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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의글] 불량 고딩 호다 / 과외 선생 너정 | 인스티즈



* * *



"다니엘."

"오늘까지만 놀자. 응?"

"내가 그 말만 백 번은 들은 것 같다."

"OO이 좋아서 그러지~."

"내가 몇 번을 말 해. 선생님이 아니면 누나라고 부르랬지."


 아무렴 어때? 하고 씩 웃는 녀석을 바라보다 고개만 저었다. 넉살도 좋다, 인석아. 한숨을 푹 내쉬고 펜을 고쳐 쥐었다. 정작 설명을 들어야 할 녀석의 시선은 문제집이 아닌 나에게 향해 있었고, 녀석을 가르쳐야 하는 내 시선만이 아래로 고정되어 있을 뿐이다. 칭얼거리는 녀석을 무시하고 문제를 풀어 내려가자 입술을 삐쭉 내밀며 부루퉁한 표정을 짓는다. 곁눈질로 녀석을 살피면서 나는 자꾸만 약해지려는 내 자신을 채찍질했다. 약해지지 마. 저런 한낱 고딩한테 언제까지 휘둘릴 생각이야, OOO? 스스로를 질타하고 재촉했지만…, 녀석에게는 역부족이었다. 비 맞은 강아지 마냥 끙끙거리는 데 어떻게 무시할 수 있을까.


"딱 일 년만 열심히 하자. 응?"

"…."

"수능만 끝나면 해 달라는 거 다 해줄게."

"…진짜?"

"당연하지. 그러니까 나를 봐서라도 열심히 해 주면 안 돼? 그래도 명색이 과외 선생인데 어머님이 뭐라고 생각 하시겠어."

"하긴…. 게다가 OO이는 나랑 결혼 해야 되니까."


 당혹감이 서렸지만 애써 웃어 보이며 못마땅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개방적인 호주에서 왔다지만 너무 빠른 거 아니니. 이 누난 아직 할 일이 많단다. 아직 취업도 안 했고…. 이런 얘기를 주저리 주저리 아무리 꺼내봤자 마지막엔 항상 '그러니까 나랑 결혼해!' 였지만. 나는 입만 꾹 다물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렇게 공부를 못 하는 것도 아니었고, 한다면 하는 녀석이라 수능 정도야 1년만 열심히 하면 충분한 녀석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나저나….


"너, 말이 짧아진다?"

"에이, 언제 부터 그런 걸 따졌다고."

"이 자식이…."


 됐고, 이 문제나 풀어 봐. 펜을 넘겨 주며 말하자 툴툴거리면서도 고개를 문제집에 박는 녀석의 반질반질한 머리카락을 바라보다 어머님이 가져다 주신 주스 잔에 손을 뻗었다. 빨대로 쪼로록 주스를 마시며 밖을 보니 처음 이 방, 이 자리에 앉아 봤던 창밖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 


-


 첫 과외는 엉망이었다. 어머님이 왜 처음에 나를 볼 때 학력이 아닌 첫인상을 중요하게 봤는지 나는 녀석을 만나고 나서야 이해가 갔다. 어려서부터 가 없다거나 기가 세다는 말을 많이 들었던 나는 최대한 착하고 친절해 보이기 위해 갖은 애를 썼다. 하지만 어머님은 어떻게 꿰뚫었는지 단지 기가 세다는 이유로 나를 녀석의 과외 선생 자리에 앉혀 주셨다. 한달 과외비는 무려 80만원. 1주일에 4명씩 과외해도 받을까 말까 하는 금액이었다. 나는 내 학생이 될 녀석은 보지도 않은 채 당장 그 자리에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나는 내 철없는 행동을 후회했다. 


'뭐야?'

'뭐, 뭐야라니.'

'내 방이야. Get out.'


