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태형이가 애아빠라고요?
"탄소 쌤, 출근하자마자 뭘 그렇게 찾아요?"
"아니, 별건 아니고 그냥..."
태혁이가 그린 아빠그림이 여기 근처 어디에 있을텐데 어디로 간거야 진짜
서랍도 열어보고 아이들이 유치원을 졸업할 때 드릴 추억파일을 뒤지기도 했다.
그러고보니 내가 그 그림을 가져다 게시판에 올렸었지.
그래, 쳐진 눈과 웃을 때 한없이 해맑은 저 입꼬리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방탄 입덕할 때 우리 태형이 머리색 주황색..!
저 때 당시만 해도 태혁이가 갈색이랑 주황색을 분간 못 하는 줄 알고 아무렇지 않게 넘겼었는데
다시보니 빼박 이건 우리 태형이다. 태형이가 맞아...!
게시판에 붙어있는 그림을 조심스럽게 떼어내려는 찰나
"탄소 쌤! 유치원 차 왔어ㅇ.. 뭐해요?"
"예? 아, 아니 그게 그... 삐뚤어진 것 같아서 다시 붙이려고..."
"엥, 괜찮은데? 그나저나 빨리 애들 마중해야죠."
"예, 그래야죠 그럼요 우리 애기들 보러가야죠 하하"
육시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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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선생니임~"
"응, 안녕하세요 태혁아"
"탄소 선생님 오늘도 예뻐요!"
오늘도 어김없이 목을 끌어안고 예쁘다며 칭찬을 해주는 태혁이다.
다른 선생님들 앞에서도 태혁이는 이러한 칭찬을 종종 해주곤 하는데 그 때마다 선생님들이 다 날 쳐다본다.
알아요, 안다고요.... 옘병.
사실 태혁이 아빠가 누구인지 몰랐을 어제 오전만 해도 이 행동이 그저 사랑스럽고 귀여웠는데
태혁이 아빠가 내가 그리도 좋아하던 태형이었다고 생각하니 굉장히 곤란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거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굉장한 충격이다.
시발..오빠... 흐어헝ㅎ헣어허허어허헝
"선생님 오늘 이상해요"
"응? 뭐가요?"
잠시 딴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걸 알아챈건가 태혁이가 짐짓 제 나름대로 무서운 표정이라고 짓고는 내게 말했다.
"왜 태혁이가 인사하는데 태혁이 안 봐줘요?"
나름의 고민으로 혼란스러워 하고 있던 내 모습이 태혁이 눈에도 보였나보다.
"어..태혁아 선생님이 생각해보니까요"
"네에"
또 말꼬리를 늘려가며 대답하는 꼴이 진짜 우리 태형이 빼다박았다.
아.. 안돼... 탄소야.. 너.... 안 돼....
"태혁이랑 태혁이 아빠랑 무지 많이 닮은 것 같아요."
"정말요?"
"응, 정말요"
정말 넌 내 남자와 닮은 것 같아 태혁ㅇ...으윽
그런데 의외인 것은 내 말을 들은 태혁이의 행동이었다. 정말 뛸 듯이 좋아하는 태혁이의 행동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좋아했던 것이다.
아빠와 아들이 닮는 것은 당연한 일일텐데 왜 저렇게 좋아하는거지
방방 뛰며 내가 언제 삐쳤냐는 듯 유치원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태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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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쌤, 어제 늦게까지 퇴근 못 했다면서요?"
"예? 아, 예..뭐.. 괜찮아요!"
정말 괜찮았다.
덕분에 내 학창시절을 함께한 나의 오빠와 같은 차를 타고 우리 집 앞에까지 갔었고
내내 태형이의 애교와 태혁이의 애교를 마음껏 보았기 때문에 나에게 있어 그 퇴근길은 정말 오예이었기 때문이다.
오직 나를 위한 팬 싸인회 같았달까...
"어제 태혁이 고모님이 전화 오셨더라고요. 본인이 일이 있어서 애 아빠보고 데리러 가라고 했더니 애 아빠도 일이 있어서 조금 늦었다라면서..."
"그랬구나"
"태혁이 아버님은 어땠어요? 태혁이 고모님은 굉장한 미인이시던데"
"마찬가지였어요. 역시 태혁이는 좋은 유전자를 물려받았나봐요."
"어머, 복받았네 우리 태혁이. 나중에 여러 여자 울리는거 아닌가 모르겠어요 호호"
그래, 역시 애 엄마도 있을거고 무엇보다 태형이는 내가 저 팬이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을거다.
그러니까 어제처럼 차도 태워주고 그런거겠지.
나도 태혁이한테 최선을 다 하면 되는거다. 태형이는 이제 내게 있어 학부모,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니까.
그래도
오늘도 데리러 와줬으면 좋겠다.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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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혁아"
"응? 불러써요 선생님?"
자리에 점잖히 앉아 동화책을 읽고 있던 태혁이가 나의 부름에 고개를 들고 쳐다보았다.
"어쩌죠, 태혁이 고모가 늦을 것 같대요."
말을 듣자마자 울상을 짓는 태혁이다. 그런 태혁이의 표정을 보는 나도 울상을 지어야 하지만 슬슬 올라가는 입꼬리가 그것을 방해하고 있었다.
수업이 다 끝나고 아이들의 하교를 배웅해주고 들어오는 길에 태혁이 고모님이 전화가 왔다고 한다.
