 생각을 한 건지는 몰라도 회사에 땡깡땡깡을 부려 오늘 아침에 당장 공지를 띄우고
선착순 100명으로 진행되는 무슨 게릴라 이벤트 형식이었지.
"진짜 분위기 싸하면 어떡해."
"지금까지 팬싸인회는 폼이야?"
"그건 두 번만 했잖아."
사실 팬들도 알고 있는 사실이야. 김지원이 무의식중에 그 끝까지 가요, 등의 말에 표정을 굳힌다는 건.
전직 밥덕의 시점, 아 현 밥덕? 어쨌든. 팬의 시점에서 봤을 때 아마 알면서도 계속 말하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반에 다시금 너를 지지한다고 말 하는 듯한 느낌이거든. 뭐, 아닐 수도ㅋㅋ
"야, 김지원. 너 올라갈 때 되지 않았어?"
"어, 아. 망했다. 미쳤다. 어떡하지? 와, 손 떨려."
진짜로 잘게 손을 떨고 있는 김지원에게 마이크를 꼭 쥐여주고 까치발을 들어 볼에 살짝 뽀뽀를 했어.
"마이크도 쥐었겠다, 네 여자친구 뽀뽀도 받았겠다. 무적이지?"
"...아, 뭐냐."
"먼저 가 있을게. 오늘은 삐딱선 타지 말고, 제발."
고개를 세차게 흔드는 김지원을 뒤로 하고 내 번호표에 적힌 자리로 가 앉았어.
딱 백 명만 있는 공간에 35번. 앞뒤 좌우 팬들로 무성했고 김지원 또 긴장하겠거니 싶더라.
이 인간 이상한 게 몇 백 명 관객 앞에서는 안 쫄면서 유독 팬들이랑만 있으면 백스테이지에서 찌질이가 되는 거야.
'탁'
어, 불 꺼졌다.
"안녕하세요, 바비입니다."
단상 위로 김지원의 실루엣이 보였고 이내 불이 켜짐과 동시에 팬들의 함성가 터져 나왔어.
김지원은 슬쩍 웃더니 긴장한 내색 없이 무대를 이어나갔고 드디어 대망의 토크 시간.
그 안에서도 직접 번호를 뽑아 질문을 받는 QnA.
"46번!"
"무대에 서 있을 때 어때요?"
"행복해요, 너무. 좀 심각하게."
"다음은 87번!"
"여자친구 있어요?"
"...네, 있습니다. 이년 전쯤부터 사귀었던 친군데. 아니, 이렇게 허무하게 공개할 줄이야!"
여자친구 이야기에 반응? 뜨뜻미지근 ㅋㅋㅋㅋ 그냥 야유 소리만 들려왔어.
사실 매스컴에 공개만 안 됐지 팬들 사이에서는 연애하는 것 같아,로 유명했으니까. 그게 확답이 내려진 거고.
아무래도 반응이 그다지 핫하지 않은 이유도 힘들었을 때 등을 돌린 본인들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 아니었을까?
"보자, 1번!"
"진짜 왜 이렇게 허무하게 공개해요? 아니, 여친분께 미안하지도 않나! 여기 와있죠, 한마디 한다면?"
"네? 아니. 잠시만요. 당황스러워. 왜 다 반응이, 어. 그래!"
김지원ㅋㅋㅋㅋㅋ 당황해서는ㅋㅋㅋㅋㅋ 다른 사람들 팬은 울고불고 난리라는데 여러분은 왜 그렇냐몈ㅋㅋㅋ
그러니까 얼른 질문에 대답이나 하라고 독촉당하고. (((내밥희)))
"아, 뭐. 무슨 말을 해. 사랑한다고?"
엄청난 야유가ㅋㅋㅋㅋㅋ 아, 너무 웃겨서 막 웃는데 다음으로 호명된 숫자에 일지 정지.
"어, 마지막으로... 35번."
"..."
"35번? 35번 고객님?"
고객님이라는 김지원의 말에 다들 웃기 바빴고 나는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지.
김지원의 표정이 가관이었어. 으엑, 하는 표정이었지. 너였어?라는.
이왕 이렇게 된 거 어쩌겠나 싶어서 그냥 살풀이라도 하자는 식으로 질문을 했지. 바비의 팬으로써.
"우리 밉죠."
"뭐야, 그게. 미워요, 도 아니고 밉죠? 이미 답을 가지고 묻는 거잖아."
"..."
"미웠지, 미웠는데 뭐 어쩌겠나 싶더라고. 나 또한 누군가의 팬이었다면 그 상황에 어땠을까,
스스로한테 물어봐도 정확한 대답이 안 나오는 거야."