 귀에 박히는 본토 영어 발음에, 아니 그건 둘째치고, 처음 보자마자 하는 말이 (그것도 내가 딱 봐도 더 누나인데.) 'Get out.' 이라니. 와이셔츠 소매 단을 살짝 걷어 올린 아래로 보이는 흉측한 타투 문양들에 입을 떡 벌렸더랬다. 1년 늦게 들어와서 성인이 되었지만 아직 교복을 벗지 못했다고는 들었지만, 저건 너무 한 거 아냐? 저 자식은 학교에서 아무런 제제를 안 하나? 머릿속으로 별 생각을 하며 인상만 찌푸리자 녀석이 조금은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안 나가? 알아서 해.'


 그리고는 내가 대답할 틈도 주지 않고 그 자리에서 와이셔츠 단추를 툭툭 풀어 내더니 훌러덩 벗어 던진다. 빽빽하게 그려진 타투에 입이 또 한 번 벌어지려는 찰나, 철컹거리는 바지 버클 소리에 나는 기겁을 하며 귀를 막고 테이블에 엎드렸다. 오, 어머님. 불량 고딩이라고는 하셨지만 변태라고는 안 하셨잖아요…. 속으로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을 몇 번 반복했을까, 가까이 다가오는 녀석이 느껴져 고개를 슬쩍 들었다. 다행히 트레이닝 복을 입은 상태였다. 녀석은 내 앞에 서서 나를 내려다 보며 제법 흥미롭다는 눈빛, 이라기 보다는 그냥 두려움에 벌벌 떠는 동물을 관찰하듯 입꼬리를 올려 비릿하게 웃었다. 그리고는 새하얀 손에 담배를 끼우며 말했다.


'안 나가네.'

'이, 이런….'

'오늘은 수업 할 기분 아니니까 다음에 다시 오던가.'


 그리고는 내가 분을 이기지 못 하고 씩씩거리는 동안 녀석은 홀연히 사라졌다. 무슨 저런 새끼가 다 있어. 선생을 물로 보네. 아니지, 물 보다 못 하잖아? 내가 똥이 된 기분이야. 이를 바득바득 갈며 녀석을 한참 씹고 있을 때 어머님이 올라 오시더니 부들부들 떨리는 내 두 손을 꼭 잡고 간절하게 말씀하셨다.


'선생님, 저희 아들 잘 부탁 드립니다.'

'어, 어머님, 저는….'

'저는 선생님을 믿어요.'


 내가 이래뵈도 정에 약하다니까. 차마 그 눈빛을 무시하지 못 하고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와서 생각 해 보면, 나는 그냥 그 집안 사람들의 눈빛에 많이 약한 것 같다. 아무튼 그 후로 나는 근성 있게 녀석을 찾아 왔다. 물론 제대로 된 수업을 시작한 건 과외를 시작한 지 5개월, 딱 5개월 만이었다. 그때는 정말 온 몸에 힘이 빠질 정도로 무더웠던 한여름의 어느 날이었다. 헥헥거리며 녀석의 집까지 걸어 와 어머님이 빨갛게 익은 내 얼굴을 보고 기겁을 하시기에 멋쩍게 웃고는 거의 기어가다 시피 계단을 올라갔다. 근데 이 이 또 집에 없어? 오호, 내가 개 껌만도 못 하다 이거지.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 전화를 걸어 버럭버럭 소리를 질러가며 지금 당장 집으로 돌아오라고 외치고 싶었으나, 애석하게도 내 체력은 나를 뒷받침 해 주지 못했다. 나는 녀석의 방 한 가운데 테이블에 앉아 손부채질만 연신 해댔다.


'선생님, 죄송해요. 다니엘이 또….'

'아니예요, 어머님! 전 괜찮아요.'

'다니엘 올 때 까지 이것 좀 드시고, 에어컨도 틀어놓고 계세요. 밖에 많이 덥죠?'

'네, 하하….'


