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그와트; 일곱 개의 호크룩스
43.
붉은 머리를 한 그가 세력을 늘린다는 소문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세력이 소문만큼이나 빠르게 늘어나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녔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제안을 거절한 자는 그 자리에서 목숨을 앗아갔고, 그의 세력 또한 마찬가지였다. 다만 그 세력은 둔기나 마법이 아니라 마치 영혼을 흡수하는 것처럼 목숨을 앗아가 그 모습이 악마와 같다 하여 악마의 세력, 어둠의 세력, 그리고 ‘마음을 갉아먹는 자들’이라 불렸다.
갈빛이 돌았던 머리칼이 생기를 잃고 붉게 변한 것이 얼마나 지났는 지. 그는 가늠할 수 없었지만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난 것은 알았다. 왜냐하면 오늘이, 저를 마법세계로 데려와 거둬주고 교화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던 이의 마지막 날이었기 때문이다.
그간 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 필요한 만큼의 호크룩스를 만들었다. 그만큼 본체의 삶은 길어졌으나 그는 이에 만족하지 않았다. 더, 더 길어야 해. 영생이라 부를 수 있을 만큼. 내가 나의 호크룩스와 영원을 보낼 수 있을 만큼. 때문에 그는 목숨을 담보로 거래했다. 네가 내게 목숨을 바친다면, 나는 내 힘을 빌려줄게. 네 육신 썩어가겠지만, 육신이 필요 없을 만큼 강한 영혼이 되어 나의 영생동안 함께할 수 있어. 이것을 거절한다면 내게 남는 것은, 죽음뿐이리라.
그래, 죽음. 볼드모트 뷔는 김태형이었던 나날들을 머릿속으로 훑으며 그것에 임박한 이를 찾아가고 있었다.
“많이 쇠약해지셨네요.”
정욱은 소리 없이 찾아온 손님을 힘겹게 쳐다봤다. 흐린 눈이 이목구비를 선명히 보여주진 않았지만 목소리로 알 수 있었다.
“죽기 직전에 너를 만나게 될 줄은 몰랐구나.”
“시간이 많이 지났으니까요.”
“졸업 후엔 찾아오지도 않더니.”
“찾지 않아도 내 소식은 어디서든 들을 수 있잖아요.”
“그래…….”
정욱은 붉은 머리칼을 눈으로 훑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널 더 신경 썼어야 했는데.”
“후회해봤자 소용없습니다. 이미 일어난 일인 걸요.”
우리는 과거를 청소하고 미래를 만들어나가며 지금을 살아갈 수밖에. 그는 창밖을 보며 말했다. 찬바람에 유리가 흔들리고 그 밖에는 앙상한 나뭇가지가 흔들렸다. 이어 하얀 것들이 송송 날리더니 본격적인 겨울을 알리기라도 하듯 그 크기를 키워나갔다. 그는 그것이 일정한 크기를 찾아가고서야 입을 열었다.
“원래는 끝까지 찾아오지 않으려 했는데, 몇 가지 고백할 게 있어서 왔어요.”
딱 죽기 직전에 듣기 좋은 고백들이죠. 그는 정욱의 숨이 느려지는 것을 느끼며 말했다. 세차게 부는 바람이 정욱의 숨을 훔쳐 달아나기라도 하는 듯했다.
“내가 죽였어요. 보바통 교장.”
“뭐……?”
“실종된 래번클로 두 명도 제가 그런 거예요. 미로 안에 넣었거든요. 아마 아쿠룹스를 만났겠죠.”
“뭐라고……그게 정말……정말이냐.”
“거짓말 같나요? 평생을 나를 의심했으면서.”
“난, 난 너를 믿었다.”
“그 믿음 사이에 심긴 의심의 싹을 제가 모를 거라 생각하셨군요.”
“난 다른 사람들이 틀렸다는 것을, 네가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끝없이 노력했어.”
“아니요.”
“…….”
“선생님이 증명하려 노력한 것은, 제가 아니라 당신이겠죠.”
“……태형아.”
정욱은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자꾸만 손이 미끄러졌다. 그는 그것을 가만 보고 있었다. 정욱이 끝내 포기하고 저를 흔들리는 눈빛으로 바라볼 때까지.
“후회되세요? 저를 데려온 게.”
“…….”
“저도 후회돼요.”
그때 선생님을 따라가지 말걸. 그럼 로운은 나의 존재도 모른 채 오래 오래 살다 죽었을 텐데.
“하지만 괜찮아요. 이제 로운은 매번 환생할 거고, 그때마다 만날 수 있으니까.”
나에 대한 기억은 그때마다 심어주면 되니까.
“태형아, 너, 무슨 짓을 한 거냐.”
