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이랑 연애하는 썰 02
짠! 내가 또 왔어!!!!
어서 빨리 마저 이야기해줄께!!!!
'후배, 내일 시간 괜찮으면 같이 점심 먹을래요?'
'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고딩때 중국어 시간에 지문이,
남자 : 야, 너 어디야?
여자 : 나? 서점인데
남자 : 그래? 그럼 영화 같이 보자
여자 : 그래. 어디서 볼까?
남자 : 3시까지 영화관 입구로 와
뭐 이런 거였는데,
중국어 쌤이 여자애가 이렇게 쉬워서 어떡하냐고 막 그러셨었거든,
제가 그런가 봅니다 쌤...
오빠가 주는 미끼를 덥석 물어버렸네요...☆★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거절했으면 소심한 우리 오빠 다신 나한테 말도 안 걸었을거야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서
멍 때리던 나는 또 다시 들려오는 카톡 소리에 정신을 차렸어
'그럼, 내일 같이 듣는 강의 있죠? 그거 끝나고 같이 밥 먹어요.'
...하...선배가 사주는 것 이즈 뭔들...
뭐 이런 심정이었던거 같아 그때는ㅋㅋㅋㅋ
대학교 와서도 은근히 바빠서 놀수있는 기회도 적었고...하...
하루종일 내일 오빠 만날 생각에 설렘사할뻔했자나...ㅋㅋ
그날 밤,
침대에 누워서도 혼자 온갖 망상은 다하면서 이불 발로 뻥뻥 차다가 제 풀에 지쳐서 잠들었어
그리고 다음날 일어났는데
어이쿠, 오전 6시네?
나 원래 대학교 들어와서 8시 이전에 일어나는 일 전혀 없었거든
오늘 강의도 9시부터였구...ㅋㅋㅋㅋㅋㅋㅋ
얼마나 설렜으면...불쌍한 나...(토닥토닥)
아무튼 일어나서 정신차리고 씻고, 옷을 꺼내 입었어
진짜 대학교 와서 꼬까옷 차려입고 학교가는 건 학기 초 빼고 정말 오랜만이었어
옷 다 입고, 고데기도 간만에 꺼내서 머리 좀 말아주고, 고등학생때 혼자 앞머리 짜르던 능력 발휘해서 앞머리도 짠! 하고 만들어주고
오랜만에 안경도 벗고... 화장도 조금 더 많이 하고!!!!!
그러곤 거울 봤는데...
여긴 어디, 난 누구...
난 화장을 한게 아니라 분장을 한 것 같았...ㅋㅋㅋㅋㅋㅋ
내가 안경 도수가 엄청~ 높아서 눈이 진짜 작아보이거든
정말 만화 속 뱅글이 안경 수준? 그 정도로 도수가 높아...
그래서 보통 안경 벗기만 해도 사람들이 잘 못 알아보거든
게다가 화장하고 쫙 빼입으니 나도 못 알아보겠더라고...
그렇게 꼬까옷 입고 룰루랄라~ 하면서 학교에 갔어
그렇게 오빠랑 같이 듣는 강의가 끝나고, 먼저 나가서 오빠 이끌고 가긴 좀 그러니까
일부러 느릿느릿하게 가방챙기고 나왔어ㅋㅋㅋㅋㅋㅋ
거의 내가 마지막으로 나왔던 것 같아!
아무튼 나오니까 문 앞에 오빠가 서 있더라
벽에 기대 서 있는데... 기럭지가...bb
내가 키가 너~무 작아서 나보다 키 큰 사람을 좋아하는데, 오빠가 비율이 좋아서 그런가 키가 엄청 커 보이는 거야!
완전.. 막... 나 반해가지고...
똑똑, 거기 경찰서죠? 전 심장인데요 폭행을 당했습니다만?
오빠 막 핸드폰하고 있는데 내가 문 밖으로 나오면서
"선배..."
이러니까 오빠가
"어 나왔어요? 그럼 가요."
그렇게 나오는데 오빠가 갑자기 날 위아래로 쭉 훑어보더니
"오늘 나 만난다고 꾸민거에요? 이쁘다."
아ㅠㅠㅠㅠㅠㅠㅠ 나 (반)존댓말 연애가 정말 로망이었는데ㅜㅠㅠㅠㅠㅠ큐ㅠㅠㅠㅠㅠ
오 준면오빠느니뮤ㅠㅠㅠㅠㅠㅠ
그 날 난 계속 존댓말에 심장어택 당했쟈나!
오빠 정말 최고시쟈나!!!!!
같이 밖으로 나오면서 오빠가 '뭐 먹을래요?' 물어보더라고
그래서 난 고민하다가 '학...식?' 이랬지...