 어머님이 주신 얼음이 담긴 커피를 벌컥 벌컥 마시고 어머님이 에어컨을 틀어주시고 나가자마자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날도 덥고, 무엇보다 땀에 젖은 몸이 끈적여 기분이 몹시 불쾌했다. 나는 솔솔 불어오는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테이블에 엎드렸다. 입고 온 하얀 블라우스에 화장이 묻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지만 그게 다였다. 나는 다니엘이 언제 올지도 모르는 채 그렇게 호랑이 굴에서 잠에 들었다. 


'….'


 한참을 자고 일어나자, 싸늘한 주변 공기에 몸을 부르르 떨며 언제 바닥에 누웠는지 상체를 일으키고 아픈 머리를 쥐어 잡았다. 에씨, 감기라도 걸렸나.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 감기인데. 눈을 찌푸리며 손목에 찬 시계를 바라봤다. 헉, 2시간이나 잤잖아?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을 땐, 더 깜짝 놀라 그 자리에서 심장이 멎는 줄만 알았다. 녀석은 바닥에 주저 앉아 한 쪽 다리에 팔을 댄 채 턱을 괴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잔뜩 못마땅한 표정으로. 아니, 왜 자기가 못마땅한거지?


'일어났냐?'

'너, 너….'

'세상 모르고 잘만 자더라.'

'이 자식이….'

'아무리 그래도 너무 무방비 하다고 생각 안 해?'


 녀석이 이번에는 또 어떤 를 나 싶어 고개만 갸웃 거리자 어울리지도 않게 붉어진 얼굴로 시선을 피하며 손가락을 뻗어 나를 가리켰다. 아니, 나라고 하기에는 위치가 조금 아래…. 고개를 숙여 아래를 바라 본 나는 정말 지금 이 2층에서 뛰어내리고 싶을 정도로 수치스러움을 느꼈다. 다리에 땀이 나는 건 죽기보다 싫던 나는 어리석게 검정 스커트를 입었고, 엎드려 자는 바람에 민망할 만큼 스커트가 올라가 있었다. 다행히 속바지를 챙겨 입어 속옷을 보이는 불상사나운 꼴은 보이지 않았지만. 불행 중 다행인건가. 그나저나 저 녀석 은근히 이런 데에는 숙맥인 모습이 있네. 여자 따위는 아무렇지 않게 후리고 다니면서 하루가 멀다하고 갈아 치울 것 같이 생겼는데.


'아구, 우리 다니엘 부끄러워쪄요?'

'시끄러워. 선생이라는 솨람이 말이야.'


 흠, 당황하면 혀가 꼬이는구만. 거의 처음 보는 녀석의 모습에 재밌다는 듯 킥킥거리자 인상을 험악하게 구기더니 손을 뻗어 내 스커트 아랫단을 만지작 거렸다. 이건 좀 위험한데. 어색하게 웃음을 멈추고 곁눈질로 녀석을 살피자 또 그 장난스럽고 짓궃은 미소가 얼굴에 가득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벗겨 버릴수도 있지만…,'

'버, 벗겨? 너 진짜 제정신이 아니구나.'

'안 벗길테니까 대신에 나랑 사귀자.'


 이 생각 없고 철도 덜 든 꼬맹이가 뭐라고 짖어대는 걸까. 나는 다이렉트 해도 너무 다이렉트 한 녀석의 고백에 영혼이 송두리째 뽑히는 기분이었다. 하하, 고 녀석 뉘집 아들인지 참 화끈하시구만. 보통 고백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상당히 부끄러워 하고 얼굴이 뻘게지며 말도 더듬거리고. 그러는 거 아닌가? 녀석은 고백하는 사람 치고 너무나 평온한 얼굴이었다. 마치 '네가 날 찬다고 하더라도 날 기다리는 여자들은 줄을 섰어.' 라는 표정이랄까. 나는 내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다니엘, 너 술 취한 거 아니지?'

'…씨벌탱.'

'그, 그런 말은 누구한테 배웠어?'