정적. 적막한 공기가 깔렸고 다들 김지원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경청을 하는 분위기였어.
근 2년 만인 팬과 가수의 진솔한 대화라고나 할까.
"사실.., 다들 아나? 나 그때 이후로 엄청 싫어졌어요. 영원하자, 같은 거.
그래서 어제 혼자 생각을 많이 했어요. 이대로도 괜찮을까, 이대로 그냥 있는 게 맞을까 하는.
그러다 생각해 낸 게 이 자리였고. 근데 응, 이렇게 만나서 다행이야."
주변이 웅성웅성, 소음으로 차기 시작해.
"뭐 어쩌겠어.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내가 무대 위에서 가장 즐길 수 있는 건 여러분이 있기 때문인걸.
가수 바비로써 너무 감사한 사람들이라는 건 여전하니까."
주변에 우는 사람이 속속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가수 바비. 그 말을 곱씹던 도중에 한 팬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어.
"사람 김지원은?"
김지원이 우물쭈물 대답하기를 망설이더니 입을 떼는 순간 주변 불이 완전히 꺼져 빛이 차단된 후 스크린에 VCR이 나와.
너무나도 짧은 시간에 팬들이 준비한 사과의 선물임과 동시에 새로 시작하는 너를 응원한다는 의미가 담긴 영상.
"...아, 뭐냐고."
영상이 끝나고 김지원은 그 자리에 쪼그려 앉아 손으로 얼굴을 가리더니 한참을 그러고 앉아 있더라.
팬 석? 말도 마. 다 눈물 바다지. 물론 나라고 예외 없어.
"진짜. 여러분 짜증 나. 왜 이렇게 사람을 울리고 그래요?"
김지원도 예외 없었어ㅋㅋ 눈물범벅. 얼굴까지 빨개져서는.
팬 석에서는 지원아 울지 마부터 몬생겼다, 김지원! 울지 마라!까지 다양한 말이 들려왔어.
그에 김지원 반응?
"못생겼다 누구야! 너네 오빠가 이렇게 잘났는데!"
"코나 닦고 말해라!"
ㅋㅋㅋㅋㅋ 난 무슨 대학 개그 하는 데 온 줄. 어쨌든 슬슬 마무리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어느 정도 진정이 됐을 때 김지원의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울려 퍼졌지.
"고마워요, 오늘. 그것도 좀 많이. 아, 진짜로. 엄청 감동이네.
난 앞으로도 내 꿈을 위해 음악을 할 거고, 여러분을 위해 무대에 설 거예요.
그리고 아까 김지원은,이라는 질문 말인데. 딱히 구분 짓지는 않을게요.
하지만 나한테 바비는 특별해. 온전히 여러분들과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잖아요."
오, 김지원. 하는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려왔고 김지원은 살짝 웃다가 큰 결심이라도 한 듯
심호흡을 크게 하고 마이크를 두 손으로 꼭 쥐고 최대한 그 공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랑 아이컨택을 하려는 듯 팬석을 주시해.
그리곤 그때 그 시절, 아직은 조금 어렸던 시절의 자신이 했던 말을 그대로 내뱉어.
"오늘 너무 고마워요.
그러니까, 아, 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사실 오늘 내가 진짜로 하고 싶었던 말은 있잖아.
우리 제일 오래가요. 최고로 길게 봐요, 알겠죠?"
스물한 살 겨울 이후로 듣지 못 했던 그 말.
스물넷의 봄, 너무 소중한 내 가수로 부터 듣은 날, 오늘.
END |
급하게 끝낸 감이 있는 것 같지만 무사히 마무리를 했습니다 :) 그래서 오늘 분량 길죠! 아닌가... ㅠㅅㅠ
지금까지 예쁜 피드백 주시면서 함께 달려주신 독자님들, 더불어 글에 관심 가지고 읽어 주신 독자님들 다 너무 감사드려요.
연애사가 주축이 되지 않는 이유는 그냥 팬과 연인으로 바라보는 한 남자, 한 사람, 한 가수에 대한 이야기이기 떄문이예요.
달달한 이야기는 에필로그로 빠르게 찾아오겠습니다. 못다한 말이 너무나도 많지만 우리 여기까지만 볼 거 아니잖아요?
사람을 못 믿었던 지원이는 에필로그 까지만 잡고 있는 걸로 하고 이만 놓읍시다!
[김밥]님 [시계]님 [고데기]님 [바나나]님 [밥씨눈]님 [밀대]님
지금까지 너무 감사드렸습니다. 앞으로도 감사 할 것 같아요 :) 싸라해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