오빠한테 부담주기도 싫었던데다가
그날 학식이 내가 좋아하는 돈까스였거든ㅋㅋㅋ
우리학교 돈까스 짱 맛있어!
아 그게 요점이 아니라,
"풉, 학식이요?"
이러길래 나는 얼굴 또 새빨개져서 고개 숙였지...
내 돈까스가 무시당할 일인가...
"그래도 명색이 선배가 사주는 건데, 좀 더 좋은 거 골라봐요"
이러는데
보통 뭐 먹을래? 이러면 온갖 메뉴들이 떠오르면서 쉽게 못 고르지 않아?
그래서 고민하는데 오빠가 웃으면서 '내가 비빔밥 잘하는 집 아는데, 거기 갈래요?' 하더라고
나도 비빔밥은 좋아하니까 '네!' 이랬지
그러고 정확히 30분 후, 난 엄청난 후회를 했다고 한다.
내가 매운 걸 진짜 잘 못 먹어
학식에서도 좀만 매운 쫄면이나 떡볶이, 이런거 나오면 눈물빼며 헥헥거리면서 먹어가지고 애들이 한심하게 본단 말야
그래서 짜증내며 애들보면 애들은 멀쩡하고...
내가 그정도로 매운 걸 잘 못 먹는데,
유일하게 잘 먹는 두 개가 라면이랑 비빔밥이었어
(떡볶이랑 김치도 잘 못 먹어...)
근데 오빠가 말한 비빔집에 갔더니,
'엄청나게 매운 비빔밥!'
...? 난희골혜? 오빠...?
내가 멈칫하는 걸 느꼈는 지, 오빤 또 웃으면서
"왜요, 매운 거 잘 못 먹어요? 다른 거 먹을까요?"
이러는데...
괜히 무시당하는 거 같고 오기생겨 가지고 그냥 먹자 그랬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랬을까 ;ㅅ;
들어가서 자리를 잡고 난 참치비빔밥을, 오빤 돌솥비빔밥을 시켰어
메뉴판 보니 참치비빔밥이 그나마 덜 맵더라고...
서로 얘기하다가 음식이 나오고 우린 먹기 시작했어
그리고 정확히 3분 후 반응이 오기 시작했지
오빠가 밥 먹느냐고 나 신경 안 쓰는 동안 진짜 나 물 미친듯이 마셔대고 안 들키게 조용히 헥헥거리고ㅋㅋㅋㅋㅋ
그러다가 결국 들킴ㅋ
오빠도 얼굴에 웃음이 한 가득해가지고
"어떡해, 많이 매워요?"
이러는데...
오빠, 죽빵 한번만 때려봐도 되요?
가게 나올때 쯤 되니까 얼굴이 막 완전 빨개져가지고... 눈물도 막 그렁그렁하고...
오빠가 막 내 손 잡고 편의점 데려가서 우유 하나 사주더라고
우유 하나 사서 빨대 딱 꽂아가지고 입에 물려주고 내 손 우유팩 위에 딱 올려놓는데
진짜 친오빤줄;;;
나도 남자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거였는데, 이 사람이 날 정말 귀여워하고 이뻐하고 있구나
이걸 느낄정도 였어...
그리고 자기 손 차갑다면서 내 얼굴에 손대고 식혀주는데
나는 혼자 '뭐야 이런 스킨쉽은' 이런 생각하고
오빠는 내 얼굴이 신기한건지 그냥 귀여운건지 두 손 내 얼굴 양 옆에 딱 올려놓고 이리저리 막 흔들더라고
...지금 생각해보니 소심한 우리 오빠 맞아? 누가 분장한거 아냐?
아무튼 오빠가 오늘 하루 식사 같이하면서 느낀게 있던건지 갑자기 나랑 눈 마주치더니
"후배, 이봐요 선배랑 연애 안 해볼래요?"
이러는거...
아 진짜 우리 오빠 맞나? 우리가 이렇게 진도가 빨랐었나?
내가 당황해서 어법버버 거리니까 오빤 또 그게 귀여웠는지 내 볼 꼬집으면서
"잘 생각해줬음 좋겠네요"
웃으면서 말하는데 내가 넘어가 안넘어가ㅜㅠㅠㅠㅠㅠ
그대로 넘어가서 "조..좋아요!" 이러니까 오빠가 씩 웃으면서 품에 껴안더라고
"아이고, 이걸 귀여워서 어떡해 정말"
그리고 우린 행쇼~!
벌써 느낀건진 모르겠지만, 정말 겉잡을 수가 없지 않니, 우리 오빠?
그 날은 정말 연상스러웠던 것 같다, 안 그래?
그날 저녁 문자까지 완벽하게 오빤 낮이밤이였어...... 완벽하게마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