 기겁하며 묻는 나를 짜증스럽게 바라보던 녀석은 내가 상황파악을 하기도 전에 기습적으로 다가와 내 입술 위에 자신의 입술을 꾹 눌렀다. 당황스러움에 눈만 깜빡거리자 두 눈이 휘어져라 웃던 녀석이 고개를 비틀더니 더 깊게 파고 들었다. 입술 사이를 가르고 들어오는 녀석의 혀는 어울리지 않게 수줍었다. 머뭇거리며 입술을 꾹 다물자 아랫입술을 아프지 않게 깨무는 탓에 나는 무의식적으로 녀석을 받아들였다. 녀석의 팔 하나는 어느새 내 허리를 감고 있었고, 다른 손은 내 뒤통수를 꽉 붙잡고 있었다. 그리고 점점 더 격해지더니 몸을 서서히 바닥에 뉘인다. 얘가 미친건지, 내가 미친건지. 아무튼 둘 다 제정신이 아닌 건 확실했다. 기어코 녀석의 서늘한 손이 블라우스를 헤치고 스멀스멀 옷 안으로 들어올 때 쯤에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거침없이 입 안을 휘젓고 다니는 녀석의 가슴팍을 밀어냈다. 날 내려다 보는 시선이 갓 성에 눈을 뜬 어린 짐승 같아서 몸을 흠칫 떨었다. 그나저나 고딩 주제에 테크닉 죽이네, 자존심 상하게. 


'처음이야?'

'그, 그러는 넌 처음 아니냐! 아주 테크닉이….'

'나도 많이 안 해 봤어. 두 번인가.'


 나를 두 번 죽이는 녀석의 말에 주먹이 울었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며칠 전만 해도 죽일듯이 미웠던 녀석의 상기된 얼굴이 귀엽다고 생각하다니, 녀석이 분명 술을 마시고 와서 내게 취기를 옮은 것이라고 믿고 싶었다. 일방적으로 끝난 키스 후의 분위기가 정말 숨이 막힐 정도로 어색했다. 만날 까불거리던 녀석이 가만히 앉아 침묵을 지키고 있으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역시 사람은 쉽게 변하면 안 되는 거야. 숨 막히는 정적을 먼저 깬 것은 녀석이었다.


'키스 했으니까 사귀는 거다.'

'막무가내….'

'처음 안 것도 아니잖아.'

'…씨벌탱.'


 내가 녀석의 말투를 따라하며 툴툴거리자 어이 없다는 표정을 짓던 녀석이 이내 호탕하게 웃어 보였다. 아, 처음이다. 녀석이 저렇게 웃는 모습은. 생긴 건 멀쩡하니까 봐 줄만 하네. 평소에도 좀 웃고 다니지. 눈물이 다 날 정도로 웃던 녀석이 시계를 확인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여전히 불편한 자세로 앉아있는 나에게 손을 뻗었다. 내가 영문을 모른다는 표정으로 올려다 보자 다른 쪽 손으로 긴 머리를 헤집더니 다른 곳을 바라보며 중얼중얼 입을 열었다.


'시간, 늦었으니까 데려다 줄게.'

'…우리 집까지?'

'미쳤냐? 버스 정류장까지.'


 로맨틱 할 거면 끝까지 로맨틱 하던가. 투덜거리면서도 녀석이 내민 손을 꼭 잡았다. 자식이 키도 작고 몸집도 작길래 남자 구실도 못 할 줄 알았더니 손이 은근히 컸다. 따뜻하고, 부드럽고. 나를 당겨 일으켜 준 녀석은 구석에서 나뒹구는 내 가방을 들어 내 어깨에 걸어 주었다. 확실히 애교가 많지는 않네. 나는 티나지 않게 고개를 끄덕이며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나를 끌어당기는 녀석 탓에 내 발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야 했다.


'왜?'

'아니…, 불편하면 말 하라고.'

'뭐가?'

'…몰라.'