그가 허리를 숙여 정욱과 눈을 맞췄다. 흐릿한 시야에 붉은 머리칼과 짙은 눈이 들어찼을 때, 정욱은 얕은 숨을 삼킬 듯이 들이쉬었다.
“영생이요, 선생님.”
로운과 저는 이제 영생을 살아요.
“호크룩스란 그런 거 아닌가요?”
“너……너……!”
“가는 길을 재촉하진 않을게요. 하지만 나는 당신을 원망할 겁니다.”
로운이 환생하고 또 환생하는 그 순간까지. 영원토록.
찢어지는 숨소리와 급한 맥박이 둘 사이를 맴돌았다. 마침내 모든 소리가 침묵하고 정욱이 눈을 감았을 때, 그 또한 눈을 감고 짧은 기도와 함께 사라졌다.
“그리고 저는 이제 김태형이 아니라 볼드모트 뷔입니다. 하정욱 선생님.”
그곳에 남은 것은 정욱의 마지막 숨과, 그가 남기고 간 원망들뿐이었다.
성당 안은 겨울을 한품에 안기라도 한 듯 온갖 말라비틀어진 잔재들과 앙상한 조각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는, 방금 막 온기를 잃은 것들이 질서 없이 쌓여있었다. 예배당 끝에서는 석상이 홀로 침묵 속을 지키고 있었다. 당신은 침묵을 말하지만 나는 내 존재를 말한다. 뷔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내 존재를 부정하고 나에 대해 알려들면 이렇게 되는 것이라고 온 세상에 알릴 곳. 이미 모든 것이 끝난 이곳을 구태여 찾아온 이유는, 제 힘을 빌린 자들이 처리하지 못한 단 한 사람을 찾기 위해서였다.
“네가 평범한 검이 아닌 건 이미 알고 있으니 어서 정체를 드러내지 그래.”
“아이, 재미없게. 들켜버렸네.”
그리고 온갖 잔재들 사이에 함께 널브러져 있던 검이 목소리를 내며 일어섰다. 뷔는 뒤돌아 그것을 두 눈에 담았다. 주황머리에 변하지 않은 눈빛. 로운이 지어준 이름이 뭐였더라.
“우리 구면이지?”
아, 지민. 뷔는 제 발치에 걸리는 것들을 툭툭 차내는 지민을 가만 바라보았다. 제 하수인이 전한 말과 지금 꼴을 보아 로운이 죽었을 때 함께 봉인되어 마법의 힘에 의해 어디론가 이동된 것 같았다. 로운의 죽음과 함께 봉인됐다는 말은, 마법의 검이 로운을 주인으로 받았다는 것. 주인이 죽으면 함께 소멸하는 성질이 호크룩스 마법에 의해 소멸이 아닌 봉인으로 바뀐 것이 틀림없었다.
“뭐, 그런가? 아까 싸울 땐 못 본 것 같은데.”
“로운.”
“…….”
“로운을 주인으로 받았구나.”
“……하. 이제 기억나네. 너구나?”
악의 기운을 가지고 로운 곁에서 알짱대던 놈이. 지민이 눈썹을 치켜 올리며 말했다. 오랜만에 깨어나자마자 본 것이 이 난장판이었다. 지민은 가만 예배드리던 사람들을 무작정 죽이는 것들에 식겁했던 방금의 기억을 되새겼다. 아직 뻐근한 목을 천천히 돌리며 옛 기억 또한 떠올렸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지독한 냄새와 어두운 기운이 지민에게 말해주고 있었다. 결국 그렇게 됐구나. 그래, 떠오른다. 전부 다. 마지막 기억이, 얼마나 좆같았는지도.
“그리고 로운을 결국 파멸시켰지.”
지민이 눈빛을 바꿔 뷔에게 달려들었다.
“이 봐. 조심해. 내가 있기에 너도 있는 거야. 그런데 나를 해치려 하면 되겠어?”
뷔가 몸을 돌려 피하며 말했다.
“그래, 맞아. 로운은 내가 죽였어.”
“너 이……!”
“그리고 내 호크룩스로 만들었지.”
“……뭐?”
“안타깝게도 넌 그 애를 호크룩스로 만드는 장면을 보지 못했구나. 아니면 보고도 몰랐거나.”
“그게…… 가능해?”
“그래. 그리고 곧 있으면 그 애가 태어날 거야.”
“…….”
“환생한 로운이.”
“미친놈아. 로운을 원상태로 돌려내!”
지민이 다시 한 번 몸을 내던졌다.
“생각해 봐. 로운의 영혼이 내 호크룩스가 된 이상, 계속해서 환생할 거야. 그리고 넌 주인이 죽어도 소멸하지 않지. 지금처럼.”