오늘도 태혁이를 데리러 가는게 힘이 들 것 같다고.
대신 태혁이 아버님이 또 데리러 오실거라며 오늘은 시간을 잘 맞추겠다고 덧붙였다고 했다.
원장님께서는 집으로 가는 짐을 챙기고는 내게 말하셨다.
'탄소쌤은 좋겠네, 태혁이 아버님만 두 번씩이나 뵈고. 우리 유치원에서 태혁이 아버님 얼굴 본 쌤은 탄소쌤이 처음일거야"
"대신 태혁이 아빠가 데리러 온다시네?"
"와, 정말? 우리 아빠 최고!"
"응, 태혁이 아빠 짱 좋으시다 그렇지?"
"아, 선생님 나 아빠한테 전화 좀 해도 되요?"
"응, 물론요. 선생님 전화 빌려줄게요."
선생님이 절대 네 아빠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그러는건 아니야
휴대폰 잠금을 해제하고 최근기록에 들어가 어제 날짜에 찍힌 '태혁이 아버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의외로 금방 받는 태형이었다.
-여보세요? 선생님?
"어, 안녕하세요. 다름이 아니고 태혁이가 할 말이 있다고 해서요...자, 태혁아 받아봐"
-응, 태혁아 아빠야 왜 전화했어요?
아.. 오빠.. 목소리.. 어얽..
전화를 들고도 한 참을 망설이는 듯한 태혁이가 힘들게 입술을 때어 말했다.
"아빠아"
-응, 태혁아
"오늘요오, 태혁이 맛있는거 사준다고 해써짜나요"
-응, 그랬지
아.. 부럽다.. 태혁이.
"태혁이는 탄소 선생님이랑 먹고 시퍼요"
-응?
태혁이의 나 조차도 전혀 몰랐던 예상치못한 발언이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심지어 태형이도 당황을 한건지 몇 번이나 되묻더라
태혁이가 내 눈치를 살짝 보더니 제 아빠를 닮은 눈웃음을 살풋 짓고는 통화를 끊지않은채 내게서 멀리 달려갔다.
멀리라고 해봤자 내 시야 안이라 굳이 쫒지는 않았다. 부자간의 비밀이야기가 있을 수도 있고 하니까
태혁이는 플라스틱 미끄럼틀 위에 다소곳이 앉아 두 손으로 휴대폰을 쥔 채 뭐가 그리 신나는지 맑은 목소리로 통화를 하고 있었다.
곧 통화를 끝내고서 도도도도 달려와 내 품에 포옥 안기며 한다는 말이
"선생님 오늘 우리 아빠랑 밥 먹으러 가요!"
오 지져스 갓 하나님 아버지 나무아미타불 앞으로 야한 생각 안 할게요 정말 감사합니다.
하지만, 바로 승낙하기엔 곤란함이 존재했다.
정말 같이 먹어도 되는걸까
"태혁이랑 태혁이 아빠랑 같이 맛있는거 먹는건데 선생님이 끼어도 될까? 태혁이 아빠한테 너무 미안한데?"
"괜찮아요 아빠도 선생님이랑 같이 먹구 싶대써요!"
그래. 가자. 고마워 태혁아 넌 정말 나의 천사야.
나의 심리적 안정감을 얻기위해 한 번 튕겨본 물음의 대답으로 확신을 얻자마자 휴대폰 알림음이 띠링 하고 울렸다.
태형이의 카톡이었다.
네네! 약속 없어요! 근데 무슨 일...
어쩌면 태혁이는 정말 나의 천사일지도 모른다.
이런 귀염둥이.
아 ㅋㅋ 그랬구나 네 괜찮아요 저는! 아버님이 괜찮을까 걱정이네요...
네!
미쳤다. 탄소 인생 어언 2n년, 청춘을 즐기다보니 이런 일도 다 있구나.
학창시절 나의 오빠와 카카오톡을 해보다니....
심지어 저녁 약속을 잡는 내용이었다니....
그나저나 태형아 너 여전하네 음식 좋아하는 건... 하... 알긴 하니, 내가 네 빠순이 뭐 그런거였다고 엉허어헣어허헝
태형이와의 카톡으로 히죽히죽 웃고 있자니 태혁이가 선생님 뭐해요? 우리 아빠에요? 하며 눈을 떙그랗게 뜨고 물어온다.
응, 태혁이랑 태혁이 아빠랑 선생님이랑 저녁먹으러 가겠네! 하며 한껏 들뜸을 보여주니 태혁이도 따라 예쁘게 웃는다.
뉘집 아들인지 참 사랑스럽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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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뭔가 짧지만 짧지 않은 짧아보이는 글이네요.
사실 저번주 일요일에 올리려고 했는데 개인사정상..예.
것보다 반응이 너무 웃겼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태형이 엄마가 도대채 어쨰서 왜 당신들이야 (정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재밌게 읽어주신 것 같아 작성한 저로써 굉장한 영광입니다!
첫 작품 첫 편의 반응이 좋아 실로 기분 좋은 날들을 보내왔어요.
우리 태형이가 애아빠라고요? 를 무사히 완성할 수 있게 함께 해주실거죠?!
뭔가 사담이 길어진 것 같지만 이만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연재는 자유연재라 이렇다 할 주기가 없어요.
하지만 최대한 빠르게 여러분들을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