 귀여운 새끼. 귀까지 빨개져서는 몰라, 몰라만 외쳐대는 녀석이 귀여워 보이다니. 나는 어깨만 으쓱 추어 올리며 녀석의 손을 맞잡았다. 안 그렇게 생겨서 연애에 관한 건 소심하고 조심스럽다. 오히려 그 덕분에 내가 마음을 쉽게 열었던 것일 수도 있다. 이런 걸 반전매력이라고 했던가? 아무튼 그거. 하지만 녀석의 반전매력은 그게 다가 아니었다. 정식으로 사귀기로 한 날을 기점으로 정확히 열흘. 딱 10일 걸렸다. 녀석이 어려지는 데에는.


'왔어?'


 초인종을 누르면 이젠 어머니가 아닌 녀석이 문을 열어주고 가장 먼저 나를 반겼다. 헐레벌떡 뛰어 와 품에 안기는 녀석은 커다란 강아지 같았다. 처음엔 급변한 녀석의 모습에 당황하시던 어머님도 얼마 가지 않아 그저 나와 다니엘을 바라보실 뿐이다. 다 안다는 듯한 미소와 고개 끄덕끄덕은 옵션이다. 의외로 순애보 같은 녀석의 모습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녀석에게 마음을 활짝 열었다. 지금 와서 생각 해 보면 어쩌면 녀석은 선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아, 수능 끝나면 해달라는 거 다 해준다며!"

"이 똥멍청아!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걸 부탁해야지!"


 지금 녀석과 몇 시간 째 싸우는 중이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은 안중에도 없었다. 내 앞에서 씩씩거리며 발을 쿵쿵 구르는 이 철없고 어린 애인 때문에 나는 세상이 빙글빙글 돌고 하늘이 노랗게 보이는 기이한 현상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래, 오늘은 수능이 끝나는 날이었다. 햇수로 거의 2년, 어느덧 녀석이 수능을 마친 완연한 '어른' 이 된 날이었다. (어차피 나이로 따지면 21살 이지만.) 그리고 녀석은 1년 전 내가 했는지도 기억 나질 않는 억지스러운 약속을 고집부리고 있었다. 그래, 약속했으니까 어쩔 수 없이 지켜줘야 한다는 것 까지는 괜찮았다. 그 덕분인지 녀석의 성적은 수직 상승을 했으니까. 그런데 녀석이 터무도 터무니 없는 소원을 들어 달라고 하는 게 문제였다.


"아 왜! 왜 안 돼는데에-!"

"다니엘, 우리 현실적으로 생각 하자."

"아 몰라! 내가 뭐 때문에 대학교에 들어 가는데! 결혼해! 나랑 결혼 하자고!"


 이 멋는 개미 똥만큼도 없는 자식아. 누가 프로포즈를 이따위로 하냐. 한심하고도 로맨틱한 구석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질 않는 녀석에 나는 한숨만 푹 새어 나올 뿐이다. 이 말도 안 돼는 억지를 부리는 탓에 주변 사람들은 흥미롭다는 듯 우리를 힐끔거리고 있었고, 막무가내로 '결혼해!'를 외치는 녀석에게 뭇 여성들이 환호를 보내기도 했다. 나는 일단 이 자리를 벗어나야 되겠다고 생각하며 녀석의 손을 잡아 이끌었다. 하지만 똥고집 자식은 그 자리에 박힌듯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나는 하는 수 없이 이를 악 물고 말해야 했다.


"그래. 결혼, 그까짓거 하자. 그러니까 다른데로 좀 가자. 어?"

"진짜? 진짜지? 너 진짜 결혼한다고 했다?"

"알았으니까…."


 내가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녀석은 나를 꽉 끌어 안더니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하며 그 자리에서 방방 뛰었다. 여자가 받아줬나 봐, 너무 부럽다- 하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이런 프로포즈도 녀석의 애정표현이라면 애정표현이겠지. 어차피 기대도 안 했다. 고백부터 다이렉트 한 녀석이었으니까. 내가 뭘 기대하겠어. 체념하며 녀석을 끌어안으려는 찰나, 나를 꼭 안고 있던 단단한 두 팔이 풀어지더니 녀석이 대뜸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러니까, 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히 보던 '프로포즈 용' 자세. 주변의 환호성이 폭발할 듯 커졌다. 나는 어리둥절하게 녀석을 바라보았다. 주섬주섬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꼼지락대던 녀석이 손을 뺐을 땐, 노란빛의 작은 상자가 녀석의 손바닥 위에 올려져있었다.