“개소리 마. 사람의 환생은 네 같잖은 마법 따위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야.”
“뭐, 아주 바보는 아니었나보군.”
“원하는 게 뭐야?”
지민이 구겨진 앞을 털며 말했다. 제가 공격을 해봤자 피하기만 할 뿐 맞받아치지 않는 것을 보아 싸울 마음이 없는 것 같았다. 로운의 죽음을 운운하며 성질을 돋우는 데에는 반드시 원하는 것이 있을 터. 지민은 혼란스러운 마음을 추스르며 물었다.
“날 주인으로 받아.”
“씨발, 뭐?”
그리고 곧바로 혼란스러운 마음은 분노로 뒤바뀌었다.
“날 주인으로 받으라고.”
“이거 진짜 근본없는 놈이네. 너 같으면 내 주인을 죽인 놈을 주인으로 모시겠냐?”
“지금 그 애의 영혼엔 내가 스며들어가 있어. 로운이 나고, 내고 곧 로운이야.”
“너 혼자 가을 왔냐? 지랄이 풍년일세. 추수해야겠어.”
“거절한다는 말이군.”
“당연한 거 아냐?”
“그럼 방법은 한 가지.”
뷔는 제 밑에 쓰러져 있는 것 하나를 뒤집어엎었다. 아직 숨이 붙어 미약하게 살려 달라 외치고 있었다. 아직 육신을 가지고 있는 제 쪽 세력이었다. 뷔는 지팡이를 꺼내들었다.
“지금 뭐하냐.”
“호크룩스 마법의 첫 단계가 뭔진 너도 알겠지.”
“너 설마.”
“살인이야.”
아바다 케다브라. 태형이 용서받지 못할 주문을 입에 올렸다. 이미 수없이 오르내린 것이었으나 지민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이랬구나. 이래서 더 지독해진 거구나. 그동안 얼마나 많은 금기를 어겼을지 감히 가늠할 수조차 없었다.
“허…… 생각보다 훨씬 또라이네. 그때 너를 죽이지 못한 게 평생의 한이 될 것 같다.”
“네가 순순히 내 것이 되어준다고 했으면 이런 일은 없었어.”
“그런 식으로 로운을 죽였어?”
지민이 뷔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그렇게, 로운을.”
죽였어?
대답은 없었다. 대답 대신 알 수 없는 주문을 외운 뷔의 지팡이는 지민을 향해 있었다. 살인을 하고 호크룩스를 만든다. 뷔는 얼마나 조각난 지도 모르는 영혼 중 몇 번째 조각일지도 모를 제 영혼이 검에 담기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 안에 잠들어있는, 제 영혼이 닿지도 못할 곳에 있는 커다란 힘도 느껴졌다. 어차피 너도 호크룩스가 되었으니 상관없어. 그 주인인 로운도, 나의 호크룩스니까.
“확실히 검일 때가 좋군. 조용하고.”
뷔가 검을 주워들며 말했다.
“방금 로운이 태어났어.”
뷔는 검을 소리 나게 떨어뜨렸다. 이미 제 것이 되었으니 어디에 두든 상관없을 것이다. 게다가 제 영혼이 닿지 못하는 커다란 힘에 의해 이 봉인도 일시적일 테니.
성당 안은 겨울은 한품에 안기라도 한 듯 온갖 말라비틀어진 잔재들과 앙상한 조각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는, 방금 막 온기를 잃은 것들이 질서 없이 쌓여있었다. 예배당 끝에서는 석상이 홀로 침묵 속을 지키고 있었다. 당신은 침묵을 말하지만 나는 내 존재를 말한다. 뷔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내가 찾으러 갈 거야.”
이번에도 무언가를 호크룩스로 만들 수 있을지 모르겠군. 차가운 공기가 아무것도 듣지 못했단 듯 목소리를 쓸어 담았다. 겨울을 품었던 성당 안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그리고 그날 태어난 아이의 이름은,
김희완이었다.
안녕하세요 육일삼입니다. 모기가 기승이네요. 왜 안 멸종하는지 모르겠어요 지니에게 소원 세 가지를 빌 수 있다면 하나는 무조건 모기 멸종으로 빌래요.
암호닉 |
다람이덕 김석진잘생김 자몽해 몽9 우주 낑깡 빙구 잠만보 파냥 감귤 뮵 민덩방아 뇸 하루 방람둥이 어덕맹덕 미드나잇 뽀이뽀이 오징어만듀 말랑 노츄껌뜌 5959 뽐슈 샛별0309 푸른하늘 스리 반투명 더 퀸 썬코 둘셋 레브 랄라 쑤기쑤기 녹차나무 두두 파인애플맛젤리 밍늉깅 태탄 지니예 세라 이안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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