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티로쓴글주의) 00 고삼의 첫 모의고사 성적표는 끔찍했다. 56145. 그나마 영어가 경수를 살렸다. 그래, 하나만 잘하면 되는거야. 종이에 불과한 모의고사 성적표를 딱지모양으로 접어나가며 스스로를 위안한다. 하늘이 나를 하수구에 집에 넣을 언정 쏟아날 구멍을 찾으면 된다. 집에 가서 한숨 푹자고 일어나면 그 구멍을 찾을수 있을 것이다. 헛된 생각을 하며 신나게 가방을 매며 일어섰다. ㅡ도경수님 청소하셔야지요? 아, 맞다. 나 오늘 지각했지. 경수는 민석이의 상큼한 미소와 함께 빗자루를 건내 받았다. 3학년 4반의 환경부장 김민석은 책임감이 넘쳐나는 멋진 급우였다. 그저 이름만 존재하는 환경부장일 뿐인데, 그 어떠한 반의 환경부장도 자신이 환경부장이라는 것을 모를 정도로 쓸데 없는 명칭인데도, 그는 그 네글자의 타이틀에 충실했다. 종례가 끝나고 나면 지각한 급우들이 도망가지 않고 깨끗한 반을 만들 수 있도록 상냥한 미소와 함께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쥐어주었고, 매주 화요일, 금요일에는 주번들이 게으름에 빠지지 않도록 쓰레기통을 비워야하는 것을 일깨워주었다. 그러니깐 사실상 지가 직접적으로 하는 것은 없었다. 경수가 힘 없이 빗자루를 움직였다. 교실 바닥에는 매점에서 파는 모든 종류의 과자 봉지가 굴러다니고 있었다. 경수는 저에게 인사를 하고 교실을 나가는 급우들의 토실토실한 궁둥이를 찰지게 쳐주고 싶었다. 유치원때부터 쭈욱 이 동네에 살아온 경수는 자신이 살고 있는 경수 아파트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다. 어느 아파트들처럼 단지수가 많아 웅장한 것도 아니고 티비에서 광고하는 비싼 아파트도 아니었다. 그저 적당한 크기에 깔끔하고 아름답게 꾸며진 모습이 좋았다. 게다가 아파트 이름이 제 이름과 똑같아, 딱 제가 사는 아파트였다. 어릴때 줄곧 놀림 받았어도 그게 뭐 어때서? 라며 제가 좋아해 마지 않는 아파트 단지를 쏘다니곤 했다. 어느 아파트 보다 푸르른 나무들과 꽃들이 봄바람에 휘날렸다. 꽃향기가 어우러진 봄공기를 들이마신 경수는 103동에 들어섰다. 엘리베이터가 경수가 사는 9층에 멈춰있었다. 앞집 아줌마 아저씨와 함께 동반 여행을 가신 부모님과 오후에 촬영이 있다며 아침부터 팩을 하던 누나가 벌써 돌아오진 않았을 것이 분명하니 앞집의 외동아들이 집에 왠일로 일찍 기어들어왔나보다. 앞집은 중국인 가족이었다. 경수네와 비슷한 시기에 아파트가 새로 지어졌을때부터 이 아파트에서 10년 넘도록 함께 살아온 이웃사촌이었다. 그 누구도 중국인이라는 것을 눈치 못 챌정도로 뛰어난 한국어와 플러스 알파로 충줄한 외모를 가진 패밀리이다. 누나는 앞집 루한이 형만 보고들어오면 짜증을 내며 폭풍 팩을 하곤 했다. 경수는 그런 누나에게 그런다고 얼굴이 이뻐지냐? 이렇게 말했다가 마스크 팩으로 비오는 날 먼지나도록 맞았던 날이 있었드랬다. 어렸을적, 그러니까 누나와 루한형이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경수가 막 유치원에 들어갔을때, 교수로써 학구열이 뛰어나신 앞집 아주머니는 제 아들과 함께 도남매에게 중국어를 가르쳐주시곤 했다. 어린이들은 밖에 나가 킥보드글 타고 싶어 배우기 싫다고 찡찡대기 일쑤였다. 특히 모국어를 배우는 것에도 불구하고 루한형이 제일 난리었다. 자긴 한국어가 좋다며 말이다. 오히려 그 어린 경수가, 짧은 발음과 잘 잡지도 못하는 연필을 쥐고 중국어를 더 열심히 배웠더랬다. 경수는 누나와 루한형은 콧웃음 치며 그냥 맞고 마는 아주머니의 등짝스매싱이 무서웠다. 그런 과거 덕분에 경수는 자신의 중국어 실력이 중국인인 루한보다 출중하다고 자부하며 말한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안으로 몸을 싣자 마자 코에 남자 향수냄새가 멤돌았다. 루한형 냄샌가. 경수는 꽤 괜찮은 향수향에 코를 킁킁대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앞집의 문이 신발에 걸려 채 닫히지도 않고 열려있는것이 보였다. 그 틈으로 꽤 소란스러운 말소리들이 들렸다. 루한은 대학생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언제 어디서 무슨 사고를 칠줄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존재였다. 엄마,아빠,아줌마,아저씨가 여행을 떠날때 루한형을 부탁한다며 신신당부를 했기에 경수는 그를 감시해야할 의무가 있었다. 그러니깐 저 시끄러운 집안으로 들어가야한다는 것이었다. 앞뒤 가릴것 없이 경수는 앞집의 문을 벌컥 열고 들어섰다. ㅡ루한이형!!!!! 생각없이 목청껏 루한을 불러재끼며 집안으로 들어간 경수는 여러개의 눈동자가 저에게 쏠리는 것을 느꼈다. 한순간에 집안이 조용해졌다. 경수의 얼굴이 쪽팔림에 달아올랐다. ㅡ경수 왔냐? 루한의 목소리에 경수는 막 굽기 시작한 삼겹살을 올려놓은 부스탄을 중심으로 둘러 앉아 소주를 따고 있는 풍경에 상황파악에 나섰다. 제게 쏠린 시선이고 뭐고 경수는 루한이 제 집과 마찬가지인 집에서 술파티를 벌이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팔꿈치로 소주 엉덩이를 치고 있는 루한에게 바락 소리를 질렀다. ㅡ루한이형!! 아줌마 아저씨 없다고 대낮부터 집을 술판으로 만들어?!? ㅡ이르면 고자. 경수는 할말을 잃었다. 저 유치한 루대딩에게 뭐라 대들어야하는가. 입만 벙끗거리던 경수는 화장실에서 나오는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쌍커풀이 없고 살짝 날카롭게 보이면서도 순해보이는 사람이었다. 그는 경수를 훑어보더니 그를 지나쳐 자리에 앉았다. ㅡ온김에 고기나 먹고가 도고딩. 얘들이 나 앞집동생 도고딩이야. 동생이라 생각하고 편하게 부려먹어.무 ㅡ도고딩? 반가워 여기 앉아. 나는 루한이 친구야. 얘네는 후배고. ㅡ안녕. 네..안녕하세요.. 루한에게 말려든 경수는 루한의 친구라는 사람의 손에 이끌러 신문지 위에 앉았다. 화장실에서 나왔던 남자의 맛은편이었다. 경수는 옆의 형이 주는 콜라를 마시며 옆에 앉은 남자와 몇마디 나누며 피식피식 웃는 모습을 쳐다보았다. 되게..뭐랄까..간지난다...? 이상하게 마음이 설레기 시작한다. 연재장담못하는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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