"너…."

"다 준비 했는데 안 해준다고 해서 얼마나 놀랐다고!"

"…."

"내가 징징거리면서 서 실망한거지? 얼굴에 다 써있어."

"아, 아니거든."

"쳇. 아무튼 됐어. 이렇게 했으니까 OO이는 나랑 진짜 진짜 결혼 해야 돼."

"이 자식이 끝까지 선생님이라고 안 부르지?"


 무드 없게 이러지 마- 라고 너스레를 떨던 녀석이 짐짓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진지한 말투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한번도 듣지도 보지도 못 했던 녀석의 모습에 설레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다.


"처음 사귀기로 한 날부터, 단 하루도 널 안 사랑했던 적 없어."

"…."

"나 진짜 네가 소원 들어준다는 그 말 하나만 믿고 공부하고 수능 쳤다."

"…기특하네."

"그러니까 나랑 결혼하자, OO아."

"…."

"…Will you marry me?"


 호주에서 태어나고 호주에서 자라다가 한국으로 이민 온 남자의 입에서 나온 제대로 된 영어 문장을 듣는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더 짜릿했다. 그게 프로포즈라면 더더욱. 녀석이 상자에서 작고 귀여운 반지를 빼 내게 내밀자 주변에서 환호를 보내고 휘파람을 불며 '받아줘! 받아줘!' 를 외쳐댔다. 댁들이 그러지 않아도 난 당연히 받지요.


"…Of course."


부러움의 눈길을 잔뜩 받으며 수줍게 손을 내밀었다. 씩 웃은 녀석은 떨리는 손으로 내 손가락 위에 조심스레 반지를 끼워 주었다. 반지는 신데렐라의 유리 구두처럼 딱 맞았다. 사이즈는 어떻게 알았대. 손에 끼워진 반지를 바라보며 번지는 미소를 숨기지 못하자 자리에서 일어난 녀석은 팔을 벌려 품 안 가득 나를 끌어 안았다. 


"감동이지."

"…솔직히 응."

"그럴 줄 알았어."

"자식이…."

"어허, 이젠 서방님이라고 불러."

"웃기고 있네. 그건 너 대학 졸업하면."

 아 뭐야, 그런게 어딨숴어! 녀석의 처절한 외침이 들려왔다. 당황하면 혀가 꼬이는 버릇은 아직도 못 고쳤고만. 찬 바람이 볼을 훑고 지나갔지만 전혀 춥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이 들으면 그 나이에, 그것도 네 살이나 어린 남자애와 벌써 결혼이냐고 환장할 소리였겠지만 당사자가 괜찮다는데 누가 뭐라고 할 수 있을까 싶다. 여전히 빨리 서방님이라고 부르라며 징징거리는 녀석의 손을 이끌어 북적거리는 길 한 가운데에서 벗어났다. 확실히 떡밥을 주면 눈에 불을 키고 달려든다니까. 녀석을 조련하는 데에는 아주 알맞은 조건이 아닐수가 없다. 대학교 졸업하고 아이를 갖자고 하면 취직하면 해준다고 해야지. 완벽한 내 시나리오에 만족하며 녀석의 손을 꽉 잡았다. 녀석의 손가락에도 내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와 똑같은, 얇고 단순하지만 세상 그 어떤 악세사리 보다 아름다울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번졌다. 



* * *



난 그저 연하남 다니엘이 보고 싶었을 뿐이오....

그대들이 만족하길 바라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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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꺄아아♥♥
10년 전
글쓴이
끼야♥♥
10년 전
독자2
와 너정 금손...♡
10년 전
글쓴이
고마웡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3
와..연하안좋아하는데다니엘이라면좋다❤️
10년 전
글쓴이
다니엘 이즈 뭔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비회원122.78
너정 글 잘쓴다!내 호단이오빠..♡
10년 전
글쓴이
고마웡!!!!!! 비록 내 순욱이 오빠지만...♥
10년 전
독자4
와 진짜 좋다...달달.....ㅠㅜㅠㅠㅠ으앙 너정 진짜ㅠㅜㅠㅜㅠ 독다글도 짱이었는데 이것두 너무좋다....!!
10년 전
글쓴이
우엉 ㅇ고마워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5
너정 사랑해..ㅠㅠ ㅠㅠ
10년 전
글쓴이
쥬뗌므 ♥3♥
10년 전
독자6
으어아ㅠㅠㅠㅠㅠㅠ진짜 좋다 사랑해
10년 전
글쓴이
감쟈감쟈 :^D 쥬뗌므 ♥♥
10년 전
독자7
워후/~~~~~
10년 전
글쓴이
유후!!!!!!!
10년 전
독자8
와진짜대박 ㅠㅠㅠㅠㅠㅠㅠ사랑해ㅠㅠㅠㅠㅠㅠㄱ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시간이된다면 다니엘로 또 써주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스크랩해놓고맨날봐야지ㅠㅠㅠㅠㅠ흙흘규ㅠㅠㅠㅠ고마우ㅜ(♥
10년 전
독자9
삭제하면앙대여~~
10년 전
글쓴이
좋게 봐줘서 고마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방학 때 달릴 테니까 기대햇♥
10년 전
독자10
ㅜㅜㅜㅜㅜㅜㅜ핱어택!!!!
10년 전
글쓴이
심장탕ㅌ아!!!!!!!!
10년 전
독자11
취저 제대로다...우와...진짜ㅠㅠ사랑해너정
10년 전
글쓴이
취저 빵빵 쥬뗌므 ♥♥
10년 전
독자12
진심 짱이야....♥
10년 전
글쓴이
고마워...♥♥
10년 전
독자13
왜 필명이 없숴!!!!!!!
10년 전
막듕
필명 수정햇숴!!!!
10년 전
독자19
신알신했숴!!!
10년 전
독자14
우와ㅠㅠ 진짜 설렌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헐 신알신 하고픈데ㅠㅠㅠ 필명이 없어서 안 되네ㅠㅠㅠ 브금 뭐야?...☆
10년 전
막듕
필명 수정했어!! 브금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ost 야ㅎㅎ~!!
10년 전
독자15
워후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완전좋다ㅠㅠㅠㅠㅠㅠ진짜 취저 탕탕....다음에도 꼬 ㄱ와줘...사랑해
10년 전
막듕
다음에도 꼭 올게♥!
10년 전
독자16
와 너무좋다 세상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막듕
고마워♥♥♥
10년 전
독자17
좋아요좋아....♥
10년 전
막듕
좋아욥♥♥
10년 전
삭제한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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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막듕
고마워욥♥♥♥
10년 전
독자20
끼야아아아아아아앙♥연하는싫은데ㅠㅠㅠㅠㅠ왜때문에다니엘은괜찮은것인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21
아 진짜 완전 좋아ㅠㅠㅠㅠㅠㅠ일곱시예요ㅠㅠㅠㅠㅠ연하가 이렇게 설렐줄이야 역시 호다ㅠㅠㅠㅠㅠㅠ쓰니 사랑해요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22
사랑해
10년 전
로빙글
* 필명 수정하고 다시 올렸숩니당 :^) 앞으로 클린 버전은 이 필명으로 올릴 예~정~♥
10년 전
독자23
이거 댓 달려고 로그인 했어여!! 이렇게 질쓰는 사람은 첨이예여!!진짜 현실 설렘!!!!그리고 진짜 몰입해서 봤어여 ㅜㅜㅜㅜ 잘보고 갑니당!!
10년 전
독자24
뒷이야기계속쒀줘....쒀돨라궈....쒀야뒈...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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